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이주여성인권센터

[ 아름다운세상 ]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03월 28일(수) 00:00
   
이주여성들의 고통을 알리고 인권을 찾기 위해 한 행사장에서 유인물과 각종 자료 등을 전시해 놓은 이여인터의 부스.
캄보디아에서 시집 온 레이케나 양(가명)이 벌써 일주일 째 음식을 거부하고 있다. 피골이 상접해진 그녀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지 못하면 죽을 거 같다"고만 되뇌였다고 한다. 누구에게 얻어맞은 듯 두 팔과 목 부분의 흉터가 눈에 띄게 짙다. 결국 그녀는 캄보디아 대사관의 도움으로 본국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살의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온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남편의 알코올과 폭력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위한 쉼터가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 정릉에 개소했다. 지난 2001년 7월 종로구 창신동에 마련됐던 이주여성인권센터(대표:한국염, 이하 이여인터) 쉼터의 새 보금자리다.

레이케나 양 외에도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빚다가 아기가 돌이 지날 무렵 남편으로 부터 일방적으로 쫓겨난 중국 한족 여성 A씨, 15세 이상 차이나는 알콜 중독 남편의 폭행을 이기지 못하고 가출한 베트남 여성 B씨, 결혼한 지 3달 만에 신체적 폭력을 입고 남편의 눈을 피해 달아난 조선족 여성 C씨 등이 이주여성 쉼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찾게 됐다. A씨는 현재 쉼터의 도움을 받아 경기 안산에 일자리를 얻었고 아기와 함께 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한국염목사.
이여인터의 권미주 사무국장(중곡동교회 전도사)은 가정폭력의 원인을 "남편들의 의식 속에 깊게 자리하고 있는 가부장적 생각과 아내에 대한 배려의 부족"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남편들은 한국 여성들보다 이주해 온 여성들이 더 순종적일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중국의 경우엔 우리보다 남녀평등 사상이 강해서 여성 위에서 군림하려고 하면 갈등이 더욱 빚어지기 마련이죠. 또 말이 안통하고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해서 손찌검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급선무죠."

일례로 한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은 매일 씻거나 설거지를 하지 않는 나라에서 온 아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청결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쉼터는 이러한 폭력을 피해 이곳을 찾은 이주여성들에게 기본적으로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3층 규모의 평범한 주택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녀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일부러 간판도 달지 않았다.

1주일에 한번 씩 심리상담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에 대한 정신적 치료 등을 행하며 불안정한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냉장고에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각 나라별로 즐겨 먹는 음식 재료들을 가득 채워놓고 마당 한켠에는 채소나 꽃 등을 심을 수 있도록 작은 텃밭도 마련했다.

또 여성들의 자기 계발을 위해 한글과 컴퓨터 교육을 실시한다. 숭인동에 위치한 이여센터에서 이뤄지는 한글 교육은 매주 금, 토요일 10시 반부터 진행되는데 초ㆍ중ㆍ고급 코스별로 반이 편성돼 있다. 생활언어반과 과도기반도 추가로 개설됐는데 과도기 반은 초급과정을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중급으로 올라가기에는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생각해 마련한 반이다.

컴퓨터교육은 매주 수, 목요일 오후 2시 반에 진행한다. 한글 자판과 인터넷 서핑 등을 통해 한국에서 일상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타향살이의 슬픔에 젖어 있을 이주여성들을 위해 쉼터는 최선의 배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임신한 여성들을 위한 출산 및 육아 교육, 남편을 대상으로 한 베트남어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혼이 꼭 필요한 여성들에겐 법률적 서비스를 지원하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일에 법률 소송지원 변호사 2명이 소정의 실비만 받고 돕고 있다.

   
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어 교실에서 한국말을 배우고 있는 여성들.
권 사무국장은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남성들에게 "여성을 돈주고 사온다는 생각이 아닌 동등한 반려자로서 맞을 준비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여자가 잘 참고 살면 되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고 있어요. 남편들은 문화 및 언어 소통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해결점을 찾으며 참고 기다려주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매달 평균 10명의 이주여성들이 이곳에서 '쉼'을 누리고 있다. 쉼터는 법인 설립 인가를 위해 더 큰 규모의 집으로 이사를 오며 1억3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됐다. 법인 인가가 나면 그나마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CMS(자동이체)로 후원금을 받고는 있지만 정기적으로 후원해 주는 경우는 드물다. 거의가 한 대표가 발로 뛰며 센터를 홍보하고 이주여성들의 피해를 알리며 후원받은 것이다.

현재 재정난으로 고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여인터. 그러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라는 주님의 지상명령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아름다운 그녀들을 주님은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리라(후원문의 02-3672-8988, 자동이체 후원 우리은행 1005-100-929731 예금주: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 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한국염목사 인터뷰

"언젠가 성남에서 공장을 도망쳐 나온 8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교회를 찾아 왔어요. 우리교회가 노동자를 위해 활동하는 민중교회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고 찾아 온거죠. 모두 1년간의 임금이 체불된 상태였는데 그 중 여성들은 성추행 피해도 입고 있었어요. 그때 이 사람들을 위해 선교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청암교회(기장)를 시무하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염목사. 지난 1997년 7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를 오픈하고 일반 외국인 노동자보다 여성들의 인권이 더 열악하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2000년 10월 이주여성들을 위한 인권센터를 차리게 됐다.

한 목사가 이주여성들을 위해 우리 사회에 이뤄낸 성과는 실로 크다. 국제결혼여성이 가정폭력의 이유로 이혼하게 되면 불법체류자로 간주돼 국내 체류가 불가능했지만 이여인터가 정부에 문제를 고발하면서 체류가 가능하게 됐다. 또 여성가족부의 결혼이민자센터와 1366 이주여성 긴급전화도 이여인터가 정부 측에 제안해 이뤄낸 결과다.

한 목사는 "한때 가정폭력으로 인권을 유린당했던 그녀들이 떳떳한 삶을 찾은 뒤 고맙다며 간식을 사들고 센터를 방문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센터가 할 일이 없어지도록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그녀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교회가 외국인 여성들을 선교의 도구로만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바라봐야 한다"는 한 목사는 "무조건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먼저 존중하고 개종은 스스로 감동 감화 받아 할 수 있도록 권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목사는 "마태복음 25장에서 예수님이 나그네를 돌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교단 교파를 초월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자세로 지원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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