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어머니와 교회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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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5월 09일(수) 00:00

서 임 중
포항중앙교회 목사

발에 종기가 나서 걸음을 걷지 못할 때 김치를 입에 빨아 종기에 대고 "엄마가 붙이는 모든 것은 명약이다"하며 입으로 후후 부시면서 다독여주시던 분이 어머니였다. 20리 길을 고무신 한 번 못 신고 학교 다니는 것이 안쓰러워 어린 것 등에 없고 흥얼거리면서 학교까지 데려다 주셨던 분도 어머니였다. 배 아파 아랫목에 엎드려 울고 있을 때 "엄마 손이 약손이다"면서 배를 쓸어 문질러주면 희한하게 아프지 않고 잠들게 하셨던 분도 어머니였다. 설날이 되면 이웃 부잣집 아이들은 때때옷 입고 세배 다닐 때 묵은 헌옷 입고 세배하는 것이 속상해 들판으로 연 날리러 갔다가 돌아온 어린 것을 치마로 감싸 안고 무슨 큰 죄라도 지은 듯 돌아서서 눈물짓던 분도 어머니였다.

목회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서 몸살로 누워 정신없이 잠들어 있던 어느 한밤 중에 작은 기도 소리에 눈을 떴을 때 어머니의 손이 내 머리에 얹혀 있었고 감긴 노안(老顔)에서는 눈물이 흠뻑 젖어 흐르고 있었다. 나이 들어 목사가 되었을 때 잠 못 자는 것이 안쓰럽게 보이고 소견 좁은 교인들에게 이리 저리 시달리는 것이 속상해 새벽까지 아들 머리 맡에 앉아 기도하면서 성경을 눈물로 적셨던 분도 어머니였다.

세상을 마무리하실 때 "교회의 어미 같은 늙은이들은 모두 목사의 어미야. 알아듣겠는가"라고 마지막 말씀 남기시고 조용히 눈을 감은 이도 어머니였다. 5월이 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분이 어머니다. 끝없이 베푸시는 어머니의 사랑, 퍼 올려도 퍼 올려도 멈추지 않는 샘물처럼 어머니 마음의 사랑은 그랬다. 철없기만 했던 어린 시절, 그저 투정부리고 어머니 속만 태웠던 날들이 생각나면 자꾸만 슬퍼지고 속상해진다.

목회를 시작하면서 '성도들에게 어머니같은 목사로 목양해야지' 다짐했는데 벌써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그런데 요즈음 자꾸만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늦은 밤 서재에 앉아 묵상하다가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어머니를 부르다가 어린 아이가 된다. 5월이면 불러보고 싶은 이름 "엄마 엄마아". 이순을 바라보는 요즈음에도 "엄마"하고 부르다가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울어버리고, 어린 아이가 되는 목사의 가슴에 오늘도 강물이 흐른다.

많은 교회의 초청을 받고 부흥 사경회를 인도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목사의 가슴이 자꾸만 아픔으로 깊어지는 것 가운데 하나가 어머니 같은 교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지친 영혼들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품어주는 교회, 때로는 속상한 일들이 많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용서하고 사랑하면서 어루만져 주는 어머니의 손길이 멈추지 않는 교회, 힘들고 외롭고 아플 때 그냥 한걸음으로 달려와 제단 앞에 엎드려 흐느껴 울 때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어루만져 주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어머니 품 같은 교회가 그리워진다.

교회의 참 모습을 이해하게 될 때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겸손하게 수용할 수 있다. 초대 교회의 유명한 교부 중 한 사람인 키프리안(Cyprian)은 "교회를 당신의 어머니로 가지지 않는 한 하나님을 당신의 아버지로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은 교회의 본질과 능력을 잘 표현한 말이다. 즉 성도들은 교회를 어머니 품으로 이해하고 교회는 성도들을 어머니처럼 품을 수 있는 양면성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다.

교회 생활을 통해 상처를 받을 때가 있다. 화가 날 때도 있고 교회를 떠나고 싶은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교회를 어머니라고 생각할 때 그 어머니 품에서 희노애락을 경험하면서 성숙하는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 또한 교회를 어머니로 생각해야 모든 것을 수용하고 품어 줄 수 있는 것이다. 모순과 상처가 없어야 하는 곳이 교회이지만 교회 안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모순과 상처와 아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어머니의 사랑으로 가득 찬 주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병든 자를 어루만지시며 가난한 자를 돌보시며 죄인들의 손을 잡아 생명 주셨던 예수님의 손을 경험 할 수 있는 성숙한 교회의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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