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大地, 복음을 기다린다

[ 교계 ] 희망 속에 한국교회와의 교류 바라는 '슬로바키아'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6년 07월 13일(목) 00:00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공산주의가 물러가고 난 공백과 세속주의의 거센 도전 앞에 복음의 역사를 강하게 소망하고 있다.
정신적 공백과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 방황하는 중앙 유럽의 젊은 세대를 위한 복음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오랜 세월 통제 사회로 정신 세계를 지배해 오던 공산주의 이념과 사상이 물러간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정신적 공백 속에 세속주의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젊은 세대를 복음으로 변화시킬 지도자 육성을 최우선적 과제로 꼽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앞선 산업과 발전된 경제적 배경을 가진 기업들의 진출로 주목받고 있는 대한민국과 이러한 흐름과 함께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있는 우리 교회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총회 사무총장 조성기목사는 현지에서 사역 중이 고재성선교사와 함께 슬로바키아 루터교회 본부를 방문, 향후 양 교회 간의 교류와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슬로바키아. 지난 1993년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정부가 정권을 잡으며 1918년부터 동반자로 함께 해 온 체코와 평화적인 분립이 이뤄져 1989년 공산정권의 퇴진 이후 다시 한 번 변화를 맞고 있는 나라이다. 다뉴브강 건너 남쪽의 헝가리가 개혁교회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분립된 체코는 후스 종교개혁의 영향 아래 루터교와 장로교회의 전통이 통합된 새로운 개혁교회로 출발한 반면, 이곳 슬로바키아는 여전히 강한 루터교회의 전통을 간직한 교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앙유럽 3개국 방문의 주된 목적이었던 헝가리 개혁교회와의 선교 협정 체결에 앞서 한국 기업의 유럽내 새로운 기지로 부상되고 있는 슬로바키아를 방문했다. 현재 우리 교단과의 공식적인 교류는 없었지만 이미 총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들이 구체적인 사역을 진행 중에 있었는데 이곳은 새롭게 형성 된 디아스포라 한인사회를 위한 목회와 중앙 유럽 국가와의 선교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거점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철의 장막에 가려져 있어 자유로운 여행이나 정보가 그리 충분하지 못했던 곳이었다고 할 수 있다.

   
슬로바키아개혁교회의 대표적 교회인 나이베치코스톨의 모습
지난달 6일 블라티슬라바에 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현지의 대표적인 교단인 아우스부르크신앙고백개혁교회(ECAV) 교단 관계자와 현지 교회협의회 실무 책임자 등의 환영을 받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통해 접근할 수 있었는데 구시가지와 강을 사이로 형성된 집단 주거지역은 지난 70년대 공산 체제 하에서 건립, 30여 년의 세월 속에 약간은 쇠락한 듯한 모습으로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시내 진입을 앞두고 도로의 표지판에는 직진하면 오스트리아의 '비엔나'가 안내되기 시작했고 일행은 갈림길로 내려서 다뉴브강 위에 세워진 현대식 다리를 건넜다. 다리 위에서도 보니 언덕 위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했을 성이 세워져 있고 도심은 개발과 건축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도로가 교차하는 도심 한 가운데 뜻밖에 만난 대통령궁은 주위 거리와 건물 광고판에 선명하게 보이는 국내 기업들의 로고만큼이나 새로왔다.

지도상으로도 수도 블라티슬라바는 슬로바키아의 서편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쪽에 인접해 있었는데 비엔나까지는 도로나 강을 통해 불과 한 시간 전후하여 닿을 수 있는 거리라고 하니 프라하나 부다페스트보다도 오히려 서유럽과의 교류가 활발했을 과거와 국가 분립 10년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도 급격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짐작케 했다.

현재 본 교단에서는 블라티슬라바를 중심으로 고재성 홍명희선교사를, 남부 도시 꼬마르노시에 박성곤 김석란선교사 부부 등 두 가정을 공식 파송한 바 있다. 이 두 도시 모두 슬로바키아 교회와의 선교 협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도시들이다.

수도인 블라티슬라바에는 ECAV 교단 본부와 신학교 등이 위치해 있으며 한국 이민사회가 가장 먼저 형성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남부 도시 꼬마르노는 다뉴브강을 중심으로 분리된 현 국경으로 인해 슬로바키아 쪽에 위치해 있으나 전통적으로 헝가리 민족이 거주해 온 지역에 속해 있으면서 언어와 종교적인 영향은 오히려 헝가리와 깊은 관련성을 맺고 있는 지역. 그러다 보니 이곳의 주류 교단도 헝가리와 같이 '개혁교회'(Reformed Church)의 전통을 간직, 루터교의 전통을 이어온 슬로바키아교회와는 다른 흐름을 이어오고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슬로바키아에 속해 있지만 공식적으로 슬로바키아어와 함께 헝가리어가 사용되고, 종교적으로도 그러할 뿐더러 심지어 경제적으로도 강건너 쌍동이와 같은 도시 '꼬마른'과 묶여 있는 이 지역은 마치 두만강과 압록강이 국경으로 확정되면서 수많은 조선족들이 민족의 뿌리와는 무관하게 중국에 거주하게 된 현실과 흡사해 보였다.

