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기도취증 (narcissism)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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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8월 23일(수) 00:00
서임중
포항중앙교회 목사

계속되는 폭염으로 사람들은 질식할 지경에 이르렀다. 열대야(熱帶夜)로 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니만 급기야 질식사(窒息死) 이야기가 안방에까지 들려온다. 가뜩이나 정치와 경제상황이 우리들을 숨 막히도록 짜증나게 하는데 날씨까지 그러니 너나없이 살맛나지 않는다고 아우성들이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것이 심상치 않은 것은 너나없이 보고 느끼는 오늘의 현실이다. 정치권은 말할 것 없고 노동계,교육계의 현실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는 국민들은 국가 장래에 관해 좌불안석(坐不安席)인데 정부여당은 말할 것 없고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는 제1야당의 하는 일들을 보아도 도대체 내일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말하면 또 골통 보수의 병이라고 몰아세울 사람들이 있겠지만 필자도 최루탄 맞아가면서 소위 골통 보수층과 투쟁하던 때가 있었고 요즈음도 종종 좌파적 사상의 목사 아니냐는 핀잔을 듣지만 작금의 상황을 한 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추진과 관련해 대통령의 말이나 전직 국방장관들과 현직 국방장관의 대화 내용이 전혀 걱정하지 않고 국민들이 생업에 전념하기에는 무언가 모를 우려스러운 마음을 갖게 한다.

이처럼 청와대나 총리실이나 여당 수뇌부나 국방부나 통일부나 교육부나 그 어디를 들여다보아도 걱정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는데 정작 그 자리에 계신 분들은 전혀 아무 문제없이 괜찮다는 듯한 언행을 하는걸 보면 우리는 지금 국가적 자기도취에 함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요즈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새삼 무릎을 꺽으면서 생각해 본다.

그리스 신화의 나르시스(Narcissus)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생활에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물에 비친 자기의 아름다운 모습을 연모하다가 빠져 죽어서 수선화가 된 미모의 소년 나르시스는 좋게는 자부심이 강한 청년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기도취증(narcissism)의 모델로 이해된다. 요즘 이 나라 중심부에 계신 분들을 보면 어느 때보다 자신들의 존재 사역에 자부심을 갖는 동시에 객관적으로 볼 때 자기도취에 상황분별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온 나라가 수해로 이곳 저곳에서 힘든 백성들의 절규가 하늘을 찌르는데 청와대 정부여당 수뇌부 오찬에서는 민생 문제는 단 한마디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좀 가혹한 표현이지만 자기들의 밥상 앞에 앉아 반찬 투정하는 듯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필자는 슬픔을 느꼈다. 지도자들은 아래위를 함께 보는 혜안을 가져야 하고 또 수평관계를 원만하게 할 수 있을 때 지도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그것은 누가 그렇게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전적 자기 책무인 것이다.

'진서 손초전'(晉書 孫楚傳)에 나오는 '수석침류(漱石枕流)'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돌로 입을 가시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다'란 말로서 원래는 일찍부터 탈속을 원했던 손초가 왕제에게 '돌을 베개 삼고 흐르는 물로 입을 가시다'고 할 말을 잘못한 말로서 실언을 한 것을 깨달은 손초가 왕제에게 자기가 한 말을 합리화시키기 위하여 '돌로 입을 가시는 것은 이를 닦기 위함이며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 것은 귀를 씻기 위함이라'고 말을 맞추어 억지를 쓴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 후 지고도 억지를 쓰는 일을 '수석침류'라고 한다. 도대체 나의 잘못은 전혀 없고 모든 것이 네 탓이라고 우겨대는 정치지도자들을 보면서 그 말이 새삼 생각난다.

인간 생활의 경직은 항상 자기도취에서 시작된다. '너'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나'를 주장하는데서 모든 인간관계가 단절된다. 그것은 결국 하나님과의 단절이 되기도 하고 궁극적으로 아름답지 못한 실패의 삶으로 이어지게 된다. 요즈음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 전개되는 자기도취증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온갖 행태를 듣고 보면서 더욱 고소(苦笑)를 금치 못하는 것은 국민이 볼 때 빨간데 자신은 하얗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상대방을 향하여 까맣다고 우겨대는 것이다.

더욱 슬픈 것은 오늘날 교회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전개되는 것을 보고 들으면서 더 말할 것 없이 이 글을 읽는 독자가 그리스도인이라면 먼저 신앙의 자기도취증에서 깨어나야 한다. 교회 생활의 기준이 항상 '나'가 되어 내 교회,내 가정,내 가족하면서 이기주의에 길들여져서는 안 된다. 거룩한 공동체로서의 겸손과 섬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모든 기준이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자기 자신이 되어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자기도취증의 신앙에서 깨어나 황금률의 생명 신앙으로 우리는 부활해야 한다. 그러면서 광복 61주년을 맞으면서 애국가 말미의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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