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으로 아이들의 미소를 찾아주십시오"

[ 교계 ] 꽃때말 공부방에 2억 기부한 정남식 시인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6년 11월 07일(화) 00:00
   
정남식시인.
"꽃때말 공부방 2호점의 종자돈으로 사용해 주십시오."

베레모를 쓰고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한 노신사가 조심스레 흰 봉투를 꺼냈다. 평생모은 돈이라며 2억원을 들고 국제 NGO 월드비전 사무실을 찾은 정남식 씨(66).

'절약하면서 노년을 아쉽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범위'를 남기고 전 재산을 기부했다는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때문에 어린이들이 미소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꽃때말'이란 탤런트 김혜자 씨가 펴낸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의 줄임말. 김혜자 씨가 기부한 책 인세로 작년 1월, 강원도 태백에 형편이 어려운 탄광촌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공부방 '꽃때말' 1호점이 지어졌다.

이제 정 씨의 기부로 2호점이 지어질 예정이다. 결코 적다고 말할 수 없는 돈을 선뜻 기부하게 된 동기를 묻는 기자에게 정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6ㆍ25 전쟁이 일어나 그 이후의 참상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또 젊은 시절 무역사업을 하며 세계 곳곳을 다닐 때 스리랑카 필리핀 등 빈국 어린이들의 어려움을 많이 접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미소를 찾아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씨는 자신의 인생을 6단계로 나눴다. 제 1단계인 유년기 시절부터 학생, 직장인, 무역회사 대표 등으로 4단계를 거친 뒤 제 5의 인생으로는 시를 지었다.

시집 '큰 향기 작은 꽃'으로 등단한 뒤 최근 '머물었으나 흔적없으니'라는 시집을 펴냈다. 그리고 지금 기부를 시작하며 제 6의 인생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6단계는 '나눔의 인생'이다. "책이 팔려서 인세라도 나오면 이번엔 전액 해외아동을 위해 기부하고 싶습니다."

부인 문공자 권사(64)도 얼마전 해외의 불우한 아동을 위해 써달라며 생활비를 아껴 모은 1천만원을 월드비전에 기탁했다. 문 씨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오염되지 않고 신선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샘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양을 사달라 전했다고. 정 씨는 그런 부인의 마음씨가 참 고마웠다고 한다.

IMF로 사업에 위기를 맞았을 때 부인은 정 씨를 교회로 인도했다. 그때부터 나가게 된 새벽기도는 정 씨에게 든든한 안식처가 되었다.

"사실 제 인생에는 마지막 7단계가 남아있습니다. 이제 서서히 건강도 나빠질테니 인생의 동반자인 부인과 함께 많은 생각을 나누며 '사색의 인생'을 살고자 합니다. 서서히 교회 봉사도 시작하려구요."

흐뭇하게 웃는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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