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1> 에큐메니칼 운동, 생명의 바람 분다

[ 교계 ] 전세계 교회들의 한마당 잔치, 코비야 총무 '생명의 잔치' 강조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6년 04월 30일(일) 00:00

제9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 참석을 위해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지난 12일 오후. 거리상으로도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한 먼 곳일 뿐 아니라 직항 국적기 항공편이 취소된 이후에는 미주나 유럽 등을 경유하는 여정이 일반화되어 있다.

총회 개막 일정에 맞추어 동시에 수많은 회의 참가자들이 몰려들기도 했지만 모든 항공편이 대부분 상파울로를 거쳐 들어오기에 좌석 구하기도 쉽지만은 않았다. 미국 로스앤젤리스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지난 12일, 테러의 우려 때문인지 통과 승객까지 육안과 서류 각종 장비 등을 동원해 철저하게 조사하는 모습을 뒤로 브라질 항공에 올라 다시 12시간 이상을 비행해 다음날 아침 상파울로 공항에 도착했다. 마침 프랑크푸르트행 항공편도 함께 그곳에 도착, 한국에서 온 다른 참가자들은 물론 조선그리스도교 연맹 관계자들과의 조우도 이뤄졌다.

이곳에서 다시 총회가 열리는 포르토 알레그레까지는 국내 항공편을 이용해 1시간 30분 여행하게 됐는데 브라질 남단에 위치해 있는 이 도시는 우루과이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등 주변국가들과 인접한 지역이었다. 공항에 내리니 지역의 자원 봉사자들이 반가운 인사로 맞아주었고 공항 대합실은 사전에 예약한 숙소와 교통편을 안내받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안내자의 설명에 따르면 회의 전날인 13일 당일에만 약 1천 명이 이곳 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라 것.

간단한 확인 절차를 마치고 회기 중 사용할 이름표가 함께 인쇄된 등록 안내서와 명찰 케이스들을 받고 차에 오르니 버스에는 이미 빈자리가 없게 그득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항에서 약 20분 정도 시내로 들어오는 동안 버스는 해안가 도로를 지나는데 후에 확인해 보니 바다에 인접한 담수호라고 한다. 서구지역에 오랜 식민지의 영향인 듯 남미를 첫 방문한 기자 눈에는 비록 낡기는 했어도 유럽의 어느 도시에 온 듯한 인상을 갖게 했다. 또한 즐거운 항구(Port of Joy)'라는 지명처럼 도로와 철도 수상 교통이 밀집돼 있어 교역이 활발했던 모습을 상상케 해주었고 시내에 들어오기 전부터 곳곳에 WCC 총회 개막을 알리는 휘장은 물론 시내 버스에도 광고 도안이 부착된 모습이어서 오랜 준비의 모습을 느끼게 해준다.

조금은 낡았지만 시청과 터미널, 과거 주립은행 등이 밀접한 시내 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회의장인 폰티피칼대학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대학 내에 들어서니 건물마다 고유 번호가 부여돼 있었는데 본부격인 50번 빌딩과 본회의장인 41번, 그리고 여기에 연결되어 기자실이 위치한 40번 외에도 수많은 빌딩들에서 크고 작은 세미나와 전시회가 준비되고 있었다.

50번 빌딩 등록처에서 자원봉사자로 먼저 브라질에 도착한 조원희씨를 만난 뒤 사전대회 일정을 확인하니 4개 부문별로 열렸던 일정들이 이미 마무리 된 상태라 하여 아쉬움을 갖게 했다.

본부 건물을 중심으로 회의장 반대편의 주차장에는 숙소와 회의장을 오갈 버스 승차장이 마련돼 있고, 그 중간에 약 3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천막이 설치돼 좌석 배치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다음 날 찾은 대학은 전세계에서 모여든 참석자들의 활기가 넘치는 발걸음으로 가득했는데 국내 각 교단 관계자들은 물론 감신대와 미국 신학교 유학 중 참가한 한국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기독교 박람회라 해도 될만큼 참가자들의 국적은 물론 피부와 인종도 다양했고, 전통에 따른 의복 또한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들의 모습이 이미 회의장 안팎에 넘쳐나고 있었다. 회의장 입구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는 현지어로 '동참'을 뜻하는 '무찌라오'에 전시 프로그램을 신청한 다양한 단체와 기관, 지역 교회들의 준비가 함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입구쪽에 한 부스에서 이번에 유일하게 참여를 신청했다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청년들의 밝고 분주한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평화'를 주제로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에 초점을 맞춘 전시 내용으로 부스를 장식하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소개할 내용을 준비하느라 약간 긴장된 모습이었다.

회의 개막 시간이 되기 전부터 본회의장은 총대와 WCC 관계자, 공식 등록한 언론 관계자들로 가득했다. 또한 입구에서는 동시통역 수신기를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회의와 생활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지난 제8차 총회가 열렸던 하라레 총회 이후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에 이르기까지 에큐메니칼 운동의 여정을 소개한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총회 중 활동하게 될 각종 위원회 조직에 대한 보고를 채택, 공식 회무를 위한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총회는 에큐메니칼운동의 한 중요한 축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신앙전통이 어우러진 예배가 '기도회'라는 다소 어정쩡한 이름으로 열려 정교회와의 여전한 신학적 갈등과 긴장이 여전하고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총회의 전반기는 외형적 특성으로 구별하자면 '보고와 토의 그리고 결의' 등 3단계로 진행되는 총회 일정 가운데 첫 단계로 그 핵심은 중앙위원회 의장과 총무의 보고로 대표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총회에서도 제9차 총회를 마지막으로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아람 1세와 신임 총무로 처음으로 총회에 나서게 된 새무얼 코비야 총무의 보고가 이어졌다.

한 신학자는 WCC의 지도체제의 양두마차라 할 수 있는 두 지도자의 보고를 '흘러간 옛노래와 새로운 신작 발표'라는 말로 내용에 나타난 극명한 차별성을 대변하기도 했다.

코비야 총무의 보고 가운데서는 청년을 비롯,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면서도 그 가장 중심적 가치로 '생명의 잔치(Feast of Life)'라는 표현을 20회 이상 거듭 거듭 강조, 새로운 에큐메니칼운동의 전환을 위한 의지를 거듭 천명함으로써 총회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보고서 발표 이후 본교단 조성기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식사에 이은 즉석 간담회 자리는 본 교단 대표들과 참석자들이 함께 해 신임 총무가 새롭게 제시한 에큐메니칼운동의 비전에 대해 한국교회가 이를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대화가 시작됐다. 이날 간담회는 지역교회들이 복음과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면서 동시에 세계교회가 추진하고 있는 에큐메니칼운동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져 밤늦은 시간까지 토론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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