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소년

[ 데스크창 ] 데스크칼럼

김훈 기자 hkim@kidokongbo.com
2006년 01월 02일(월) 00:00

"늑대가 나타났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장난으로 시작됐다. 

우리들의 영웅, 한국 과학계에 첫 노벨상을 안겨줄 것 같았던 한국이 낳은 위대한 수의학자가 써 나간 신화는 끝내 허망한 거짓말로 그 속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처음 이런 사실 자체가 거짓말이길 바랬는지 모른다. 그래서 PD수첩이 방영된 후 우리의 영웅을 헐뜯는 매스컴에 대해 일제히 포격을 가했다. 황교수를 격려하는 메시지가 쇄도하고 그가 과로로 탈진하여 입원한 병원 앞에는 온가족이 밤을 새워 촛불을 밝히며 쾌유를 기원했다.

그런 황우석 교수가 유일하게 남은 보직인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한다고 밝혔을 때에야 사람들은 비로소 절망하고 절규했다. 그는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만분지 일이라도 사죄하는 심정"이라며 고개를 조아렸지만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끝까지 자신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원천기술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DNA 검사 결과 문제의 2·3번 줄기세포도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밝혀짐으로써 서울대 조사위가 외부기관에 의뢰한 2·3번 줄기세포의 DNA 분석 결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한마디로 원천기술의 보유 여부마저 확인할 길이 없게 된 것이다.

황 교수가 왜 거짓말을 하게 됐는지, 양치기 소년처럼 세계 과학계를 상대로 장난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이젠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게 됐다. 그가 '의도적 실수'라는 형용 모순을 구사할 때 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다.

이미 과학계의 권력이 되어버린 사람에 대한 진실은 내분이 일어나고 배신자의 비수가 날아들고서야 마침내 드러났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갑자기 진실의 편인 듯 나서는 모습들도 곱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뒤뚱대며 진행돼 온 황우석 사건의 전말을 보면서 우리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말에 무릎을 치게 된다.

"거짓은 날아서 오며 그 뒤를 쫓아 진실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온다".

사람들이 진실을 두려워하는 동안에 언제나 판을 치는 것은 기만이다. 그리고 거짓은 사람들이 믿고자 하는 바로 그것을 주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그 힘은 곧 쇠하고 시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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