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협력 선교, 그 중심에 서다"

[ 교계 ] 중앙유럽 국가 선교 전초기지, 유럽선교센터 결실도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6년 07월 10일(월) 00:00

헝가리교회와 선교 협정을 체결하고 현지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들이 동석한 가운데 헝가리 교회 관계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교류와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 귀국길에 체코 프라하를 방문했다. 슬로바키아를 거쳐 북쪽으로 7시간 가량 기차로 여행해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프라하역에서 이종실선교사와 최근 총회의 파송을 받은 장지연선교사의 영접을 받아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1989년 철의 장막이 걷히면서 중앙 유럽에 위치한 국가들이 앞다투어 체제 변화를 선언하고 개방의 길로 나서자 이 지역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면서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게 됐다. 이 지역 국가들 가운데 정부 차원의 교류가 먼저 시작된 곳은 헝가리였다. 그러나 한국교회와 가장 먼저 접촉이 이뤄지게 된 곳은 바로 종교개혁자 후스의 유산을 간직한 곳, 체코였다.

체코는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로 건국된 뒤 1948년 공산화 되었으며, '프라하의 봄'으로 알려진 두브체크정부의 자유화 요구는 소련의 침공으로 무참히 짓밟혀지고 공산주의의 한층 강화된 폭압 정치를 불러오게 됐다. 그러나 1989년 이른바 '벨벳혁명'을 공산정권이 붕괴된 뒤 민주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으며, 1993년 민족과 언어, 문화가 다른 슬로바키아와의 평화로운 분립이 이뤄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체코 역시 강한 가톨릭의 영향권 하에 놓여 있는데 1415년 개혁가 후스의 순교로부터 종교 전쟁과 핍박을 겪기 시작했고, 이러한 역사는 17세기 재가톨릭화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수많은 개혁신앙의 후손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의 역사로 이어지게 됐다. 현재 체코의 기독교는 가톨릭이 63퍼센트, 개신교가 6퍼센트 등을 각각 점유하고 있는데 본 교단과 선교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체코 형제개혁교회(The Evangelical Church of Czech Brethren, 유럽 지역 교회의 명칭에 사용되는 'Evangelical'은 '가톨릭'에 반하는 '개혁'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편집자 註)는 체코 개신교회 가운데 최대 규모로 6백 개의 지교회를 갖고 있으며 교인 수도 20만 명에 달한다.

체코형제개혁교회는 지난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가 건국된 이후 장로교회와 루터교회의 전통을 가진 17~8개의 개혁교단이 프라하시에서 연합총회를 가짐으로 출범하게 됐는데 1차 세계대전 이후 교회가 통합되면서 공화국 내에서는 '로마로부터 탈퇴'운동이 일어나 국민의 18퍼센트 가량이 로마 가톨릭교회를 떠났으며, 교단 출범 이후 10년 동안 약 10만 명 가량이 당시 1백20개에 불과했던 형제개혁교회에 등록, 교인 수는 무려 25만 명을 헤아리게 됐다. 또한 교단이 출범한 이듬해에 목회자 교육을 위한 '후스개혁신학부'가 세워졌으며 이는 1953년 꼬멘스끼 개혁신학부로 명칭을 바꾸게 됐다

이러한 체코교회와 한국교회의 만남은 체코가 개방되던 시기와 맞추어 이뤄지게 됐다. 1989년 당시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으로 활동했던 증경총회장 김형태목사(연동교회 원로)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CC 본부를 방문한 뒤 귀국길에 체코를 방문한 것인 체코교회와의 교류에 시발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후 1993년 이종실목사가 양 교단 간 협력 사역의 코디네이터로 현지에서 사역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고, 1994~5년 찰스대학교 개혁신학부 건물을 중수할 때 서울노회 새문안교회(이수영목사 시무)가 세계교회와 함께 지원 대열에 동참하였다. 이어 계속된 교단장 차원의 방문은 1995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은 체코형제개혁교회 찰스대학교 신학부 교수와 본 교단 총회 공식대표들 간의 공동성명을 낳게 되고 이어 1997년 양 교단 간의 선교협정이 체결로 열매를 맺게 됐다.

