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Must have

[ 연재 ]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01월 25일(목) 00:00
최근 모 휴대폰 제조회사 광고 카피 중에 'Must have'라는게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 배운 일천한 영어실력을 되살려 보면 Must have 뒤에 과거완료 동사를 사용, " ~ 했어야 했다"는 표현으로 사용하거나 Must have 뒤에 명사를 사용, "반드시 필요한 무엇"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 광고에서 의도하는 바는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요? 현대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꼭 가지고 있어야 할 그 무엇, 그것이 휴대폰이라는 등식을 유추하게 하는 광고인 듯합니다. "꼭 영어로 표기해야 했을까?"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Must have 용기', ' ~ 감각, ~ 자신감, ~ 열린생각, ~ 개성' 등 우리가 살아 가면서 지켜야 할 덕목이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단어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는 면에서 좋은 광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 듯, 최근 이와 비슷한 류의 광고 카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학생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1백권' '사법연수생이 꼭 읽어야할 10권의 책' '한국인이라면 꼭 보아야 할 영화 10선'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명화' '살아 있는 동안 꼭 봐야 할 문화유산들' 등등 출판, 영화, 미술, 음악 전반에 걸쳐 '꼭'이 흥행 코드로 자리잡은 듯합니다. "그것도 죽기 전에~" "살아있는 동안~"이란 다소 부담스러운 수식어를 붙여가면서까지 말이지요.

2007년을 맞이하면서 한국교회는 개정사학법 재개정, 평양 대부흥 1백년, 대통령 선거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새해를 맞고 1월도 벌써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새해 처음 세웠던 결심이 무뎌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봅니다. 그와 함께 'Must have' 한국교회가 반드시 꼭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학법을 예로 들면, 총회장을 비롯한 교계 지도자급 인사 70여 명이 삭발하고 교단장들이 모여 금식 기도회를 갖고 매주 목요일 목요기도회를 통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재개정을 이뤄내리라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교계 일각에선 여전히 개정사학법 재개정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본보 홈페이지엔 "사학법이 재개정된다고 과연 죽었던 사학이 다시 살아나겠는가, 삭발한 목사님들은 사학이 병들고 죽어갈 때 그때는 뭘 했는지 묻고 싶다. 투쟁을 위해 머리를 깍을게 아니라, 이 지경까지 오게된 우리의 죄를 위해 머리를 깍고 우리의 옷을 찢어야 한다."란 글이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그 분의 지적이 틀리진 않았지만 1백% 옳다고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삭발을 한 목회자들이 시위를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해입니다. 그것은 절대로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과 권리를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지켜야겠다는 절박한 책임의식의 발로인 것입니다. 총회장께서는 심지어 '순교적'이라는 표현도 쓰셨습니다. 사학법 재개정 문제는 교육의 자율권이나 선교의 자유는 물론 교회의 존립 자체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가 반드시 꼭 해야할 것 중 하나가 'Must have 사학 수호'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머리를 깍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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