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가족, 사랑을 엮다"

[ 아름다운세상 ] 부자 부부 남매 지간에 가족사 문학집 일기 등 신앙의 소중한 고백 펴내 눈길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7년 02월 27일(화) 00:00

가족의 사랑과 가문의 신앙적 전통을 정성을 다해 모아 놓으니 훌륭한 문집이 되고 작품이 되고 역사가 되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은 '살아있는 자들의 하나님'이라는 뜻과 함께 역사 속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고백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 대부흥 백주년의 뜻깊은 해를 맞아 역사에 대한 관심과 조명 작업이 활발한 가운데 신앙의 깊어가는 한국교회에 아름다운 고백들이 하나 둘 책으로 엮어 출간되고 있다.

목사인 부자가 함께 시인으로 등단해 목사 시인 부자의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된 증경총회장 김순권목사와 차남 형주목사의 시집이 최근 출간됐다. 또한 유림 가문에서 출생해 민족의 수난기를 지내며 한학자로 목회자로 35년 간의 남겨 놓은 백광 이운형목사의 일기와 한시 등을 세계적인 여성지도자로 성장한 이인숙박사 남매가 정성과 수고 끝에 세상 앞에 내놓았다. 이와 함께 40년 간 목회 사역의 내조자로, 교회 사역의 동반자로,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로 살아 온 생활의 기록들도 최민수 여사의 손을 거쳐 가족 이야기로 탄생되었다.

김형주 김순권 부자 시집 '아버지와 우산 쓰기'
'아버지와 우산 쓰기'라는 아들 목사의 시 제목을 달아 출간된 부자의 시집(토우 刊)에는 미국에서 신학 수업을 마친 뒤 현재 베다니장로교회 부목사로 시무 중인 아들 형주 목사의 작품, 44편과 평생을 목회자로 사역하며 지난 1990년 서정주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부친 김순권 목사의 '편지'외 24편의 신작시이 담겨져 있다.

부자 지간에 목회자로서 소명의 대를 잇는 것도 귀한 일이지만 정식 등단한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목사의 부자가 함께 작품을 발표한 시집은 매우 이례적인 경력과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계간 '믿음의 문학'을 통해 김형주목사가 신인상을 받아 등단할 때 작품 심사를 맡았던 시인 최은하 선생은 시집 말미에 수록된 해설을 통해 아들 김 목사의 시를 '일상 생활 가운데 신앙의 불꽃'이라고 표현하였고, '신앙의 깊이에서 기다림'이라는 표현으로 부친 김 목사의 시를 평했다.

목회자로 시인으로서 뿐 아니라 유학 중 같은 대학에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거쳤던 부자지간의 두터운 정에 대해 김순권 목사는 후기를 통해 "가늘 길의 여정도, 섬김의 나날을 항상 오늘처럼, 시를 쓰는 심정으로 함께 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유기문목사 최민수사모의 풀어 쓴 가족 이야기 '내 마음 속에 부르는 이중주의 노래'
'생로병사, 관혼상제', 인생의 모든 걸음들을 뒤쫓아 가면서 기록할 수 있다면 모두가 각본 없는 드라마이며, 눈물과 감격의 기록들로 채워질 것이다. 일찌기 신학 수업을 마치고 목회자의 아내가 되어 교회를 개척하여 40년을 목회해 오면서 자녀를 양육하고, 교회를 건축하며, 선교지를 둘러보고, 대소사 간에 모든 일들을 자상히 담은 생생한 기록이 저자의 두 번째 저작이자 가족사(家族史)로서 당당하게 출간되었다.

'이미 경쟁하지 않고 승리하는 삶'이라는 제목으로 수상집을 펴낸 바 있는 저자는 두 번째 저작, '내 마음 속에 부르는 이중주의 노래(쿰란출판사 刊)을 통해 결혼 생활 40년을 전 6장에 걸쳐 담아 개인적 성장사와 가정을 꾸리고 자녀가 태어나고 아름다운 가족으로 이어져 가는 여정들을 꾸밈없이 진솔한 문체로 담아냈다.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사건과 일들이지만 이를 소중히 기록하고 또 엮어냄으로써 우리 삶이 가지는 영롱한 보석과 같은 가치를 다시 한 번 재확인 시켜 주고 있다.

