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옷깃을 여미는 6월

[ 논단 ] 신옥수/장신대 교수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6년 06월 15일(목) 00:00
해마다 6월이 오면 우리는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다. 수백만 명의 인명이 살상되고 국토가 초토화되며 결국 남북 이산가족의 뼈저린 아픔을 낳게 한 6. 25 전쟁의 비극 때문이다. 더욱이 35년 동안 일제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의 기쁨도 잠시일 뿐, 두 동강난 허리를 부여안고 살아야 하는 이 민족의 길고 긴 애달픔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개신교 선교 122년의 연륜과 더불어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한국교회는 오늘 이 땅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로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한국교회가 스스로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건강한 한국교회만이 한국사회를 올곧게 세우며 발전과 성숙을 위한 자양분을 공급하고 미래의 동력을 제공함으로써 힘을 보태는 일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어떻게 나라와 민족을 위로할 수 있을까?

첫째로, 한국교회는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고 확립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및 도덕을 탓하기 전에 먼저 한국교회는 교회다운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우선적으로 한국교회는 땅에 떨어진 교회의 거룩성을 회복해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에 대하여 도덕적 청렴성과 인격적 신뢰를 얻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때로 비판의 소리를 높일 때면, 오히려 세상 사람들로부터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 따라서 모든 목회자와 교인들에게서 가슴을 치고 무릎을 꿇는 진정한 회개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1907년에 한국교회의 역사를 새롭게 다시 쓰게 된 것은 온 교인의 애끓는 통회자복의 회개 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개인의 죄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 및 민족 모든 분야의 죄악들을 고백하고 돌이키며 새롭게 하는 점진적인 개혁이 요청된다. 개혁된 동시에 언제나 개혁되어지는 교회가 한국 사회의 개혁에 동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는 교회의 통일성을 회복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의 역사를 반복ㆍ지속해온 한국교회가 먼저 대립과 배척 및 불화의 관계에서 벗어나 이해와 화해 및 협력의 관계를 추구하는 모습을 앞장서서 보여줄 때에라야 한국사회를 위한 선한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 교회는 교회의 보편성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는 만인을 위한 교회이다. 따라서 인종 성(性) 세대 계급 지역에 따른 편견과 차별 및 분리의 장벽을 없애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특히 세상의 소외된 자들과 약자들에 대한 섬세한 배려와 돌봄이 요청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는 교회의 사도성을 회복해야 한다. 복음을 위해 고난당한 사도의 삶을 뒤따르는 교회는 이웃과 세상을 섬기는 종의 형태를 취한다. 교회가 세속적인 영광을 구하고 권력의 울타리에 안주하며 세상으로부터 인정과 섬김을 받으려한다면 사도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자신의 살을 찢으시고 피를 다 쏟으신 예수님의 희생의 정신이 교회 안팎에서 살아 숨쉴 때에 비로소 한국사회 안에서 빛과 소금의 직분을 감당할 수 있다.

둘째로, 나라와 민족에 위로를 주는 한국교회는 이웃 사랑의 힘을 드러내야 한다. 모든 크리스천들은 한국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과 책임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1980년 대 이후 한국 천주교가 급속히 부흥 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애정 어린 돌봄을 실천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사회 안에는 물량적 성장과 부흥 속에 자기도취에 빠진 개신교회에 대한 염증이 도처에 만연해 있다. 한국 교회가 이기적 공동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성령 안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그 열매들을 보여줌으로써 나라와 민족을 위로할 수 있다. 이웃사랑의 힘이 세상을 치유하고 위로하며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한국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눈물의 기도를 회복해야 한다.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떨어진 이후로 30배 60배 1백 배의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새벽을 깨우고, 밤을 지새우며, 산과 계곡마다 드높이 울려 퍼졌던 기도의 열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 안에서 구국기도회라는 모임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제 다시금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기도가 다시금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져야 한다. 바르고 건강한 나라, 곳곳에 십자가의 정신이 스며들어가 뿌리 내리는 나라, 이웃사랑의 열매가 만개하는 나라를 위한 기도가 하나님의 보좌에까지 닿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세와 바울의 기도를 회복해야 한다. 한국 사회와 민족의 치유와 구원을 위해서라면 '내 이름이 지워지고' '내가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감수하겠다는 결단이 담긴 한국교회 영적 리더들의 기도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 하나님께 무릎 끓는 기도보다 더 강력한 힘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것이야말로 나라와 민족에 위로를 주는 건강한 교회가 되는 지름길인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