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선교사 8인 순직기념비 제막

[ 교계 ] 마산 창신대, 국내외 교회 동참 호소, 아름다운 결실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5년 10월 21일(금) 00:00

경상남도 지역을 근거로 활동해 온 호주 선교사들의 희생과 사랑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가 한 독지가의 노력과 국내외 교회들의 동참으로 마련됐다.

마산 창신대학(학장:강병도)은 지난 15일 동 대학 교정에서 호주교회와 현지 한인교회 관계자들을 비롯해 주요 교단과 지역 교회 관계자와 성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호주선교사 순직기념비 제막식을 갖고 선교 정신의 계승을 다짐했다.

선교 정신 계승 다짐

이날 제막식에 앞서 동 대학 강당에서 열린 예배는 이상열목사(경남기독교연합회 회장)의 사회로 열려 예장 합동측 부총회장 장차남목사의 기도와 본 교단 총회장 안영로목사의 말씀으로 진행됐으며, 동 대학 학장 강병도장로의 제막사에 이어 장신대 이사장 이만규목사가 이번에 제막된 기념비문을 낭독하고, 이어 예장 고신 총회장 이한석목사를 비롯한 호주교회와 지역 대표의 사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예배 후 참석자들은 기념비가 세워진 현장으로 장소를 이동 2부 제막 행사를 가졌는데 지태영목사(호주 시드니제일교회)의 사회로 계속된 제막식은 부산노회장 박은성목사의 기도에 이어 제막과 헌화 순으로 진행됐고, 최임경목사(진주교회 시무)의 기도로 마무리됐다.

이날 예배에서 안영로총회장은 '영원한 기념이 되라' 제하의 말씀을 통해 "참된 기념은 과거를 돌아보며 감사한 마음과 현재를 살펴보며 반성하는 마음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며 결단하는 마음을 가질 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오늘의 뜻깊은 자리를 갖게 된 이후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드려진 고귀한 희생에 대한 기념뿐 아니라 선교를 위한 희생과 결단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선교사들의 희생과 사랑을 기념하는 이날 모임에는 본 교단 안영로 총회장을 비롯해 예장 합동측과 고신측의 부회장과 총회장이 참석해 의미를 더해 주었다.
호주연합교회(UCA)를 대표해 축사를 전한 콜킨 총무는 본 교단 총회 참석시 선물로 받은 스톨을 걸치고 나와 "오늘 여기 세워진 기념비는 단순한 돌의 의미를 넘어 복음의 우호 관계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호주 선교사들의 선교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창신학교는 물론 한국의 자매 교단들과의 우호관계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제막식에서는 호주선교사의 순직 기념비를 포함해 국내에서 순직한 8명의 선교사들에 대한 기념비 등 총 9개의 기념비가 제막됐는데 이를 위해 동 대학은 교정 입구 양지바른 언덕에 2백 평 규모의 대지를 조성하고, 호주 내 한인교회들이 9개의 기념비 제작비용을 부담했으며, 지역교회와 노회를 비롯해 호주연합교회 등이 후원에 동참한 것으로 보고됐다.


기념비 제막이 이뤄지기까지

이번에 호주 선교사 8명의 순직 기념비는 복음의 진 빚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이들의 정성과 노력이 한 데 어우려져 이뤄내 아름다운 결실이었다.

이번 사업을 주도했던 강병도 장로(창신대학장)는 호주선교부가 설립했던 창신학원을 인수, 운영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호주 교회가 한국교회에 베풀었던 사랑과 이 땅과 우리 민족을 위해 바쳤던 선교사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가장 늦게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1백년 이상을 묻혀있어 잊혀져 가고 있던 숭고한 희생들을 발굴하고 오늘의 교회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계승하고자 하는 데는 누구보다 뛰어난 열심으로 앞장 서게 됐다.

기독학원으로서의 오랜 전통과 역사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에 처하게 된 학교를 오늘날 지역에서 선망받는 학교로 일궈낸 열정과 추진력으로 강 장로는 호주를 오가며 선교 유적 복원 사업을 역설했다.

이러한 노력에 가장 먼저 호응을 보낸 것은 호주 현지에 세워진 한인교회들이었다. 그리고 선교사를 파송했던 호주교회 역시 한국교회가 나타내는 관심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시작했다.

강 학장의 이러한 노력의 결실들이 하나 둘, 지역 교회는 물론, 호주 현지 교회에 알려지면서 의외로 기념비 건립사업은 여러 분들의 뜻깊은 동참과 지원 속에 준비될 수 있었다.

