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대로, 배운대로 행합니다"

[ 교계 ] <미담>담임목회자에게 간 기증한 순천서부교회 성도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5년 12월 09일(금) 00:00

   
건강 악화로 어려움에 처했던 목회자가 말그대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사랑을 실천한 한 성도의 사랑 나눔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됐다. 사진은 동 교회 담임 이재호목사와 김학규장로
"30년 가까이 목회해 오면서 이토록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이 감사한 만큼 그토록 아름다운 일을 생각조차 못했었다는 것이 더욱 부끄러울 뿐입니다."`

순천시 외곽 와룡동 한적한 주택가를 지나자 야트막한 언덕에 잘 가꿔진 풀밭과 아담한 예배당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서 있다.

순천서부교회(이재호목사 시무). 바로 이곳이 어느새 성큼 다가온 겨울 추위보다 더 식어버린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바꾸어줄 놀라운 사랑으로 아름다운 기적을 일구어 낸 현장이다.

지난 90년 동 교회에 부임한 이재호목사는 98년 간경화가 발병한 뒤 최근까지 약물 치료를 받아오다 급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돼 속히 대처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됐다. 담임목사의 어려움을 처음 접한 동 교회 김학규장로는 엄청난 수술비는 둘째치고 이식만이 건강 회복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이야기에 교회 앞에 '합심해 목사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광고할 수밖에 없었다.

큰 근심을 간략한 광고로 전했는데 모두의 마음이 통했는지 1백80명 정도되는 교인들이 한 맘되어 기도에 동참한 것은 물론이고 가족조차 꺼린다는 장기 기증의사를 밝히고 나선 교인도 여럿이 됐다. 그러나 정작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일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기증자에게도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기증 의사를 밝힌 이들이 여럿 되었지만 난관은 여전했다. 첫 번째는 친족 이외의 기증을 막고 있는 현 제도 문제였다. 병원 관계자도 난색을 표했다. 사회복지사가 조직 검사 결과 기증이 가능한 것으로 판정을 받은 젊은 집사에게 기증 이유를 물으니 "받은 대로, 배운 대로 하는 것 뿐"이라는 대답에 이어 "목사님을 위한 일이니 수술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과 "(남편이 기증만 할 수 있다면) 직장 생활을 해서라도 가정을 돌볼 것"이라는 부인의 진심 어린 마음 앞에 복지사도 "지난 4년 동안 상담하며 이런 일을 처음 겪는다"는 고백과 함께 이후의 모든 과정을 제 일처럼 정성껏 돌봐주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을 살펴온 김 장로는 여러 번 마음 속 눈물을 삼켜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담임목사가 함께 기도를 마친 뒤한 뒤 자신의 손을 붙잡고 "성도들께 미안해 어쩌까요 잉"하고 말할 때는 물론이고, 수술 후 입원실로 돌아와 "장로님 (수술이) 보통이 아니네요"라고 말하며, 이렇게 아플줄 알면 수술 받았겠느냐는 가족의 물음에 "알아도 했을 것"이라는 젊은 집사의 든든한 모습 앞에서도 그러했다.

현재 보통 이상의 많은 부분을 떼어 준 기증자는 물론 이식을 받은 이 목사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온 교우들이 한 마음이 되어 이 사랑이 기적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은 기증자가 확정되기 전 50대의 한 성도가 조용히 자신을 찾아왔었다"고 이 목사는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저는 (간을 떼주고) 죽어도 좋지만 목사님께서는 사셔야 합니다"라며 눈물을 흘리던 성도는 '간 기증^죽음'이라고 생각하고 면담에 앞서 주변 정리를 마쳐놓았 던 것. 뿐만 아니라 엄청난 수술비 문제를 묻는 질문에 김 장로는 "목사님과 사모님이 다 준비하셨다"고 되풀이 했으나, 성도들이 교회가 마련한 몫에 한결같은 정성으로 사랑을 모아 1억 가까운 수술과 입원비를 해결한 것도 확인됐다. 이러한 사랑의 행진에 어린 학생들도 동참했다. 병실에서 힘겹게 병과 싸우는 목회자에게 핸드폰 문자로 전해지는 사랑은 큰 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기사는 끝내 절반의 취재로 그치게 됐다. 자신의 간을 70퍼센트 가까이 떼어주고, 얼굴이 노랗게 변해가며 생사를 넘나들어야 했던 어려움을 자처했던 그였지만 얼굴은 물론 이름 석자만이라도 알려달라는 부탁은 끝내 거절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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