   
꼬마르노에 본부를 둔 슬로바키아 개혁교회 총회 임원들은 한국교회와의 만남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표현하며 교류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수도 블라티슬라바에서 1박 2일의 짧은 일정을 머무는 동안 신학교 교수로도 재직 중에 있는 율리우스 필로 총최장과 고재성선교사의 안내로 유라이 반디학장을 비롯한 신학교 관계자와 온드레이 프로스트레드닉 교회협 총무가 배석한 가운데 슬로바키아내 교회 전반과 신학교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마침 입학 시험이 치러지는 기간이어서 긴장한 학생들이 면접을 위해 긴장한 모습으로 삼삼오오 모여있는 중에 신학교 내의 한쪽 공간을 빌려 출발한 한인교회 예배실과 함께 시내 교회들도 둘러보았다.

일행은 도심에서 30분 가량 떨어진 마을에 위치한 디아코니아센터로 총회장의 부인이 책임을 맡고 있는 아가페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 시간에 총회장 공식 초청으로 만찬을 가진 뒤 다음날 교단을 방문 실무진들이 공식 배석한 가운데 교단에 대한 소개를 받고 향후 양 교단 간의 공식 협력 관계 형성을 위한 실무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과거 공산권에 속해 있어 교회의 재산을 빼앗기고 종교 교육에 제약을 받아 온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의 맥을 이어올 수 있었는데 정작 자유로운 신앙 생활이 가능해지고 정부로부터 교회 재산에 대한 반환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세속주의의 거센 도전 앞에 슬로바키아 교회 역시 여타 중앙유럽 국가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단적으로 서구교회에 비해 이 지역의 신자율이 높다는 것은 이념의 도전보다 현재 서구를 몰아치고 있는 세속주의 도전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알게 해주는 단적이 예라 할 수 있다. 이 점이 슬로바키아교회가 차세대를 위한 신앙 교육에 남다른 관 갖는 요인이라 하겠다.
최근 율리우스 휠로 총회장이 전주한일장신(총장:정장복)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 한국 사회의 변화와 교회의 저력을 체험한 바 있고, 수년전부터는 본 교단 동안교회(김형준목사 시무)와 교류가 본격화 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선교사들의 입국으로 이들은 한국교회가 오랜 기독교국가인 자국 내에서 어떠한 사역을 전개할지 일단의 의아심과 함께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꼬마르노에서 사역 중인 박성곤선교사와 부다페스트에서 사역 중인 정채화 정혜영선교사 부부
헝가리까지 동행하기 위해 찾아온 박성곤선교사와 동행해 박 선교사의 사역지인 국경도시 꼬마르노를 방문했다. 헝가리슬로바키아개혁교회 총회 본부에는 본 교단 총회 사무총장의 방문 소식을 듣고 임시 임원회를 소집, 회무를 진행하며 한국교회의 첫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해 주었다. 이 자리에서 게자 에들레이 총회장은 총회 파송 장황영선교사가 시무 중인 비엔나한인교회로부터의 교단 산하 신학교에 대한 장학 지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 박성곤 선교사의 사역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와 함께 향후 사역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짧은 시간에 만남이었지만 준비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헝가리와 국경 지역인 슬로바키아 남부지역에 분포된 교회들의 다양한 사역과 현실을 밀도있게 소개받고 11만의 교세 가운데 90퍼센트 가량이 헝가리어를 사용하고 있는 동 교회와 성도들의 이방인과도 같은 삶을 위한 기도 제목도 나누었다. 이들은 한국 교회와의 만남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표현하면서 복음 선교에 있어 공동 사역과 협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세계 제2의 선교 대국이라는 자부심 속에 6백 년 개혁교외의 전통을 간직한 이곳 중앙유럽의 교회들 찾아가는 한국교회의 발걸음은 이제 막 출발점을 벗어났다. 이들의 사역에 대한 분명한 좌표 또한 현재 작성 중이다. 총회와 후원교회 현지 사역자 모두가 섬김과 나눔의 자p세로 사역할 때 21세기 새로운 선교 행전은 복음의 놀라운 역사로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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