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박해자에서 제주도 선교사로

[ 믿음으로떠나는여행 ] 믿음으로 떠나는 여행(31)-이기풍목사의 발자취를 따라서 ②

이수진 기자 sjlee@kidokongbo.com
2005년 12월 22일(목) 00:00
주님 명령만을 따라 나선 제주선교의 길. 이 길은 십자가의 길이요, 고난의 길이었다. 계속된 피로와 영양실조로 지친 이기풍목사는 전도를 위해 모래사장을 걷던 중 갑작스런 현기증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깨어나 보니 해녀의 집이었다. 회복하는 동안 이기풍목사는 해녀의 집에 머물 수 있었다. 그는 하나님이 주신 절호의 기회를 그냥 놓칠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해녀는 복음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하나님께서 해녀의 마음을 여셨던 것이다. 이기풍목사는 용기를 얻어 자신있게 복음을 전했고 이 해녀는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얻은 복음의 열매가 되었다.

   
제주 성내교회 전경. 교회 앞으로 성내교회의 역사와 함께해 온 팽나무가 보인다.
전도에 성공한 이기풍목사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리곤 당시 일손이 딸려 전전긍긍하는 농민들을 찾아가 며칠동안이나 함께 일하고는 서로 친숙하게 되었다. 그리곤 기회가 되었다 싶으면 이내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복음을 전해, 1908년부터 1917년까지 제주 전지역에 12개의 교회를 세우는 제주선교의 아버지가 되었다.

성내교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팽나무이다. 이 팽나무는 성내교회의 역사와 함께 자라온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나무 앞에는 나무를 설명하는 표지판이 있는데, 이기풍목사의 딸 이사례권사가 어린시절 심방을 간 부모님을 기다리기 위해 동무삼아 앉아 있었던 곳이라 한다. 세월이 꽤 오래지났음에도 아직 푸르고 푸른 것이 마치 이기풍목사의 선교의 열매를 보는 듯하다.

교회 마당 깊숙이 들어가면, 이기풍목사의 공적기념비를 볼 수 있다. 공적비를 읽고 있노라면, 이기풍목사가 얼마나 헌신적으로 제주를 위해 힘썼는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열심을 다했던 이기풍목사도 처음부터 믿음이 있었던 사람은 아니었다. 젊은 시절 그는 성격이 억세고 강해서 술은 물론이요 박치기의 명수로 유명하였다.

하루는 술에 취에 평양거리를 활보하던 중, 때마침 평양좌수 행렬이 지나가고 있었다고 한다. 이기풍은 가뜩이나 벼슬아치들이 마음에 들지 않던 차라 평양좌수에게 달려가 그를 말에서 끌어내어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다고 한다. 이 일로 석달이나 옥살이를 하였으나, 이런 면들은 그의 젊은 날의 일부에 불과하였다.

그의 평생의 스승되었던 마포 삼열 선교사에 얽힌 특별한 사건도 있다. 당시 서양에서 온 선교사들을 달가와 하지 않던 그는 어느날 군중 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마포 삼열 선교사를 발견하게 되었다. 손에 책 하나를 들고 더듬더듬 조선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던 이기풍은 땅에서 돌 하나를 주워 마포삼열 선교사에게 내던졌다. 그 돌은 마포 선교사의 턱에 정통으로 맞았고 피투성이가 된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

이후 이기풍은 원산으로 내려가 담뱃대에 그림을 그려 파는 업을 시작했는데, 하루는 길거리에서 스왈른 선교사를 만나게 되었다. 이 때 이기풍은 가슴이 철석내려 앉았다. 자기가 때려눕힌 양코배기의 화신인가 정신이 아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포 삼열 선교사에게 상처를 입힌 후 언제나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괴로운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기풍은 생각했다.

"왜 그사람은 돌에 맞고도 반항하지 않았을까?" "도대체 예수가 누구길래 야단법석을 떨까?" 이런 저런 고민에 빠져있는 이기풍목사는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방안이 환해지면서 머리에 가시관을 쓴 사람이 나타났다고 한다.

"기풍아, 기풍아, 왜 나를 핍박하느냐?" 두려움과 죄책감에 사로잡힌 이기풍은 난생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자기 죄를 고백했고, 그 길로 달려가 예수를 영접하게 되었다. 이기풍은 예수를 영접하고 난 뒤 이전의 생활을 완전히 접고 복음전파에 전념을 다하는 복음청년이 되었다. <계속 designtimesp=29241>

박 귀 용 목사
/ 누가성지교육원 원장ㆍ안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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