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에 순종해 찾아온 '마라도'

[ 믿음으로떠나는여행 ] 믿음으로떠나는여행(35)-이 땅의 끝까지 복음을 전한 사명자 ②

이수진 기자 sjlee@kidokongbo.com
2006년 01월 18일(수) 00:00
우리나라의 마침표라 할 수 있는 마라도에 복음을 전한 사람은 당시 신학교 졸업반 학생이었던 방다락 전도사였다. 몇 번이나 오고자했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던 섬. 그러나 이윽고 1984년 12월 24일 모슬포에서 배를 타고 대한민국의 최남단 마라도에 도착하게 된다.

   
섬 중앙에 세워진 마라도 교회.멀리서도 십자가를 바라볼 수 있다.
당시 19가구밖에 살지 않았던 이 외톨이섬에 방다락전도사가 복음을 전하기로 작정한 것은 1977년 당시 30세때의 일이다. 당시 한참 청년의 열정이 강하던 그는 제주도에서 오토바이를 타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사흘동안의 의식불명 후 눈을 떴을 때 온몸은 붕대로 감긴 채였다. 오른 손만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손에 붙잡힌 것은 성경이었다. 믿음으로 살아온 세월, 그에게 성경은 사고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소망을 주는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간호사에게 성경을 읽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 때 간호사가 읽어준 성경구절이 사도행전 1장 8절이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말씀을 듣고 나니 한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는 청년 방다락은 주님을 위해 헌신할 것을 결단하고 목회자의 길을 결심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땅끝인 마라도에 복음을 전하는 일에 소망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마라도에 방다락전도사 들어왔을 때 19가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배타적이어서, 아무도 그와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다. 오히려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온 그를 욕하며 모욕했다. 그렇게 3개월간 아무 소득이 없었어도 그는 묵묵히 복음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다락전도사는 임종을 앞둔 노인 집에 전도하러 들어갔다고 한다. 방 전도사는 간절한 마음에 숨을 거두려는 노인의 귀에 소리를 치며 말했다.

"할아버지, 예수님 믿으면 살아납니다. 예수님을 믿겠다면 고개를 끄덕여보세요" 옆에 있던 할머니가 깜짝 놀라며 옆에 있던 부지깽이로 방 전도사를 때리려 하였다. "죽어가는 사람을 왜 모욕해!"

방 전도사는 그 자리를 나와야 했지만, 할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다시 방으로 들어가 노인에게 외쳤다. "예수님 믿으면 살아나요. 할아버지, 믿으면 고개를 끄덕이세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방 전도사는 안수기도를 했다.

선교지에서는 하나님이 놀라운 일들을 크게 하신다고 했던가. 노인은 다시 생기를 찾아 3일만에 일어나고, 일주일만에 삽을 들고 밭을 갈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일은 마라도에 복음의 문을 연 계기가 되었고, 방다락 전도사는 담대하게 복음을 전파할 수 있게 되었다.

방다락 전도사가 처음 이곳에 올 때에는 숲이 없었던지라, 유일한 땔감은 소똥과 같은 가축의 배설물이었다. 이도 귀해 땔감 때문에 형제간에 싸우는 일도 잦았고, 고된 일로 땀이 범벅이 되도, 물이 귀해 씻는 일이 흔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온몸에 악취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님이 함께 하셔서 시작한 마라도 교회. 그러나 예배를 드릴 때 작은 방에서 나는 악취를 방 전도사는 참을 수 없었다. 내색도 할 수 없고, 너무나 고통스러워 그는 눈물로 하나님께 기도했다고 한다. "하나님. 다른 모든 것은 참을 수 있는데, 저 냄새만은 참을 수 없습니다."

그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일이었다. 목숨 걸고 땅 끝까지 찾아왔는데,어떠한 욕을 먹어도 참고 복음을 전했는데 이제 믿음의 형제들에게 나는 저 냄새를 참을 수 없다니….

어느 날 기도 중에 방다락 목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한다. "너도 저들처럼 살아라." 방다락 목사는 하나님께 큰 가르침을 얻은 것이다. 냄새가 나는 이유는 저들은 씻지 않고 나는 씻기 때문이니, 제부터 나도 씻지 않으리라. 복음을 위해 목욕조차 하지 않은 방 목사는 이후부터 냄새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복음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기호마저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 마음 속에 다가온다.

박 귀 용 목사
/ 누가성지교육원 ㆍ안양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