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문화의 선진화와 참교육

[ 논단 ] 주간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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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1월 18일(수) 00:00
조남홍
주님의교회 집사
한국경영자총협회 고문

"한국 사람들은 시위할 때 과격하게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눈앞에서 직접 목격하니 정말로 실감이 납니다. 서울에서는 늘 그렇게 합니까?" 지난 연말 홍콩에서 개최된 WTO 농산물 협상회의와 관련하여 우리 농민 대표들이 그곳에서 감행한 과격시위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해외까지 나가 우리 시위문화의 치부를 들어낸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농민들에게도 상당한 이유가 있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사유가 정당하다고 해도 폭력적 시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님을 농민들 스스로도 알고 있을 터이다.

우리나라 시위문화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연유는 우리 민족의 복잡한 역사 속에서 복잡하게 얽힌 요인들이 있겠으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요약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우리나라 노동운동권 속에는 자기 나름의 사회개혁,사회개편이라는 원대한 구상의 실현을 목표로 단합된 세력이 존재한다. 이들은 이념으로 잘 뭉쳐져 있다. 경쟁 없는 평등사회 구현과 집단적 행복 추구가 개별적인 것에 앞서 추구되어야 한다는 가치가 사회정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불법,폭력 시위는 이념의 구현을 위한 사회적 혁명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래서 불법,폭력 시위의 출현은 언제나 가능하다. 둘째로는 정부의 불법,폭력에 대한 대처의지가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민중 영합에 대한 애착의 정도와 불법에 맞서 강력 대처하는 정부의 엄격성 사이에 일정한 함수관계가 있음을 보아 왔다. 따라서 불법폭력시위 행태는 인기 영합적 정부에서는 해소되기 어려운 속성을 지니고 있다. 셋째,기업 사용자들의 도덕적 흠집이 존재하는 한 노조의 불법,폭력적 행태는 쉽게 가라앉을 수 없다. 이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정부패는 언제나 불법과 폭력의 빌미를 제공할 뿐 아니라 그 정당성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넷째,적절한 국민 교육의 부재가 그 원인(遠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시위문화를 평화,비폭력적인 것으로 바꾸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시위문화가 현 상태 그대로 방치될 경우 그것은 우리 나라의 사회 발전을 그만큼 지체시킬 뿐 아니라 나아가 후일에는 국가적 재앙의 씨가 될 수 있으리라. 그래서 시위문화 선진화 문제는 오랫 동안 우리사회의 범국민적 과제로 남아 있고 그동안 이에 대한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어 왔다.

그 논의들의 핵심을 보면,첫째로 국민 교육의 중요성과 둘째로 정부 역할의 중요성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정부에 대해서는 인기 영합적 자세와 행정 편의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실정법 집행에 보다 엄중해 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문이 얼마만큼 받아들여지느냐는 각 정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그 기복이 크다. 그리고 또 국가의 공권력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지금과 같은 다원화 사회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선진 시위문화 정착을 위해 국민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는 것은 먼 길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것이 첩경임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국민교육의 목적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고양하는데 있다. 그리하여 '거짓 없는 사회'를 만들고 '염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런 것들이 진정 격조있는 민주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가장 기초적인 요건들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근년 우리의 교육제도가 가고 있는 방향은 다른 것 같다. 알력과 반목,그리고 증오심으로 온 사회를 물들게 하고 있다. 억지 평준화 정책으로는 거짓없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 능력 평가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선생님들이 강단에 서 있는 한 염치 있는 사회를 만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행이도 진정한 교육을 위한 목소리가 머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능력평가를 수용해야 한다는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국민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이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주축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선진 시위문화가 정착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폭력이 극성을 부리던 20년 전에 이런 선생님들의 운동에 투자하는 혜안이 있었더라면 지금 우리 사회는 한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것 아니겠는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새로 태동하는 '참교육 운동'에 우리 모두 힘을 실어 주자. 그리고 겸손하고 염치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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