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키보드 워리어

[ 연재 ]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01월 25일(목) 00:00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입니다. 전세계 어느나라보다 대한민국은 ADSL, VDSL, 케이블 모뎀 등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가장 많이 보급돼 있고 사용료가 저렴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들은 전화선을 이용한 모뎀을 사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세계 초일류국가라는 미국은 가장 먼저 초고속 정보통신망(Information Super Highway)을 실행했지만 국가 면적이 넓고 이미 기존 전화선이 넓게 퍼져 있는 상태에서 새롭게 광섬유 같은 초고속 정보통신망 인프라를 구축하기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에 아직 모뎀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면적이 그다지 넓지 않고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전화국에서 4km 이내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60%의 인구가 살고 있어 근거리를 연결할 때 효과가 큰 초고속 통신망이 빠른 시간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와함께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이메일을 주고받고 뉴스나 자료를 검색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지만 대한민국은 포탈, 온라인 쇼핑몰, 뉴스, 인터넷 뱅킹, 온라인 게임 등 무수히 많은 컨텐츠와 온라인 서비스들이 집약돼 있어 인터넷 활용도에 있어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동네마다 PC방이 있는 나라는 아마도 대한민국 뿐이지 싶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즈음은 미취학 아동들도 자연스럽게 인터넷 서핑을 즐깁니다. 겨우 걸음마를 하는 아이들도 마우스를 클릭하며 이곳 저곳을 기웃거립니다. 한편으론 IT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무척 밝아보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인터넷 속도에 비해 아직 그것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의 의식과 도덕적 수준은 지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같아 염려가 됩니다.

일테면 소위 '악성 댓글(악플)'을 전문적으로 행하는 '악플러'들의 폐해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습니다. '악플러'란 '악성 + 댓글(reply) + ~er'을 합친 신조어로서 인터넷에서 상습적으로 악플을 생산해 내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최근엔 '인터넷에서만 전사(戰士)로 활동한다'는 냉소적 의미로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얼마전 한 여가수의 자살은 인터넷 악성 댓글의 폐해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악플'이 그녀를 자살로 이끈 직접적 원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그것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사이버 상의 익명성을 이용, 갖은 욕설과 중상모략을 퍼붓는 악플로 인해 연예인이나 정치인 뿐아니라 일반인까지도 정신적 충격과 명예훼손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 수사대가 검거한 악플러들의 신상을 보면 일상에서는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고 소심한 편이고, 초·중·고생, 무직이 많았다고 합니다. 또한 다른 가족없이 원룸 등에 혼자 사는 사람이 상당수였으며 특정 연예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안티' 세력이 아니라, 주목을 받는 이슈나 인물에 무조건적으로 악플을 다는 성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하니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만 법규에 의한 타율적인 조절이 아니라 인터넷 강국에 걸맞는 자정작업이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