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유럽교회는 세일 중?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03월 19일(월) 00:00
오래 전 영국연합개혁교회(URC)가 주관하는 비영어권 국가 교회 실무자를 위한 어학 및 지도자 훈련 코스를 위해 몇 달 간 런던과 에딘버러에 머문 적이 있습니다. 10여개 국가의 30여 명의 교회 실무자들이 참석한 이 프로그램은 주로 오전엔 랭귀지 코스였고 오후엔 다양한 주제를 두고 강연과 집담회 형식으로 토론을 벌였습니다. 주말엔 간간히 인근 외곽지역의 유적지를 둘러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유익한 순간이었습니다만 충격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에딘버러의 홀리루드 팰리스로부터 에딘버러 캐슬이 있는 곳까지의 길을 '로열마일'이라 부르는데 이곳엔 존 녹스의 기념관도 있고 다양한 뮤지엄과 볼거리들이 있어 관광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데 에딘버러 캐슬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웅장한 교회 건물이 있는데 그곳이 지금은 예배당이 아닌 젊은이들이 모이는 록(Rock) 카페로 사용되고 있다는 겁니다. 당시에 받은 충격이란, 수 천 년의 역사를 지닌 기독교 국가에 이런 일이 있다니…, 그런데 최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 이와 비슷한 기사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지난 12일자 뉴스위크지 국제판에 따르면 영국 클라이더 시의회가 최근 사용되지 않는 감리교회를 이슬람사원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합니다. 아시아 무슬림들의 이민이 급증, 3백개로 늘어난 이슬람 공동체가 예배 장소를 계속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브리스톨의 성 폴 교회는 현재 곡예사를 양성하는 서커스학교로 이용되고 있답니다. 영국 뿐 아니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파라다이스 교회는 클럽으로 리모델링하여 섹스 심볼로 불려지는 마돈나라는 미국 팝가수가 콘서트를 열었으며 아일랜드의 성 마리아 교회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라는군요.

향후 유럽은 이런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슬람교도나 힌두교도의 유럽 이민은 증가하고 있으나 크리스찬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설문조사기관 크리스찬 리서치는 영국 교회 10분의 1인 1천6백여 곳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고 수 십 년 내에 이슬람교도가 크리스찬보다 많아질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체코 문화재보호국은 전체 교회 중 2백 곳이 팔릴 예정이거나 심각하게 훼손돼 보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나 덴마크의 경우 크리스찬 인구의 5% 미만만이 주일을 지키고 있고 체코는 3%에 불과한 실정이랍니다. 독일 입센 지역은 1백 개 교회가 곧 폐쇄되거나 다른 용도로 전용될 예정이라는군요.

교인이 없는 교회가 늘면서 각국 정부 관계자와 교회 지도자들은 교회 건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심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법으로 지방정부가 교회건물을 보호하도록 하고 정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덴마크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수입의 약 1%를 루터회에 기부하고 있지만 교회건물 전용은 점차 증가 추세입니다.

이런 현상을 보며 이것이 머나먼 지구 반대편 나라의 일이 아니라 곧 다가올 한국교회의 미래일 수도 있다는 염려가 드는 것은 비단 저만의 기우일까요? 1907년 대부흥 운동 1백주년을 맞이하며 한국교회가 모처럼 하나가 되어 연합집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행사로 끝나지 말고 새 시대, 새로운 영, 새 사람을 덧입는 부흥의 현장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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