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의 희망찬 새출발 "저희 결혼했어요~"

[ 교계 ]

이수진 기자 sjlee@kidokongbo.com
2006년 11월 30일(목) 00:00
지난 주 서울역과 청량리역에선 아주 특별한 결혼식이 진행됐다. 신용불량자로, 또는 알콜중독이 되어 거리를 전전하는 노숙자의 삶을 살았던 이들이 복음을 접하고 갱생의 길을 걷다가 반려자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된 것.

"지금 제 심정은 하루종일 웃고만 싶습니다. 하나님께 받은 은혜 평생 남에게 베풀며 살겠습니다."

지난 23일 11시 청량리역 광장, 노숙자와 알콜중독자 신분을 벗어나 하나님을 영접하고 갱생의 삶을 살게됐던 유용일 전도사(46ㆍ서울장신대 3학년 / 본보 6월 3일자 제2561호 28면 보도)가 결혼예식을 올렸다. 이날 예식의 주된 하객은 그와 동고동락했던 노숙자 친구(?)들 2백여 명. 주례는 그를 구원의 길로, 또 하나님 청지기의 길로 인도한 김원일목사(신생교회)가 맡았다.

김 목사는 "오늘 이 자리는 평범한 자리 같지만 주님이 함께하시는 자리입니다. 지난 8년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예배드려진 이 청량리역 광장에서 구정물과도 같았던 신랑의 인생을 포도주와 같은 인생으로 바꾸신 기적의 장소입니다. 두 부부가 좋은 하나님의 일꾼이 될 것을 믿습니다"라고 축복의 말을 전했다.

유 전도사와 백년가약을 맺은 박훈례 씨(46)는 서울장신대학교에서 함께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동기. 불과 1개월 간의 짧은 만남 후 결혼이었다. 이 기간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온전히 사랑하게 됐고 하나님안에서 영원히 비전을 나눌 것을 약속했다. 박 씨는 "함께 기도하면서 유 전도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크심을 알게됐어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우리 부부가 노숙자 분들께 새로운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날 예식의 모든 비용은 예수소망교회(곽요셉목사)와 나사렛웨딩에서 일체 무료로 지원했다. 매월 넷째주 목요일마다 신생교회에 와서 식사자원봉사를 담당하고 있는 예수소망교회 노숙자공동체에서는 이날도 50여 명의 봉사자들이 파견나와 축가를 부르고 배식봉사를 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결혼예식 중 '사랑의 종소리' 축가가 울려퍼지자 신부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슬픔의 눈물이 아닌 그간의 회한과 기쁨이 담긴 감격의 눈물이었다. 유 전도사는 "사실은 제가 울려고 했는데... 저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너무 큽니다. 그 사랑을 어떻게 다 갚아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받은 그 사랑 믿음으로 진실되게 우리 식구들(노숙자)과 나누며 살아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1일 후암동 금성교회에서는 특별한 결혼식이 진행됐다. 그 어떤 결혼식보다 뜨거운 하객의 축복 속에서 입장하는 부부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회환의 모습이 교차했다.

IMF 외환위기로 회사가 부도나면서 소중한 직장과 재산을 잃어버리고 어렵게 살아온 '신용불량자'. 오랫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에서 이들에게 결혼식은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사치'였다.

그러나 신용불량자 및 노숙자의 재활을 돕고 있는 '소망을 찾는 이' 김용삼목사(신림교회 부목사)와 기독교단체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차일피일 미뤄두었던 결혼식이 열릴 수 있었다. 서울역 쪽방 예배에 참석하고 있던 4가정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기독교 기업인 나사렛웨딩이 드레스와 결혼식을 진행했고, 라팜프가 헤어 메이크업을 갤러리스튜디오가 사진과 비디오 등을 도왔다. 교회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금성교회가 장소를 제공하고 신림교회(전준식목사)가 신혼 여행비용 일체를 부담했다.

이날 주례를 맡은 김용삼목사는 "하나님과 더불어 의지하고 살아가는 가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축복하면서 "한 때는 삶을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좋은 직장을 구하고 건실한 삶을 살고 있는 만큼 하루에 번 돈은 꼭 1%를 저금통에 모아서 가난하고 힘든자를 도울 것"을 강조했다.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 가정은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것을 믿기 때문"이라는 김 목사는 "하나님의 가정 안에서 소망을 발견하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하객들에게 부탁했다.

"우울했던 지난 과거는 모두 잊고, '소망'이라는 이름으로 미래를 다시 설계하겠습니다."

4쌍의 신혼부부들은 쪽방에서 벗어나 작지만 아담한 '신혼집'에서 자녀와 함께 새 인생을 살아갈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최은숙 ches@kidokongbo.com
정보미 jbm@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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