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背恩)인가, 식언(食言)인가'

[ 기자수첩 ] 기자수첩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5년 12월 22일(목) 00:00

20년 전 양화진이 한국교회의 선교 유적지로 조성 되기에 앞서 무관심 속에 쌓여갔던 무려 1백50대 분량의 쓰레기보다 더 추한 거짓과 반목의 오물들이 외형적으로 새롭게 단장되어가는 양화진을 뒤덮고 있다.

당시 고 원일한박사가 위원장에 있었던 서울외국인묘지관리위원회는 관련 부동산 일체를 고 한경직목사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에 기본적인 조건을 첨부, 관련 부동산을 증여했고, 백주년 측은 증여받은 대지의 일부를 활용, 선교기념관을 건립, 서울유니온교회 측에 예배 처소를 제공하는 한편, 지난 20년 간 문서상 관리권자로 유니온교회와 협력해 왔다.

현재 유니온교회 측은 '백주년'측의 태도를 '신뢰에 기반한 과거에 대한 부정과 의도적 말 바꾸기'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증여 당시 문서보다 중요했던 한국교회와 선교사들 간에 언약을 무시하고 이 보다 심각한 것은 지난 4월 최초로 예배당 내 일부 시설에 대한 사용을 요청하던 당시와는 달리 상황 변화로 '식언(食言)'을 서슴치 않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백주년'측 역시 "유니온교회 측이 한국교회가 베푼 은혜를 이제 와서 저버리고 불법을 자행하고 자신들의 권리만을 주장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불법과 관리 소홀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당한 권리를 넘겨받은 백주년기념교회가 제대로 선교사 묘지공원과 선교기념관 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현 예배시간 외의 일체의 관리권 일체를 회수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집은 하나인데 주인이 둘이 된 상황에서 문서 확인을 통해 법적 권리와 정당성을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대화를 통해 최근 상황들을 차분히 되짚어 봄으로써 누가 과연 '신뢰의 담을 허무는 여우'인지, 최근 사태의 주범이 '배은(背恩)'인지 '식언(食言)' 인지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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