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희망되고자 보냄 받았다"

[ 교계 ] [나눔과섬김] 시각장애인의 고통 치유하는 '실로암안과병원'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11월 22일(화) 00:00
검정 선글라스, 안마사, 지하철의 걸인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 때문인지 시각장애인이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에 대한 이해에 앞서 그들로부터 연상되는 이미지는 다소 불편하게 다가온다. 모 방송사의 각막기증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들에 대한 선입견이 얼마간 허물어진 것도 같은데 장애인으로서 그들이 느끼는 벽은 삶 도처에 놓여있다.

   
시각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나누며 무료 개안 수술 등 다양한 사역을 진행해 온 실로암안과병원은 시각장애인들의 복지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환자들을 격려하는 병원장 김선태목사와 의료진.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차이'에서 비롯된 높은 벽을 넘기 위해 실로암안과병원(이사장:곽선희 원장:김선태)의 사역은 설립 20년이 넘는 지금,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그 대상과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1981년 뜻 있는 교계 인사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그리고 음악회 도중에 개안 수술로 새 삶을 얻은 자신의 체험을 고백한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고려합섬의 장치혁 회장과 자리에 참석했던 기독교인들이 장애인들이 가진 고통에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그 구체적인 대안으로 개안 수술 전문병원을 설립하기로 한 이들은 발기인 총회 등 실무적인 절차를 거치고 본 교단 맹인선교회의 도움을 얻어 지난 1986년 의료법인 실로암안과병원을 개원, 시각장애인들의 복지와 사회ㆍ경제적 자립을 위한 전방위적 활동을 시작했다.

   
실로암안과병원 전경.
현재 우리나라에는 20만명이 넘는 시각장애인들이 있고 그보다 많은 5백만명이 저시력증을 앓고 있어 완전 실명으로 악화될 소지를 안고 있다. 게다가 20만명의 시각장애인 중 15~20퍼센트는 수술만 받으면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을 정도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경제적 여건이 수월치 않은 이들에게는 이를 극복해 낼 여력도 없는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취업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꾸릴 수조차 없는 이들의 사회적 소외와 경제적 어려움은 그들의 가족과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전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실로암은 농ㆍ어촌과 섬지역, 교도소, 감호소, 전국에 소재한 맹학교 등을 직접 찾아가 무료 진료와 수술을 해주고 있으며, 움직이는 실로암안과병원과 중국 연변에 개원한 실로암안과센터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병원 설립 정신을 구현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실로암이 지난 1996년부터 역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움직이는 실로암 안과병원과 관련해서는 남모를 일화가 있다.

사업에 대한 세부 계획을 세울 당시 섬지역에 사는 생후 1년된 어린이가 전문가에 의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시력과 청력에 손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고, 이 안타까운 사연이 막대한 물적, 인적자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두고 고심하던 병원 관계자들에게 전해지면서 의료환경이 낙후된 지역에서의 진료활동을 해야 한다는 결심을 굳히게 하는 실마리가 됐다.

병원장 김선태목사는 "움직이는 안과병원을 시작하면서 그 취지에 동감하는 분들의 후원이 원활한 사역을 펼치는 데 디딤돌이 됐다"고 밝히면서 "각 기업과 개인의 후원으로 현재는 리무진 버스에서 수술실과 진료실 특수검사실 등의 안과의료시설을 갖추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의술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안과병원으로 인해 실로암의 활동 영역은 전국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전기를 맞이했다. 환자가 병원이 위치한 곳으로 찾아오는 불편을 해소한 것은 물론 일반 병원과 동등한 시설을 갖추고 진료를 할 수 있어 지역이 멀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던 환자들이 어느 곳에 있든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더불어 실로암은 지난 1987년 방글라데시에 의료선교단을 파견한 것을 필두로 해외 의료활동을 본격화했으며 현재는 필리핀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진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1991년에는 중국 연변대학 복지병원에 이동진료반을 파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연변에 실로암안과센터를 개원, 우리 동포들과 현지 지역민들에게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의 의술을 펼치고 있다.

"중국내에서의 의료 활동은 이 지역에 대한 선교적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한 실로암의 비전이 담겨 있다"고 밝히는 김선태목사는 "실로암 안과센터는 중국 정부로부터 3층 건물을 무상으로 임대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현지 주민들로부터 시설면이나 의료 수준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알차고 다양한 의료활동을 진행해오기까지는 이윤 추구보다 복음안에서 시각장애인들의 복지를 함양한다는 설립 당시의 취지를 지키고 실천하려는 병원 관계자들의 노력과 헌신이 든든한 밑받침이 되었다. 현재 실로암에는 안과전문의 8명을 비롯해 약 70여 명의 직원들이 소속돼 있으며, 이들은 매일 아침 경건회를 통해 하나님과 이웃 앞에서의 헌신을 다짐하며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올곧게 되새기고 있다.

개안 수술 등 일반적인 안과병원의 역할과 더불어 실로암은 다른 병원과는 확연히 다른 특색있는 사역을 벌이고 있다. 시력과 연관돼 있는 당뇨 등의 질환에 대해 더 많은 이들이 올바른 인식과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당뇨교실을 여는 것은 물론 지난 1993년부터는 간호사와 행정직원들로 구성된 엔젤스 보이스 여성중창단을 조직해 입원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로하고 국내외 교회와 단체에서 찬양으로 섬기는 봉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중창단 단장인 최정미간호과장은 "현재 12명의 단원이 병원 예배시 찬양 봉사는 물론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서 찬양집회를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찬양을 듣는 환자 분들이 기뻐하시고 모습을 볼때 큰 힘이 되고 오히려 단원들이 위로를 받는다"고 전했다.

또한 구약 15권, 신약 5권으로 이루어진 점자 성경을 보급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실로암은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신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아픔을 가진 이들이 더이상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하는 나눔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

병원장 김선태목사는 "실로암안과병원이 무료 진료 등의 사역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따뜻한 마음으로 아픈 이웃들을 보듬고자 했던 후원자들의 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말하면서 "성경에 기록된 실로암의 기적이 하나님으로부터 보내심을 받으신 예수님을 통해 일어난 것처럼 역시 하나님으로부터 보냄을 받은 믿는 이들의 손길로 인해 기적의 역사가 계속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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