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대신 팀 포옹이 좋지않나"

[ 교계 ] [월드컵특집] 크리스찬 선수 골세리머니 이렇게 생각한다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6년 06월 07일(수) 00:00
이의용<교회문화연구소장, 중앙대 겸임교수>

지구촌 한편에서는 지진으로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독일 월드컵의 열기는 점점 더 달아오르고 있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국민의 응원 함성도 4년 전에 못지않다. 지난번 월드컵은 정말이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대단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었고, 짜릿한 감격과 환희를 맛보게 해주었다.

일찍이 어떤 정치가나 종교인도 사람들의 마음을 이처럼 뜨겁게 달구지는 못한 것 같다. 독일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온 국민이 이처럼 들떠 있는 것은, 지금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그만큼 공허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우리 교회가 그들의 마음을 희망과 생명으로 채워 줄 것인가?

이번 독일 월드컵 대회에서도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실의에 빠진 국민들이 살맛이 나도록 용기를 주었으면 한다. 다행히 이번 선수단 23명 중 절반이 크리스찬이라니 기대가 참 크다. 그런데 걱정도 된다. 절반이 이상이 크리스찬인데도 혹시 성적이 좋지 않으면 사람들이 기독교의 효험(?)을 의심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참 오래전에 할렐루야 축구팀과 임마누엘 축구팀이 결승전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시합을 앞두고 두 팀은 각각 둥그렇게 모여 앉아 뜨겁게 통성기도를 했다. 꼭 이기게 해달라고. 그때 하나님께서는 얼마나 고민을 하셨을까? 지금쯤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응원단은 승리를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승자와 패자로 나뉠 수밖에 없다. 그럼 이긴 팀은 하나님이 함께 하신 팀이고, 진 팀은 하나님이 버리신 팀인가?

아마도 하나님은 승자도 패자도 아닌, 지진으로 죽어가는 불쌍한 사람들의 편이실지도 모른다. 우리 선수와 국민들, 특히 크리스찬들이 하나님께서 한국 편이신지를 따지기보다는 우리가 과연 하나님 편인지를 따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경기 결과보다는 이 경기를 통해 우리 국민들, 나아가 지구촌 가족들이 서로 더 화합하고 사랑하게 되는 더 크고 높은 뜻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축구는 놀이다. 놀이의 생명은 그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재미에 있다. 어떤 놀이든 거기에 목숨을 걸면 재미가 없어진다. 우리 선수와 응원단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목숨을 거는 경향이 있다. 무슨 전쟁에라도 나가는 사람처럼 비장해 보인다. 게임 후에도 전쟁에서 이긴 사람이나 진 사람 같이 심각해 보인다. 중계하는 사람들부터 그 모양이다.

골을 넣은 다음에 관중들에게 보여주는 세리머니도 너무 무겁다. 물론 어린 선수들이 골을 넣은 절정의 순간에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모습은 너무도 감동적이다. 그 모습에 우리 크리스천들은 더욱 열광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일것인가 역지사지(易地思之)해보는 아량도 필요하다. 첫째는 골을 먹은 상대방 선수 입장이다. 더구나 그가 크리스찬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둘째는 관객들이다. 물론 크리스찬 관객들에게는 감동적인 장면이겠지만, 다른 종교를 가진 관객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김 새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골을 먹은 상대방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가 다른 종교를 가진 이라면 어떨까? 또 같은 크리스찬이라면 어떨까? 골을 넣은 선수가 좌정하고 앉아 잠시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왼다고 상상해보자. 그때 우리 크리스찬들의 기분은 어떨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장대 높이 뛰기 선수가 기록을 달성한 후 기뻐하는 것과, 축구 선수가 한 골을 넣고 기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장대 높이 뛰기와 달리 축구에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상대방의 공간을 인정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그런 점에서 기도 세리머니에서는 상대편을 향한 배려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상대방을 약 오르게 할 것 같다.

크리스찬 태극전사들이여! 혹시 골을 넣거든, 카메라를 향해 달려가지 말고 자신에게 공을 패스해준 선수에게 먼저 달려가라. 그리고 그를 끌어안고 고마움부터 표하라. 가능하면 상대편 선수들의 아픈 가슴도 달래줘라. 이 멋있는 세리머니에 세계의 축구팬들이 감동하고 하나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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