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에서 '골드' 세대로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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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28일(수) 00:00
윤의근
대구신암교회 목사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 회장

지금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었다. 유엔 경제사회국에서도 오는 2050년에는 한국의 중간 나이가 53.9세인 세계 최고령국이 될 것이라는 인구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노인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인구 구성적인 측면에서 조만간 우리나라는 노인들의 왕국이 되겠지만 결코 노인들의 천국이 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년층을 가리켜 실버세대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머리카락이 은색(백발)으로 변하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이지만 그보다는 일선에서 은퇴하여 이제는 남의 도움이나 부양을 받아 살아가는 세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노인들만 전문으로 거주하는 실버타운을 비롯하여 고령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리 산업을 실버산업이라고 하며,노인들이 남의 도움 없이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제품을 가리켜 '하이테크 실버'라고 한다. 이처럼 '실버'라는 말이 이제는 노년층,특히 은퇴하여 소비 집단으로 전락한 노인들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의 노인들은 더 이상 실버세대가 아닌 스스로 자립하여 국가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생산적 고령자, 즉 골드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은퇴자협회(AARP)가 정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 1위로 선정되리만큼 정치,사회 여러 분야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미국과 일본,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정년을 아예 폐지하거나 연장하자는 논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전의 노인들과는 다른 새로운 노인,지식과 부(富),전문성을 갖춘 '젊은 노인들'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미 카터는 흔히 대통령 퇴임 후가 더 빛나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퇴임 후 에모리대학교의 특별교수를 역임했으며,부인 로잘린 여사와 함께 카터 센터를 운영하면서 질병을 퇴치하고 농업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국제 활동과 해비타트운동 등 왕성한 활동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분쟁의 조정자로서 큰 역할까지 감당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타임(Time)지는 대통령직을 그만 두고 난 뒤에 카터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백악관을 디딤돌로 사용했던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카터는 인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두 시기가 있는데,그것은 대학 시절과 은퇴 이후의 시기라고 말한다. 이 시기는 제약과 의무가 적고 자신의 소망을 실현하는 데 대한 규제가 적어서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혜로운 사람에게 인생이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확대되는 것이지 축소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나이 드는 것과 늙는 것과는 다르다고 하면서 세월의 흐름을 활용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단지 나이가 드는 것일 뿐이지 늙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골드세대로서의 노인들은 더 이상 의존적인 노인도 아니며 받기만 하는 노인도 아니다. 물론 신체와 정서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노인은 타인에게 의존적이기 쉬운,때로는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노인의 품위를 지키며 자기의 신변과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하고,노인 스스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노인이 갖고 있는 인생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젊은 세대들에게 나눠주어야 하고, 자신에게 남아 있는 자원을 갈고 닦아서 사회에 유익한 자원으로 전환할 때 노인은 사회적으로 유용성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효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노인이 개인적으로 건강하고 의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그리고 적절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함으로 존대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면 노년기는 그야말로 인생의 완성기요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과 은총을 가장 가까이 피부로 느끼면서 살 수 있는 시기이다. 그래서 성경에도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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