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에 거는 기대

[ 논단 ] 주간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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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05일(수) 00:00
김광웅
포항제일교회 목사

청소년시절 교회 중고등부에서 준비한 여름수련회에 참석했던 기억이 새롭다. 새로운 푸른산천을 대하며 동심의 세계에서 즐겁게 지냈던 그 몇 날! 집으로 돌아오기 전날 마지막 밤은 일생 잊을수 없는 감동의 학생부흥회가 되곤 했었다. 언제나 십자가를 높이 세운 캠프파이어는 마지막날밤의 피날레였다. 어김없이 우리는 완악했던 친구들의 회개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곤 했었다. 교회에 다녀도 전혀 하나님의 백성답지 않은 언행을 일삼던 친구들이 큰 변화를 경험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친구들의 눈물을 보게 되었다.

아침에 만나는 얼굴들은 퉁퉁부은 눈으로 인해 다른 이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얼굴마다 기쁨이 넘치며 웃음이 가득한 평안한 모습들이었다. 이러한 캠프파이어의 경험을 하고 난 후,우리 학생회는 가벼운 마음으로 찬송을 부르며 하산하게 된다. 선배들은 무거운 짐들을 나누어 졌다. 그러나 무겁지 않다. 마음의 평안과 기쁨이 모두의 얼굴에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에 돌아온 우리는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 새벽에 한 둘 모여오는 학생들의 수가 어른 참석자들의 수에 육박했다. 기도회가 끝나면 통성기도가 이어졌다. 기도시간이 끝나면 학생회실로 모였다. 거리 청소를 하자는 의견에 모두 찬성했다. 동네 골목은 금새 깨끗해졌다. 성경읽기를 계속하고 새 친구를 교회로 인도해 냈다. 교회에서 만나는 시간들이 즐겁고 모이면 복음성가를 힘차게 불렀다. 중생의 경험을 간증하는 글들로 팜플렛 형태 학생회지의 여러 지면이 채워졌다.

한차례 세월이 흘러 내가 교육전도사가 되었다. 청소년 학생들을 데리고 역시 수련회를 갔다. 말씀 공부 시간을 중시했다. 어긋나는 청소년도 있었다. 그러나 드디어 마지막 밤이 된다. 역시 그 옛날 우리가 쳐다보며 감동되었던 그 십자가가 활활 불타고 있다. 학생들은 데굴데굴 구르며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회개의 기도가 터져나온다.

아침이 되었다. 그 옛날 우리들처럼 이들 청소년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였다. 산을 내려온다. 동생들의 무거운 짐을 형들이 나꿔채어 짊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찬송소리가 울려퍼진다. 교회에 도착하여 기도하고 해산한 이 학생들은 다음날 새벽부터 새벽기도회에 참석할 것을 결정한다.

다음날 새벽,생각보다 더 많은 수의 학생들이 새벽기도회로 우루루 몰려온다. 그리고 웅성대며 기도한다. 날이 밝아오면 골목길 청소를 한다. 더 세련된 회지를 만든다. 표지는 이제 칼라인쇄가 된 회지이다.

그 옛날 목침같이 생긴 플라스틱 통 카메라로 찍었던 흑백사진 몇 장에 희미하게 나타나 있는 영상,그 작은 사진들이 우리의 청소년 시절 옛 추억을 되새겨보게 한다.

세월이 흘러 이제 전국으로 아니 세계로 흩어져 나간 그때 그 선후배의 얼굴들! 지금은 들려오는 소식마다 의젓한 어른들이 되어있는 친구들의 모습에 사뭇 기쁨이 넘친다. 어떤 친구는 나와 같이 목사가 되었다. 또 다른 친구는 의사가 되고 또 다른 친구는 교수가 되었다. 어떤 친구는 사업가가 되었고 또 어떤 친구는 학교 교장이 되었다. 하나님의 종으로의 목회일선에 선 사역자가 아니면 장로와 권사가 되어 하나님께서 주신 교회를 충성스럽게 섬기는 이들이 되었다.

다시 또 한차례 세월이 흘러 지금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과 어린 학생들을 본다. 수련회를 간다. 떠나는 날 간절한 기도로 전송한다. 사뭇 기대에 찬 모습으로 떠난다. 이 학생들이 우리가 느꼈던 그 깊은 은혜의 체험을 하고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경험했던 그 캠프파이어의 진한 감동이 이들 오늘의 청소년들에게도 꼭 같이 있어지기를 소원하며 보낸다.

청소년 수련회 준비를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며 수고하는 선생님들을 본다. 이들에게 즐거운 놀이동산을 꾸며주기에 바쁜 선생님들의 땀흘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모니카 하나 뿐이었던 우리의 추억에 비하면 이제 이들에게는 기타도 있다. 컴퓨터도 들고 간다. 디지털 카메라도 여러대 있다. 사진을 찍어 기념의 순간들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준비를 했다. 푸짐한 음식준비물도 함께 간다. 따라가는 엄마부대도 그 규모가 엄청 커졌다. 미끄러지듯 육중한 신형버스들이 이들 이 시대의 청소년들을 안고 교회 뜰을 떠난다.

교회로 돌아오는 날이 기다려진다. 눈이 붓지 않았나 보고싶다. 평화가 넘치는 얼굴인지도 확인하고 싶다. 피곤에 지친 얼굴 뿐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된다. 다음날 새벽기도회에 찾아 나오는 학생은 몇 명이나 될까 기대도 해본다.

시간적 여유가 점점 더 없어 바쁘기만한 오늘의 청소년들에게는 영적 깊은 체험의 필요성이 더더욱 절실하지 않은가! 선생님들의 신앙적 준비는 어느정도인가? 학생들의 수양회에 임하는 마음의 자세는 어떠한가? 학창시절의 거듭남의 경험은 그 청소년의 일생의 가는 길을 바꾸어 놓는다. 이번 기회가 그들의 한 생애를 좌우하는 놀라운 경험의 출발이 되기 바란다. 나는 아버지 같은 심정을 갖고 이들을 수양회 장소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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