선교 협정 체결과 함께 현지에서 사역해 오던 이종실목사는 총회 선교사로 공식 파송을 받아 체코형제개혁교회 총회 에큐메니칼 전문위원으로 사역하면서 교단 산하 3백 교회를 대상으로 선교 프로그램 개발과 전체 교회를 위한 설교 목사직과 함께 프라하 꼬빌리시교회 내 한인공동체와 일본 몽골인들을 위한 목회를 담당하고 있다.

본 교단의 선교 역사 가운데 중앙유럽은 가장 늦게 출발된 지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등 중앙유럽 지역에 대한 선교사 파송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협력 선교의 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의 중심에는 체코를 기반으로 쌓아온 오랜 경험과 함께 한국교회의 진지한 관심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유럽 선교 사역에 임하는 선교사들이 겪게 되는 공통적인 어려움은 대부분 이 지역 국가들이 비록 현실적인 교세는 미약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오랜 기독교 역사를 통해 투쟁과 핍박의 역사는 물론이고 정치 사회의 변화에 따른 복음의 영욕 등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어 아시아 아프리카의 비기독교 국가에서 전개하는 선교적 방법론과는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점.

이러한 분석과 결론을 얻기까지는 현지 교회에 대한 오랜 관찰과 진지한 대화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문화선교 사역이나 현지 교회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지원, 공동 목회 등의 경험을 통해 그 대안으로 마련된 것은 한국교회를 포함한 성장하는 후발 기독교의 선교적 경험과 열심을 현지 교회의 오랜 경험과 현실에 접목시키는 방법이었고 이를 위해 신학적 연구를 통한 주체적인 방안을 교회지도자로부터 현장교회로까지 연결시는 방안이 추진됐다.

이와 같은 '나눔의 선교'(Sharing in Mission)를 위해 지난 해부터 체코 현지에서 중앙유럽선교센터 설립이 추진됐고, 금년 1월 정식 정부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현지에서 사역 중인 이종실선교사는 동 연구소의 산파 역할을 맡았지만 센터의 회장이나 실무를 책임질 총무 역할 등은 모두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 중앙 유럽 내 현지 교회 지도자와 신학자들이 맡도록 하고 본 교단 파송 선교사들은 연구원으로 사역의 경험을 신학화하는 구체적인 협력의 파트너를 자임하고 나섰다.

이 연구소는 향후 활동을 통해 전통적 선교 개념을 포함하여 교회간 서로 다른 선교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신학화하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현지 교회들이 선교에 대한 개념정립 위에서 선교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회복하고 주변 국가 교회 지도자들 간의 연대를 통해 선교를 실천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는 네트워크 구성에도 힘을 쏟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위해서 동 센터는 실제적인 선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현지 교회들이 타국에서의 선교 사역을 체험하고 이러한 과제들을 개발해 지역 교회에 공급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지난 1년 간의 준비 과정을 통해 조직이 구성되고 연구에 참여할 연구원들도 속속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정부 등록이 이뤄지고 현지 교회 지도자들이 책임을 맡으면서 체코교회는 교회협의회 차원에서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나섬으로써 일차적인 목표를 이루는 데에는 많은 진전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사역과는 별도로 중앙 유럽 내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들은 최근부터 1년에 두 차례의 연구 모임을 개최해 정보 교환과 현장에 대한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무엇보다 현지 지도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간담회를 통해 선교사들의 사역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사역의 효율성과 함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본 교단을 대표해 김태범총회장이 체코형제개혁교회를 방문 총회에 참석한 데 이어 금년 총회에는 동 교단 요엘 르물총회장이 공식 초청돼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 중에 총회 사무총장 조성기목사는 꼬빌리시교회 주일 예배 참석과 함께 저녁 시간에 르물 총회장과 만나 공식 초청을 재확인하는 한편 양 교회 간에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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