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부부 싸움 "윈윈전략 필요"

[ 교계 ] '가정 목회' 실패하면 '교회 목회'도 성공하기 힘들어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6년 08월 15일(화) 00:00
서울 시내 한 교회를 시무했던 A목사는 여전도회 회장 선임 등 교회 내 크고 작은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부인으로 인해 목회에 지장을 받게 되자 부인과의 대회 중단은 물론, 부부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일러스트 이경남
이후 A목사는 교회의 대소사 논의와 심지어 부인과 상의해야 할 일도 권사회 회장 혹은 여전도회 회장 등 여성 직분자들과 상의했다. 소외된 부인은 남편에게 분통을 터뜨렸고 여전도회 회장과의 관계까지 의심하게 됐다. 결국 교회에선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거짓 소문이 퍼져 A목사는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목회자들 가운데 '교회 목회'는 성공해도 '가정 목회'를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목회자와 목회자 부인 간의 갈등을 비롯해 자녀 문제 등 그 양상도 다양하다. 심각한 경우에는 목회자가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일반인의 상담과는 달리 목회자부부의 상담은 설문조사 등을 통한 명확환 통계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대한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김필진교수(대전신학대학교)는 "목회자 부부 상담에 관한 논문들이 있긴 하지만 공식적인 조사가 어렵기 때문에 타당한 자료를 제시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가정 치유 전문가들은 전체 상담 중 목회자부부 상담비율이 30퍼센트이며, 그 중 성적인 문제와 폭력 문제가 가장 많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 소장 추부길목사는 "목회자나 그 부인의 상담 비율이 하루 3~4건에 달한다"며 "먼저 부부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회자 부인들은 목사인 남편을 비판하기 보다는 품어주어야 합니다. 가능한대로 남편을 격려하고 인정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추 목사는 목회자 부부관계의 회복 방법에 대해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가족의 날'로 정해 가족과 깊은 영적 휴가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목회자 부부 간에 문제가 생길 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끙끙' 앓고만 있다면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부부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수강하거나 가정사역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이다.

기독교가정회복센터(소장:천영식)와 안양노회 사회봉사부(부장:김인환)는 오는 9월 11일부터 군포 세린교회(주성훈목사 시무)에서 "목회자 부부 행복찾기"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행복으로 가는 부부싸움 △남녀의 차이와 역할 △서로의 욕구 충족시키기 △주장하고 배려하기 △말 잘 듣는 부부 △말 잘 하는 부부 △부부의 경제 생활 △성-부부가 만드는 종합예술 등 8주 동안 목회자부부가 행복할 수 있는 법칙에 대해 강의한다.

천영식목사는 "목회자가 자신의 부부관계를 목회차원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집에 돌아가면 호칭도 목사, 사모가 아닌 부부로 돌아가야 한다. 또 인간이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욕구를 덮어두지 말고 공개하라"고 말했다.

또 천 목사는 "목회자부부 간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자녀문제도 발생하게 된다"며 "한 쪽의 시각으로만 문제를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관계속에서 벌어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천 목사는 "'행복으로 가는 부부싸움'의 경우 싸우는 방법을 10가지 순으로 제시한다"며 "부부싸움이 없을 수는 없다.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이기는 것이 아닌 서로가 이기는 윈윈(win-win)전략으로 싸워야 한다"고 전했다.

경기도에서 목회하고 있는 B목사의 부인은 남편이 여성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인은 혼자 고민하지 않고 가정문제 치유 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전문가의 권유로 남편을 설득해 부부세미나에 참석하고 세미나 기간 동안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더 큰 사랑으로 감쌌다.

세미나가 끝날 무렵 이 목사는 부인에게 자신의 문제를 솔직히 고백하려고 했다. 그러나 부인은 듣지 않겠다며 "나는 지금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사랑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세미나에서 돌아온 B목사는 당시 시무하고 있던 교회를 정리하고 새로운 목회지로 옮겨가 부인과 함께 행복한 목회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목회자 가정이든 일반 가정이든 부부가 겪는 문제는 비슷하다. 가정에 불화가 발생했을때 무조건 덮어두거나 한 쪽 입장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와 목회자 부인이 부부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먼저 '가정 목회'를 회복해 나갈 때 진정한 '교회 목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행복으로 가는 부부싸움 10계명
(기독교가정회복센터 제공)

1. 싸울 내용을 합의하고 시간과 장소를 정해 얘기하라.
2. 하나의 주제만 가지고 싸워라.
3. 대화를 요청한 사람이 먼저 얘기하고 상대방은 들어라.
4. 말할 때에 비판하거나 공격하지 말라.
5. 배우자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고 공감하라.
6. 배우자의 말을 피드백하며 사과하라.
7. 작전타임을 가지라.(10~20분 휴식)
8. 공통분모를 찾아 합의한 후 룰을 정하라.
9. 잘못한게 있으면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라.
10. 서로에게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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