이 책의 2부는 저자가 천성교회를 시무하는 유기문 목사를 내조하며 교회의 소식지에 기고했던 글을 '사계절 사모칼럼'이라는 제목으로 이 역시 6장에 걸쳐 모았으며, 마지막 제3부는 선교 여행 등에 동행하며 얻었던 경함과 깨달음들을 기행문 형식으로 기록해 성도들과 함게 나누었던 경험들을 다시 한 번 소개하고 있다.

특히 올해로 남편 유 목사와의 결혼 생활 40주년관 목회사역의 은퇴, 그리고 고희 등 의미 있는 시간들을 맞이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축하와 감사의 의미를 담아 지난 14일 동 교회에서 조촐한 출판감사 모임을 갖기도 했다.

백광 이운형 목사의 일기, 설교, 한시 '백광일기'
한학자 백광 이운형목사(1892~1972)는 봉경 이원형목사와 동 시대 인물로 역시 경북 안동의 유림 가문에서 태어나 부친 건초 이상동 장로와 함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신앙을 받아들였으나 초기 기독교가 겪었던 처절한 갈등의 중심에서 이를 묵묵히 이겨냈을 뿐 아니라 민족의 수난기를 관통해 오면서 40년 간 목회자로서 교육가로서 헌신해 온 교계 지도자이다.

1930년 경남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뒤 노회 산하 여러 교회와 고향교회인 영주읍교회(현 영주제일교회)를 시무하며 노회장으로서 후배 양성과 교회 설립해 헌신해 온 이 목사는 1921년 영덕 덕신학원을 시작으로 1957년 대구 계성중고등학교 대리교장직을 마감하기까지 무려 36년을 교육자로서도 헌신해 온 큰 스승.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냈던 백부 석주 이상용선생과 부친의 영향으로 애국운동과 만세운동 등에도 가담했던 이 목사는 여러차례 검속과 모진 고문을 겪어야 했고 4년 반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 목사의 자녀 7남매 가운데 교육자요 신학자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인숙박사(이상현박사의 부인)와 남동생 이덕화 목사의 수고로 그동안 이 박사가 소장해 온 부친의 유품과 흩어져 있던 자료들을 수집하고, 독해하는 과정을 거쳐 총 6부로 편집된 '백광일기' 속에는 백광의 약력과 일기, 설교, 한시, 서예가 각 부로 나뉘어 수록돼 있고, 마지막 6부에는 가정과 자녀교육에 대한 글이 실려 있다.

전체가 한문으로 되어 있던 자료를 봉경의 자료를 번역한 바 있는 김수영장로가 번역해 주었는데 번역 분량만 6백여 쪽에 달했던 것을 추려 싣게 되었다.

이인숙박사는 "가족들과 함께 책 출간을 준비했던 지난 2년 간이 너무나 기쁘고 가족애가 새롭게 회복되는 귀중한 계기가 됐다"고 전하면서 "모든 일을 신앙 안에서 신실하게 감당하셨던 아버지의 자취를 좇는 동안 남다른 기쁨을 맛보았다"며 "가족의 역사조차 잘 알지못하는 미국의 후손들을 위해 비록 한 인물의 기록이지만 기 속에 담긴 신앙과 역사의 공통분모를 느껴볼 수 있도록 일부라도 영역해 출간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 이상현박사는 "지난 2년 여 간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신앙가족사 연구의 동기를 부여받게 됐다"며 "한국교회의 역사를 미시적으로 살필 수 있고 지역교회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기쁨을 나타냈다.

가족 간의 사랑과 동행의 소중함을 글로 남기고 또 이를 어머니의 손으로 자녀의 손으로 엮어 펴내는 일들은 특별한 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지금이라도 전쟁과 식민지의 아픔 속에서 지내오신 부모님들의 체험적인 신앙의 기록을 조금씩이라도 정리하고, 오늘을 살아가며 때로는 힘들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들도 신앙의 눈으로 살펴 차분히 기록으로 남겨둔다면, 훗날 하나님께서 우리 삶의 여정 속에 허락하셨던 복을 깨닫게 되고, 가족간의 우애와 화목은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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