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의 강이 흐르게 하라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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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21일(수) 00:00
임화식
순천중앙교회 목사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처음 가져보는 안식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거처를 일단 미국 샌프란시스코 버클리로 정하였다. 비록 6개월의 짧은 체류 기간이기는 했지만 되도록 많은 곳을 두루 다녀 보는 것으로 견문을 조금이라도 넓혀 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캘리포니아주를 실감하려면 역시 프리웨이(고속도로)를 달려 보아야 한다. 특히 5번 프리웨이를 달려 보면 그러나 놀랍게도 정말 끝없는 광활한 평원 여기저기에 푸르른 과수원들 그리고 푸른 초장들이 끝없이 펼쳐지고 온갖 과일과 채소들이 대단위로 재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로부터 로스엔젤레스까지 프리웨이를 주행하는 중에 'Food grows where Water flows'(물이 흐르는 곳에 먹거리들이 자란다)고 씌어 있는 의미심장한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비록 캘리포니아의 광활하고 넓은 땅들이 사막과 같아서 수목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여기에 일단 물이 흐를 수 있게만 해주면 일조량이 풍부해서 온갖 수목들과 채소, 먹거리들이 잘 자랄 수 있음을 선전하는 아마도 수로를 개발하는 회사에서 내 걸어 놓은 현수막이 아닐까 싶다.

이것을 보면서 문득 요한계시록 22장 말씀이 연상되었다. "하나님의 어린양의 보좌로부터 발원되어진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 강이 길 가운데로 흘러 강 좌우의 생명나무에 열두 가지 열매가 맺히고 그 나무 잎사귀가 만국을 치료하리라"는 말씀이 생각나 문득 귀국하면 먼저 '생명수 수로 개발 주식회사'를 차리면 좋겠다는 기발한 생각을 해보았다. 아니 우리 교회를 생수 개발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교우들로 주주가 되게 하면 좀 좋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났다. 똑같은 말씀을 듣고도 은혜를 받는 사람이 있고 은혜를 받지 못하는 성도가 있음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감동,감격,감사가 없는 신앙생활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 원인을 이미 예수님은 씨 뿌리는 비유를 통해서 우리 마음 밭의 상태에 그 원인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메말라버린 우리 마음 밭에 생명수 강이 흐르도록 수로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예수님께서는 니고데모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그리고 수가성에서 한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하셨다.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그래서 요한계시록을 기록한 요한이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생명수 강의 근원으로 설정한 것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내 마음 속에 강물처럼 흘러들어와 내 영혼을 적시기만 하면 내 안에 생명이 있게 된다. 아니 생명의 열매가 맺히게 되는 것이다.

생수의 강물이 흐르는 수로를 만드는 비결을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스로 낮아지는 자는 하늘에서 높임을 받는다고 말씀하셨다. 바로 이것은 물의 특성과 일치한다. 물은 끊임없이 낮은 곳으로 흐른다. 예수님께서는 낮고 천한 이 세상 가장 낮은 마구간까지 자신을 낮추셨다. 이것이 성육신의 사건이다. 오늘 날 교회가 교회되지 못하고,가정이 가정되지 못하고,성도가 성도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스스로 자고하여 교만하여져서 세상을 섬기지 못하고 서로를 섬기지 못하고,서로 원망하고 불평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생수의 강이 내 마음을 적시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실 된 그리스도인은 가장 나쁜 상황 속에서도 가장 좋은 것을 볼 수 있는 자여야 한다. 슬픔 속에 있는 기쁨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증오와 미움이 판치는 삶 속에서도 사랑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절망 가운데서도 소망을 볼 수 있는 자가 그리스도인이다. 그러므로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모두의 마음의 터 밭에 생명수 수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교회가 '생명수 수로 개발 주식회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성탄의 기쁨은 낮은 곳에서 비롯되는 기쁨이다. 주님의 몸 된 교회로부터 수정같이 맑은 생수가 흘러,성도들의 영혼을 적셔,겸손히 주를 섬기는 주님의 사람들로 거듭나며,주님이 주시는 생명의 열매를 풍성히 거두는 기쁨이 성탄절을 맞이하는 온 누리에 임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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