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새로운 찬송가 "비난보다 격려가 우선"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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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11일(수) 00:00

문성모/ 서울장신대학교 총장

찬송가는 성경과 더불어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거의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 성경과 찬송가는 기독교인들이 매번 드리는 예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며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생사화복의 모든 환경과 시험에서 믿음을 굳세게 하는 지침서이자 안내서이다.

찬송은 복음이 아니라 복음에 대한 응답이다. 복음은 유일하고 불변하지만 응답은 다양하고 가변적이다.

따라서 말씀 자체는 변함이 없지만 이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찬송은 시대에 따라, 장소에 따라, 민족에 따라, 문화에 따라 변천되어 왔다. 이는 성경의 원전으로부터 많은 번역서들이 시대에 따라, 장소에 따라, 민족에 따라, 문화에 따라 변천되어 온 것과 같다.

우리나라의 찬송가는 1894년 언더우드의 찬송가 이래로 많은 변천 과정을 거치면서 분열과 통합을 계속하여 현재는 1983년에 한국교회 선교 1백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찬송가를 쓰고 있다.

찬송가가 바뀌는 주기는 일정치 않으나 우리나라의 찬송가 변천 과정으로 보아 23년이 된 현행 찬송가는 해방 후 가장 오래 동안 사용한 것이므로 이제 새로운 찬송가가 만들어질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더구나 우리는 21세기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였고 모든 사회적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신앙생활을 하고 있기에, 성경의 새로운 번역과 더불어 신앙고백, 주기도문의 재번역과 찬송가의 개편은 필수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찬송가 역사에서 제대로 된 찬송가의 시초는 1908년에 발행된 '찬숑가'이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연합 찬송가라는 의미도 있고 그 내용 또한 현행 찬송가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23년 뒤에 개정한 1931년의 '신정찬송가'는 현행 찬송가에 더욱 가까운 모체가 되고 있다. 그 뒤에도 찬송가 개편은 여러 번 있었으나 이는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모두 '신정찬송가'의 아류일 뿐이다.

새로 발행되는 '21세기찬송가'는 비로소 '신정찬송가'의 아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총 2만5천 곡에 이르는 찬송가와 복음성가를 모두 분석하고 선별하였는데, 이를 위하여 10년의 세월 동안 약 2백여 명의 위원들이 약 5백 차례의 회의를 통해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우선 우리곡 찬송가를 가능하면 많이 채택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여 그 중 1백26곡을 채택하였다. 둘째로, 외국의 유수한 찬송가들 수십 종을 분석하는 작업을 하였고, 여기서 영ㆍ미권 이외의 다른 문화권의 찬송가들도 상당수 참고하여 53곡을 새로 넣었다.

셋째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옛 찬송가들 중에서 현행 찬송가에 없는 좋은 찬송들을 재검토하였다. 여기서도 많은 좋은 찬송들을 얻을 수 있었다. 넷째로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복음성가들 중에서 고전적인 찬송가 스타일의 것들을 찬송가 안에 삽입시키는 작업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잘 불려지지 않거나 너무 오래되어 시대의 뒤져있는 찬송가 76곡을 탈락시켰다. 그러나 찬송가는 넣는 것보다 빼는 작업이 더 어려워서 많은 난제들을 풀어야 했다. 그리고 부록으로 실린 교독문의 양을 현재보다 약 2배 이상 대폭 늘려서 교회 절기에 맞춘 예배를 드리는 데 불편하지 않게 하였다.

전체적으로 종합하면 6백45곡의 찬송이 수록된 책이 만들어졌다. 이는 지금의 찬송가보다 87곡이 늘어난 양이다. 하지만 현재 세계적인 찬송가의 추이가 약 8백곡 정도의 분량인 것을 감안한다면 양이 많은 찬송가라고 말할 수는 없다.

10년간 공들인 찬송가가 산고의 고통을 감내하며 탄생하려고 한다. 비난보다는 격려하며 '마지막 연합찬송가가 될지도 모를' 21세기 찬송가의 태동을 조용히 기다려봄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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