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울 수 있어 행복한 사람"

[ 교계 ] 노숙인 섬기는 단체 '소중한 사람들' 회장 유정옥씨 인터뷰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6년 06월 06일(화) 00:00
"노숙자도 우리 가족이에요"

더러운 거리, 냄새도 지독한 곳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거리를 집으로 삼고 살아가는 '노숙인'들. 보통사람이라면 피하고 지나칠 그들에게 예수님께서 가난하고 병든 자를 돌아보라고 하신 말씀처럼 '온맘다해' 헌신하는 이가 있다. 바로 낮은자들을 섬기며 지난 20년간의 간증을 엮어 펴낸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의 저자 하나로교회(이영도목사 시무) 사모 유정옥씨.

   
노숙자들에게 배식할 김치를 담그고 있는 유정옥씨.
결혼 초 유 씨의 남편은 돈 잘 버는 사업가였다. 10개월 동안 물건을 만들어 2개월간 팔았는데 3천만원씩의 수입이 들어왔다. 그러나 돈이 풍족해지자 남편은 술과 도박에 빠지게 되었고, 유 씨는 이런 남편을 보다 못해 "주님, 우리 집에서 돈을 모두 가져가시고 남편을 바르게 잡아주옵소서"라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기도를 드린 후 6개월이 지나자 놀랍게도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났고, 유 씨는 바닥까지 내몰린 상황에서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남편은 "기도한 뒤 1천만원을 받아 오면 나도 당신이 믿는 하나님을 믿지"라며 약속을 하게 되고, 이 금액이 장모의 지인을 통해 채워지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게 되면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 후 정말 하나님이 계신지 확실히 알아보겠다며 기도원에 올라간 그는 3일 만에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났고 결국 목회자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1987년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역할 곳을 찾던 이 부부는 서울 강남의 큰 교회를 마다하고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중증 장애인 교회를 택했다. 또 이듬해인 종로에서 목회를 할 때는 인근 노점상의 아이들 70여명을 무료로 맡아 탁아소를 운영했고, 상인들에게는 숭늉과 잠 잘 곳을 제공하는 쉼터를 열기도 했다. 그 후 1990년도 철거 이주민들과 장애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중계동에 '하나로'란 이름으로 교회를 개척하고 추위와 비를 피하거나 쉴 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열린교회'로 사역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사역의 초점은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다가 그곳이 '아무나 오고 싶은 곳'이 되면 또 다른 사역지로 떠나는 것. 왜 이렇게 힘든 사역만을 고집할까 싶지만, 유 씨는 "사귐과 나눔으로 하나님의 선한 뜻을 심부름할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고백한다. "정말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유 씨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께 울며불며 매달리면 '국나와라 밥나와라 뚝딱'하면 나오듯이 신기하게도 모든 것을 알아서 준비해 주셨다고 한다.

현재 유 씨는 미국에서 5년간 노숙인을 대상으로 목회 활동을 해온 김수철 목사와 '소중한 사람들'을 창립하고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매주 두 번씩 무료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또 지난해 7월부터는 서울 중계동에 재활센터 '시냇가'를 설치, 목욕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노숙인 재활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지만 성도들은 교회가 전기공사를 해야하면 그 가운데서도 특별헌금을 내고, 주일 예배 후에 나눌 음식으로 냉이와 김치찌개 재료를 들고 온다. 또 노숙인들이 잘 씻지 못해 건강이 나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경남 창원시의 한 후원자가 적금을 탄 돈을 보내와 마련한 '시냇가', 그 내부 시설비는 미국의 한 원로목사 헌금으로 충당됐으며 재활센터에 설치할 세탁기와 건조기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캐다나에서 선교헌금이 보내져 왔다. 하나님께 구하고 두드리면 때마다 일마다 넘치는 축복으로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그녀는 늘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어려운 그들도 하나님 안에서 한 가족이라 말하는 그녀는 "저는 앞으로 더욱 어려운 사람들 섬기기를 원해요. 부모들도 건강하고 똑똑하고 유능한 자녀보다 조금 뒤떨어지는 자녀가 가슴 아프듯이 하나님께서도 그러실 것 같아요. 연약한 그들을 도울 수 있도록 고아원, 양로원, 병원 등이 갖춰져 있는 총체적 복지타운을 건설하는게 꿈이에요. 물론 하나님이 원하신다면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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