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칼럼] 언어가 주는 오해와 이해의 함수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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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9월 27일(수) 00:00

"조화! 저 다양한 색갈들의 조화 좀 봐라, 기막히지 않니? 난 이 때마다 '가짜 꽃'으로 알아들었다는 사실!...ㅋ ㅋ"

아름다운 단풍나무 사진과 함께 막내 딸 아이의 '미니홈피(인터넷 미니 홈페이지의 줄임말-편집자주)'에 올려져 있는 글이다.

작년 가을, 과천 현대 미술관에 단풍을 즐기러 갔을 때의 일. 형형색색의 단풍잎들이 각각 최고의 모습으로 우리들을 반겨주는 중에 특이한 단풍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한 나무에 빨강 노랑 초록 갈색 심지어는 보라 빛을 띄운 각각 다른 색의 잎들이 함께 어울려 특이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 단풍나무를 바라보며 숨 막힐 것 같은 아름다움에 취해서 나는 계속 막내에게 말했다 "저 나무야말로 '조화'의 극치이구나! 저 조화의 아름다움을 봐라, 하나님의 솜씨가 기막히지 않니?" '조화'라는 말을 할 때 마다 "조화? 어디?" 하면서도 도무지 감탄하는 반응이 없는 것이 너무도 이상했는데 얼마 후, 막내의 미니홈피에서 이런 글을 읽게 되었다. 우리는 그날 '조화' 라는 단어를 몇 번씩주고 받으면서도 전혀 다른 해석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또 일찍 미국에 갔기 때문에 한자로 된 단어에는 약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사건은 우리 모녀에게 크고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었다. 매일의 삶 속에서 사용하는 얼마나 많은 말들이 이렇게 잘못 말하고 들려질까. 의사소통의 도구로서의 말이 제 몫을 하려면 이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지혜와 배려와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내 말을 들어라, 내 말이 안 들리느냐, 왜 내 말을  못 알아듣느냐며 서로를 향해 고함만 치며 질타하고 있진 않은가? 상호 이해를 통하여 평화를 이루어가며 하나를 지향해 가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오히려 오해와 분열과 갈등의 도구로 사용되어 지고 있는 아픈 현실을 보면서 상대의 입장과 눈높이 환경 정서 그리고 기분까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사랑과 평화의 수단이 되어야 할 말은 오히려 무서운 독소를 뿜어내는 독약이 될 수 있음을 경시해서는 안된다. 국가와 사회지도자들의 자기중심적이고 배려 없는 말 때문에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갈등과 분열의 아픔이 부끄럽고 안타까운데, 최근에 한 종교지도자의 말 한마디로 온 세계가 들끓게 되는 사건을 보며 갈등과 분열의 도구화 되어진 말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사회 뿐 아니라 교회 안에 까지 번지고 있는 고질병인 양극화 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스도의 모습을 크게 손상시키고 있는 교회내의 갈등과 분열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나님과 원수된 인간들을 하나님과 화해시키시기 위하여 창조주이신 하나님이 스스로 피조물 되어 피조물의 삶을 사시면서 피조물들의 말로 우리를 가르치시고 깨우쳐주시며, 마지막에는 대속죽음을 통한 사랑의 메시지로 우리에게 생명의 길을 가르쳐주신 그 분의 지혜와 배려와 사랑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내 입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내 수준으로 표현하면서 내 딸이 이해하고 동조해 주기를 당연시했던 나의 어리석음이 내 딸에게 오해와 혼란을 일으켰듯이 오늘 자기중심적이고 배려 없는 지도자들의 말들이 오해와 갈등과 분열을, 그리고 더욱 심각해져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 평화의 왕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통해서만 치유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음은 명백하다.

섬김을 받는 말이 아니라 섬기는 말, 무너뜨리고 죽이는 말이 아니라 세우고 살리는 말, 정죄와 비난이 아닌 이해와 용서, 소외시킴과 몰아침이 아닌 수용과 포용의 말, 편 가르기 아닌 하나로 뭉치는 말들을 통하여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하나님 자녀들의 기도와 바램이 교회와 크리스찬과 특히 지도자들의 입과 삶을 통해 이 땅에 퍼져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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