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목관 5중주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05월 14일(월) 00:00
지난 주말 한국교회인물연구소 개소 2주년 감사예배가 있었습니다. 여느 감사예배와 달리 아주 특별한 형식의 모임이었기에 그 느낌을 옮겨봅니다. 전체 4부로 진행된 이날 모임은 먼저 하나님께 감사예배를 드렸고 2부는 헌정연주회, 3부 출판기념회, 4부 학술 세미나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예배와 출판기념회, 학술 세미나는 이 땅에서 하나님의 종으로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살다 스러져 간 이들을 발굴해내는 고된 작업을 하는 연구소의 개소 2주년을 감사드리고 그 결과물을 자축하는 모임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보통 모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2부 헌정 음악회는 아주 색달랐습니다. 헌정(獻呈)이란 본래 '물품을 올린다'는 뜻을 지닌 명사입니다. 주로 중세시대 왕이나 귀족에게 책이나 음악을 바칠 때 쓰여진 용어인데 이날 한국교회인물연구소에 헌정한 음악회는 한국교회 부흥 1백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토마스 선교사를 추모하는 연주회였고, 한국교회에 부흥을 허락하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 찬양이었습니다. 이날 헌정된 작품은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공부한 음악박사로서 현재 서울대 음대에 재직 중인 이신우 교수가 작곡한 목관 5중주 '토마스 목사를 기억하며(Homage to Thomas)'라는 곡이었습니다.

이날 연주는 토마스 목사의 유년기를 그린 '즐거운 나의 집' 학창생활 속에서 선교적 열정으로 격동기를 보냈던 젊은시절을 노래한 '방황하는 별' 선교적 사명을 받은 '소명' 중국에서 아내를 잃은 슬픔을 선교적 열망으로 승화시킨 토마스의 결연한 의지를 묘사한 '캐롤라인의 죽음 앞에' 마침내 그의 순교를 그려낸 '조선의 첫 기독교 순교자' 등 전체 5악장으로 진행됐습니다.

마치 안익태 선생의 '코리아 환타지' 전곡을 들었을 때 느꼈던 그런 전율을 느꼈습니다. 금관 5중주가 크고, 쩌렁쩌렁한 음색을 내는 반면 목관 5중주(플룻,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는 부드럽고, 온화한 음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맑고 투명한 울림과 부드러운 음색의 조화가 토마스의 생애와 선교적 열망을 교감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본래 목관이란 나무로 만든 악기인데 금관악기인 호른이 들어가 있는 점이 목관 5중주의 특색입니다. 플룻, 오보에, 클라리넷이 높은 음역을 담당하고 바순이 낮은 음역을 담당하지만 그 사이 중간 음역을 금관이지만 부드러운 음색을 가지고 있는 호른이 담당하는 것이라는 군요.

목관악기를 만드는 소재인 나무는 건조과정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대로 쪄서 뒤틀리지 않게 건조과정을 거치고 여려겹의 도색과정을 거치는 등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통해 영원히 변하지 않는 모양과 울림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나무는 태어난 자리에서 한평생 하늘만 바라보고 삽니다. 그런 연유로 주님께서 매달리신 십자가도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수필가 이양하 선생이 나무를 두고 "하늘을 우러러 항상 감사하고 찬송하고 묵도(默禱)하기에, 언제나 하늘을 향하여 손을 쳐들고 있다"고 표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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