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 여론 확산' 무엇이 문제인가

[ 교계 ] "다수 공감하고 참여 유도해야 효율적, 21세기 한국교회 가능성의 시금석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7년 02월 07일(수) 00:00

한국교회가 선교 초기부터 교육 선교에 힘을 쏟아 왔다. 최근 기독교 사학의 근본을 위협 당하고 있다는 인식 하에 현직 총회장이 삭발을 단행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 온 개정 사학법 문제가 본격 제기된 지도 벌써 두 달 가까이 되어 간다.

2005년 12월 15일 사학법의 강행 처리는 2006년 7월 1일 시행령이 발표되면서 이사 선임과 인준이 거부되는 학교 행정의 위기로 이어졌으며, 정기국회 폐회를 앞둔 지난해 12월 12일, 교단장 성명 발표와 함께 연이은 삭발로 교계는 물론 일반 사회 언론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때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21개 교단의 총회장과 감독 등 대표자들은 공동 성명과 단식 기도회 등에 동참했고, 이어 성직자들은 물론이고 여신도와 외국인 선교사 등이 기도회 자리에서 삭발 결의에 동참, 그 숫자는 1백 명을 헤아리고 있다.

금년 들어서는 본 교단이 총회 지도부가 총 망라된 3백 2명 규모의 추진위원회를 결성했고, 그동안 개정 사학법 재개정 운동의 구심점이었던 서울 영락교회(이철신 목사 시무)를 비롯해 각 지역에서 매주 목요기도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예장 합동측 총회의 경우도 뒤늦게 교단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 기도의 제목을 삼는 등 변화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서울과 총회를 중심으로 한 뜨거운 관심과 열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역에서나 젊은 목회자들과 청년층들에서는 교단 지도부가 느끼는 위기와 문제 의식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그 요인 가운데는 지난달 25일에야 비로서 포항에서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온 1907년 대부흥 백주년을 기념하는 대회를 통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기도회가 소집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본격적인 확산 계기가 뒤늦게 마련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이와 더불어 세대 간, 지역 간에 나타나는 사태 심각성에 대한 인식에 차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 과연 무엇이 총회장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 목회자들과 총회 관계자들이 삭발을 하고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여론이 뜨겁게 확산되고 조성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그 가운데에도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오늘날 인터넷을 비롯해 활발한 여론 형성의 중심에 서 있는 젊은 세대들을 설득하고 이들이 공감할 만한 논리 개발이 부족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이른바 유씨씨(UCC, User Created Contents)라 하여 단순히 정보 소비자의 입장을 넘어 적극적인 생산과 보급에 앞장 서는 이들로 이 영향력은 지난 번 우리 나라의 대선과 최근 미국 선거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교회 젊은이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이들은 때로는 담임목회자보다 이들의 부서를 지도하는 교육지도 담당자나 젊은 부교역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총회가 홍보하고 제시하는 여러 가지 정책들은 담임목회자와 같은 이른바 기성 세대 지도력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사안의 특성상 젊은 목회자와 교육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교회 내 젊은이들에게 문제의 본질을 알리고 일반 여론에서 지적되는 문제들에 대한 대응 논리를 함께 고민하였다면 지난 1년 간은 물론이고 한참 사회적으로도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연말 전후의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례로 삭발한 부교역자들 중에는 담임 목회자자의 뜻을 추종하고 문제점에 대한 나름대로의 인식에 따라 삭발에 동참했고 그 자체로 영향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정확한 문제점이 무엇이고 또 청년이나 성도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질의해 올 때 무엇을 답변해 주어야 할지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이들이 있어 젊은 목회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과거 민주화 운동 당시에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삭발', 그것도 총회장을 비롯해 교단의 중진들이 대거 보여 준 삭발은 그 자체로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개정 사학법이 신앙과 선교의 자유를 위협하고 기독교 사학들 역시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대다수 교인들도 그러면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과거 국채보상운동이나 경건 절제 운동,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이 구체적으로 동참할 방안 개발이 있어야 일반 신도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언론의 보도와 성명서, 집회 등에서 사용된 용어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사학 = 비리 집단"이라는 인식에 공감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정 사학법 재개정'이라는 용어를 채용해 사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왜 기독교가 사학법 문제에 골몰하는가'하는 단순한 의문에서부터 마치 기독교가 비리 사학의 옹호자를 자임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계가 이 문제에 대해 '기독교 사학 수호'나, '신앙과 선교의 자유 보장' 등과 같이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내부적인 이견 표출'이 이 문제에 대한 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여론 형성을 좌절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삭발을 통해서는 이런 사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강단에서의 무심한 말 한 마디는 교회 지도자들의 신앙적 결단과 선택을 또 다른 조롱거리로 순간 전락시켜 버리고, '문제의 본질은 고교 평준화에서 시작됐고 자립형 사립고 운영 등이 대안이다'는 식의 주장도 논리적으로는 정확한 지적임에도 당면한 문제의 초점을 흐리고, 교단 차원의 노력에 혼선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삭발' 참여를 둘러싸고 삭발한 이들 가운데 불참자들을 미온적이라고 폄하하는 모습 못지 않게, 불참자들 입장에서 그 당위성과 적절성들을 시비 거는 발언들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것 역시 서로에게 감정적인 상처는 물론이고 최선이 없는 선택의 문제점만 부각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총회 지도부를 비롯해 관계자들은 지난 5일에 개회된 임시 국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요동을 치면서 이러한 변화들이 사학법 재개정 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정부가 교육계뿐 아니라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유사한 법 개정을 추진해 왔음이 밝혀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총회장을 비롯 이 문제의 중심에 선 이들은 현안이 단순히 사학이나 기독교 사학의 사활 문제가 아니라 신앙과 선교의 문제, 심지어 국가의 정체성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를 다루는 교회의 대응 논리나 자세 그리고 그 과정 또한 실효성 에 대한 판단의 대상을 넘어 21세기 한국 교회의 자화상이자 미래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세계적인 질병과 인권, 동서독의 분단 해결의 역사 등을 보면 언제나 전면에 강한 구호나 행동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작은 리본 하나, 손마다 받쳐 든 촛불 그리고 뜻을 모은 기도가 여론을 확산시키고 동참을 이끌며 끝내 문제의 해결점을 찾게 했다.

한국교회가 모두 나서 삭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은 배지 하나 리본을 다는 문제는 다를 것이다. 한 마디의 커다란 외침, 큰 글씨도 중요하지만 모든 성도들이 자주 접하고 또 이해할 수 있도록 글로, 말로, 영상으로, 인터넷으로 전파하면 언제부터인가 문제의 진실을 접하고 이해하고 감동을 받아 동참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날 것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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