이 일에 호주 한인교회들은 한 교회가 기념비 하나의 설치 비용을 부담키로 했으며, 자료 고증을 위해 발로 뛰고, 지역 교회를 돌며 고귀한 희생을 기념해야 할 당위성을 역설하며 동참을 호소했던 창신대학장 강병도 장로의 수고와 노력이 귀한 밑거름이 됐다.

   
지난 15일 마산창신대학에서는 호주 선교사 중 국내 선교 중 순직한 8명에 대한 기념비 제막식이 한국과 호주교회 관계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됐다. 사진은 제막식 광경
이번에 제막된 기념비의 주인공은 호주 초대선교사였던 조셉 H. 데이비스선교사를 비롯해 아더 W. 알렌목사, 마산 의신학교 초대교장으로 일생을 교육 사업에 헌신했던 아디아 맥피 교장, 통영지역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했던 윌리암 테일러목사, 마산 모자진료소를 설립 운영하고, 진주 배돈병원 간호부장을 역임한 것루드 내피어선교사, 마산 첫 교회인 마산포교회(문창교회)와 창신학교 설립에 기여하고 초대 목사와 교장을 역임한 애덤슨선교사의 부인 앨라이사 A. 애덤슨선교사, 부산 일신여하교 교장을 역임했던 앨리스 G. 라이트선교사, 제임스 맥케이 선교사의 부인으로 임신 중 풍토병으로 별세한 사라 맥케이선교사 등 총 8명.

이번 기념비 비문 작성과 감수는 강병도 장로와 호주선교사로 유창한 한국말만큼이나 여전한 한국교회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변조은목사(Rev. Dr. John P. Brown)가 맡았고, 기념비 제작에는 호주의 멜본한인교회(주현신목사) 시드니교회(형주민목사) 시드니동산교회(황기덕목사) 시드니새순장로교회(이규현목사) 시드니순복음교회(정우성목사) 시드니열린문교회(주정오목사) 시드니영락교회(이명구목사) 시드니제일교회(지태영목사) 시드니중앙장로교회(오성광목사)가 후원했으며, 이밖에도 마산문창교회(김세권목사) 진주교회(최임경목사) 를 비롯해 UCA 총회와, 예장 고신 총회 산하 경남중부노회, 마산시와 창원시 기독교연합회 등도 의미있는 일에 후원으로 동참했다.

이날 행사에서 축사를 전한 변조은 목사는 "이번 일은 양국 교회 간의 관계를 증진시키는데 매우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 같다"고 전하면서,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을 대단한 성의로 이루었고, 창신학원을 인수할 당시부터, 원 설립자와의 관련을 복원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강 장로님의 성의에 감명을 받았고, 호주교회 역시 이 학교는 물론이고, 한국 교회와의 새로운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로 이번 행사에 대한 호주 교회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또한 마산문창교회 원로 김기현목사는 "학교를 새롭게 인수하고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도 기독학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고수하고, 또 고양하기 위해 열심을 다해 오늘날은 지역에서도 실력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명문으로 자리잡고 인정받고 있다"면서, "그동안에도 꾸준하게 마산에 소재하고 있는 호주선교사들의 묘역을 돌보아 왔는데 교내에 부지를 제공하고 열심으로 교회들의 관심을 촉구해 또 하나의 결실을 이루게 됐다"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특히 이날 모임에는 교파를 초월한 교단 책임자들이 함께 참석, 한국교회 뿌리의 소중함을 되새겼으며, 호주 멜번과 시드니의 한인교회 목회자와 성도들도 함께 참석, 모처럼의 교류의 장으로서의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인터뷰

"서울에는 양화진 묘역이 조성돼 있고, 호남신대에도 선교 묘역이 조성돼 있어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서, 왜 우리 경남 지역에는 선교의 역사를 간직한 현장이 없을까 마음 속에 큰 부담을 갖게 된 것이 출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막식 준비로 대학 전체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학장실에서 반갑게 기자를 맞이한 강 학장은 약간은 상기된 모습으로 기념비 조성 사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호주를 방문해 간증할 기회를 갖게 돼 제 맘 속에 바램들을 간절히 전하니 뜻밖에 호응이 일어나 급속하게 이 일이 진행되었다"는 강 장로는 제막식 행사가 가까워 오면서 "이것이 단순히 과거 선교사들의 역사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 역사 속에 나뉘었던 형제교회들이 뿌리를 되찾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의미있는 장이 되었다는 데 더 큰 감격과 감사를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강 장로는 그러나 여전히 경남지역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선교사들의 묘역을 어떻게 잘 보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과제를 소개하면서, 기념비에 담긴 여덟 명의 선교사뿐 아니라 해방전 사역했던 78명의 선교사들을 포함, 총1백24명에 달하는 호주선교사들의 사역을 한 자리에 담아 책으로 편찬하는 일을 다음 과제로 제시,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사랑을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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