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교회의 아름다운 상생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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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9월 12일(화) 00:00

배 현 주/ 부산장신대학교 신약학 교수

지난 몇 년간, 농촌목회를 지망하는 신학생들과 농촌 목회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도시의 훌륭한 목회자들과 모범적인 교회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잘 알려져 있는 반면에, 고령층 주민들이 주로 남아있는 척박한 농촌 지역에서 뜨거운 사랑과 소명감을 지니고 사역하시는 농촌목회자들의 이야기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농촌목회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한국교회사가 농촌선교사 없이는 완전한 기록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도시와 농촌의 관계, 도시교회와 농촌교회의 관계에 대하여 새로운 눈으로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무엇보다 농촌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와 더불어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생태계의 문제를 목회와 기독교적 실천의 과제로 끌어안고 일하는 농촌교회 사역은 21세기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비전을 제시해준다고 하겠다.

첫째, 대부분의 도시 교회가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거나 지역공동체의 핵심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교회성장주의와 개인 전도라는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기 쉬운데 반하여, 농촌 교회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교인과 비교인의 구분을 넘어 지역 사회 전체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교회는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며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로 성장하고 있다.

둘째, 지역사회 중심으로 정체성을 설정한 농촌 교회는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적 성향을 많이 극복하고 있다. 농촌지역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느 한 교회나 교파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도시 교회 교인들의 수평이동도 마다 않는 교회 성장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지역사회의 복음화와 함께 지역공동체가 직면하는 문제의 해결을 선교적 과제로 삼는 농촌 교회는 지역 교회들 상호간 연합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도시교회에서 목사는 설교가 관건이다. 그러나 생활이 빤히 들어나는 농촌에서는 목회자의 일상적인 생활 전체가 주민들에게 쉽게 드러난다. 생면부지의 땅에 사랑의 정신으로 들어가 섬김의 삶을 실천함으로써 지역을 변화시킨 농촌 목회자들은, 일방적인 복음 전도 이전에 신뢰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넷째, 농촌 지역사회 전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역 공동체의 정신적 문화적 기반과 결집력을 제공하는 농촌교회의 목회와 선교는 국가 발전을 위한 큰 공헌이기도 하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나 "지역 공동체 형성 및 의식 함양" 등의 정신적 문화적 과제들은, 바로 교회의 선교적 과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야심없이 순수하게 '하나님의 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회자들은 지역사회의 참된 등대이다.

다섯째, 이러한 농촌 교회의 에큐메니칼적인 선교활동은 한국교회의 해외선교가 배워야 할 모델로서, 특히 농촌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지역의 선교는 한국의 농촌교회의 경험과 신학을 토대로 다시 점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도시가 문명의 꽃이라면, 농촌은 문명의 뿌리이다. 자연, 환경, 먹거리, 공동체문화, 그리고 전통문화 등의 산실인 농촌이 생명을 잃게 되면, 도시 역시 건강과 활력과 휴식의 근원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도농교회간 협력관계의 성격에 대해서 재고해야할 필요가 있다. 도시교회는 재정 후원자이며 농촌교회는 미자립교회로서 수혜자라는 단순한 경제 논리적 정의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만 보아도 도시교회의 '헌금교인들'은 대부분 농촌의 '모판교회'에서 성장했다.

공해, 환경오염, 물질주의, 소비주의, 개인주의가 팽배한 도시에서 고투하는 도시 교회들은 환경 친화적인 농법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삶의 길을 열어가는 농촌 교회와 친교의 관계를 가짐으로써 기독교적인 문명의 대안을 모색하는 실천에 참여하는 셈이 된다. 한 농촌 목회자의 지적같이, 도시목회자들이 병든 음식을 먹고 병들게 된 교인을 찾아가 위로하고 기도하기에 앞서 좋은 먹거리를 사먹게 해서 교인도 살리고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촌교회와 그 지역 농촌공동체도 살리는 일을 목회적인 과제로써 고려할 필요가 있다.

21세기는 지역과 세계가 하나이듯 농촌과 도시가 하나인 시대이다. 한국기독교가 이미 아름다운 상생을 시작한 도시와 농촌의 여러 교회들과 함께 보다 본격적으로 도농교회간 나눔과 친교의 관계를 맺어나간다면, 이는 새로운 문명의 새벽을 여는 소중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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