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자동차 줄 잇고, 간이 노점도

[ 교계 ] 평양이 달라지고 있다-남쪽 사람들과의 대화도 반겨

이수진 기자 sjlee@kidokongbo.com
2005년 11월 23일(수) 00:00
【평양 취재】글ㆍ사진 김 훈 편집국장

평양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최근 북한을 다녀 온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회이다. 우선 전기 사정이 나아졌다. 예전 같으면 북측 인사들과의 동석 만찬 자리에서 조차 서너번 정전이 돼 분위기가 서먹해 지곤 했는데 이젠 그런 일이 없어졌다.

   
거리 청소에 나선 북한 어린이들, 남쪽 어린이들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옷차림과 표정이 나아졌다.
또한 거리에 자동차가 많아졌다는 것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해가 지는 오후 5~6시 경 평양 시내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다 보면 신호 대기에 줄지어 늘어선 자동차의 행렬를 보게 된다. 왕복 8차선 대로에 마주 오는 차 한대 없이 텅빈 대로를 질주하던 때를 옛말하듯 하게 된 것이다. 평양 시내에서 운행중인 현대 기아자동차 마크의 승용차와 버스를 보게 되는 것도 이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부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등 북한 체제의 변화가 시작되면서 거리에는 식료품점이나 짜장면집, 군밤, 군고구마를 파는 매점까지 등장했다. 남측 인사들의 숙소로 주로 사용되는 보통강호텔 앞에는 간이 노점까지 생겼을 정도이다.

   
주체탑에 기념사진 찍으러 온 신혼부부와 하객 표정.
그러나 무엇보다 크게 달라진 점은 그들의 남쪽 사람들에 대한 태도이다. 예전 같으면 아예 마추질 일이 없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거나 불가피하게 마주치는 일이 있더라도 그쪽에서 먼저 당황해 황급히 피하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북한 주민과의 자연스런 만남의 기회를 사전에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아직도 만경대 고향집이나 교예단 공연장 같은 곳에서 지방에서 단체로 견학온 듯한 주민들을 따로 입장시키거나 시차를 두어 남측 사람들과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으나 일일이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런 만남의 기회가 더 자주 생기고 있는 점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평양 거리에 등장한 식당.
예를 들어 평양 시내 한복판의 주체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러 온 신혼부부 일행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면 자연스런 대화가 오가게 된다. 신랑 신부가 수줍어 하면서도 남쪽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경계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무슨 일로 왔느냐며 반기기까지 한다. 평양이 아닌 묘향산에서 만난 일부 주민들은 한술 더 떠 함께 사진까지 찍으며 좋아라 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호텔 주변 산책길에서 만나는 주민들이나 보통강변에서 스케치에 열중하는 미술대 학생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도 특별히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 다른 변화는 그들 건물 곳곳에 씌여진 선동 구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직도 붉은색의 선동적 구호가 이곳이 북한땅이라는 것을 설득력있게 말해주지만 요즘엔 이색적인 구호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평양 시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는 구호는 자신들의 체제를 지상천국으로 선전하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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