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할머니들의 '특별한 성탄절'

[ 교단 ] 남모르게 24년간 독거노인들 후원해온 목민교회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01월 04일(목) 00:00
"성탄절 지나기 전에 제일 먼저 여러분들을 찾아왔습니다"

무의탁 노인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고 있는 '소망노인의 집'에 얼마전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지난 12월 20일 열린 이날 행사는 오직 소망의 집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한 것.

   
'소망의 집'에 기거하고 있는 한 노인이 이날 공연을 펼친 목민교회 어린이를 포옹하고 있다.
먼저 색동옷과 댄스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 친구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등장했다. 그 뒤로 김동엽목사(목민교회 시무)와 양손 가득 쌀, 귤, 쇠고기, 떡 등 선물을 한아름 든 성도들이 줄지어 섰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목민교회 식구들은 이른 아침부터 선물을 포장하고 장기를 펼칠 아이들은 이틀 밤 잠을 설쳤단다. 모두들 상기된 표정이다.

소망의 집은 지난 1982년, '자식들에게 조차 버림받은 노인들을 보살펴야겠다'는 이상귀 은퇴목사의 뜻으로 설립됐다. 이 목사는 故 한경직목사의 도움으로 동대문구 전농3동에 소망의 집 건물을 마련하고 갈 곳이 마땅치 않은 홀로된 노인들을 정성으로 돌봤다. 그러나 동네가 워낙 낙후돼 있던 터라 17년 전 재개발 지역으로 선포된 뒤 건물은 철거됐고 지금의 자리인 종로구 평창동 세검정 지역에 터전을 마련했다.

이 목사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전에는 78개 교회와 개인후원 등 수백명이 소망의 집을 후원했지만 이곳으로 이사온 후로는 7개 교회와 몇몇 후원자들만 도움의 손길을 베풀고 있어 좋은 동네에서 지내는 듯 보여도 안은 춥다"고 말했다.

"그래도 명절이나 연말연시가 되면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손길들이 있어 너무 고마워요. 특히 김 목사님은 설립 당시부터 소망의 집 후원자로 있었고 5년전 부터는 후원회장을 맡고 있죠." 지난 24년 전 맺었던 소중하고도 값진 인연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 친구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맘껏 뽐낼 시간. 신나는 꽹과리 소리와 함께 탈춤 공연이 시작되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박수를 치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사위에 그간의 외로움과 회한을 날려 보내려는 듯 어깨짓이 힘찼다. 이어지는 재즈댄스 공연에서도 흥겹게 몸을 들썩였다. 그렇게 평소 소외됐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날 만큼은 주인공이 됐다.

이날 드려진 성탄예배에서 김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온세상 사람들이 다 기뻐하는 '예수님'이란 선물을 보내주셨다"며 "예수님의 사랑으로 이 곳에서 함께 모인 여러분들이 그 사랑을 깨닫고 머지않은 날 영원한 천국에 가서 하나님의 축복속에 평안히 사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요즘 소망의 집은 매일 새벽 3시가 되면 불이 밝혀진다. 다함께 새벽기도를 드리기 위해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부터 병든 노인까지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하나님앞에 무릎을 꿇는다. 기도제목은 좋은 건물이 아닌 온정이 숨쉬는 동네로 이사가는 것. 그들의 기도가 하늘까지 무사히 상달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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