[주간논단] 외모지상주의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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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5월 16일(수) 00:00
김 기 태
총회문화재단설립추진위원회 전문위원ㆍ호남대 신방과 교수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정도가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 등과 같은 내적인 부분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 이미지에 의존해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외모 또는 이미지 중심의 사람 평가 방식이 오늘날 교회에서도 예외없이 일어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누구나 차별없는 평등을 강조하는 교회에서까지 외모나 외적인 이미지에 의존해서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일들이 적지않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전적으로 외모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이와 같은 사회 분위기는 이제 외모지상주의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까지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피상적이고 외형적인 이미지에 의존하는 인간 관계는 결국 인간을 소외시키고 결국에는 인간을 파괴하는 비인간적 이데올로기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시대적 병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성형 수술이 하나의 선물로 상품화되는 시대가 되었다. 입학 선물이나 힘든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으로 쌍거풀 수술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살을 빼는 일이 스트레스가 되어 일상 생활 자체가 힘겨워진 사람들도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짱'이 되는 제일의 조건은 과거와 같은 공부나 주먹보다는 외모이다. 신입사원 채용 면접과정에서 외모가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되었다.

물론 같은 조건이라면 인상이 좋거나 깨끗한 이미지의 외모가 사람들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의 외모 뿐 아니라 우리가 접하는 모든 정보 메시지들도 그 내용에 앞서 겉으로 드러난 외양이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이나 음반의 내용 못지않게 디자인이 판매고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히 디자인의 시대,포장의 시대 즉, 외양이 내용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된 셈이다. 문제는 그 정도에 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외모가 따라주지 않으면 좀처럼 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외모로만 인간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 전반의 횡포에 가까운 처사는 궁극적으로 인간 차별을 넘어 인간 파괴 행위이다.

그런데 이런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데 방송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가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의 이런 외모 중심 사고와 제작 풍토가 외모 이외의 다양한 요소들을 지나치게 주변화시키고 심지어는 무시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외모제일주의라는 일종의 사회문제까지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방송을 비롯한 영상미디어들은 예외없이 예쁜 여자, 잘생긴 남자를 찾는다. 외모가 특별히 프로그램의 성격상 중요한 변수가 아닌데도 이른바 예쁘고 잘생긴 외모를 중심으로 출연자를 선택하는 방송사의 오래된 관행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종류와 성격에 상관없이 사실상 대부분의 TV가 이른바 정형화된 외모를 출연 기준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는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 소화력이 전혀 없는 출연자가 단지 외모가 수려하다는 이유만으로 캐스팅 되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다.

이렇듯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그려지는 이런 외모 중심의 인간 평가 풍토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외모중심주의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할 미디어가 겉으로 드러난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비인간적 행위와 관습을 앞장서서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미디어 뿐만 아니라 교회와 크리스챤을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외모가 아닌 총체적인 능력과 자질 그리고 성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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