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새 삶, 하나님께 감사

[ 아름다운세상 ] 알코올 중독자의 재활, 자립 돕는 '해 돋는 집'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5년 10월 21일(금) 00:00
"아버지 죄송합니다, 이 죄인을 용서해 주세요."

지난 10월 4일 저녁 한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팔순이 다 된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은 늙은 아들의 모습이 방영됐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사람을 찾아주고,용서를 구해야 하지만 그동안 어려워 기회가 없었던 사람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이 프로그램의 이날 주인공은 이상배씨.

   
해돋는 집 식구들
"지난 날의 아픔과 절망,어둠을 털어내고 이제는 새 삶을 살고자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오로지 주님과 동행하고자 합니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알코올 중독자로 세월을 보내다가 수년 전부터 신앙을 갖고 봉사활동을 하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현재 그는 청량리역 광장에서 매주 목요일과 주일,두 차례 예배를 드리는 신생교회(김원일 목사 시무)에서 예배 준비와 식사 대접을 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원일 목사(좌)와 이상배씨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술만 먹으면 가족들에게 폭언과 심한 주정을 일삼았던 그는 경찰서를 들낙거리기도 수 십 차례…. 직장도 잃고,친구도 떨어져 가고 자신을 믿어주던 부모님에게도 씻지 못할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병을 고치기 위해 여러 치료단체를 전전했지만 끝내 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가족을 배신하기도 여러 번. 가족에게 짐으로 여겨져야 했고 그로 인해 가족 역시 고통 받으며 30여 년을 살아온 것.

그렇게 30여 년을 알코올 중독자로 거리를 전전했던 이상배 씨는 이날 TV를 통해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절절한 심경을 밝히며 눈물을 쏟았다.

   
성경공부 시간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이씨의 삶에는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밤낮으로 술에 절어 지냈고 끼니를 때우기 위해 구걸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청량리역 인근 길바닥이나 지하도 어디든지 드러눕는 곳이 잠자리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변화될 줄은 그 자신조차 몰랐다. 청량리 역에서 김원일 목사를 만난 이후 우여곡절 끝에 김 목사가 운영하는 해돋는 집에 들어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삶의 희망을 발견하고 비로소 새 삶을 살겠다고 선언하게 된 과정이 그에게도 꿈만 같았다.

그는 해돋는 집에서 생활한 지난 2년 여 세월이 그 시간을 제외한 자신의 나머지 삶보다 더 값진 시간이었다고 여기고 있다.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어렵사리 말문을 연 그는 "여러번 목사님 곁을 떠나기도 했지만 김 목사님의 사랑과 새롭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꾹 참아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김 목사님을 만나게 된 것도 아름답고 귀한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알게 돼 믿음의 사람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 최대의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운동을 통해 금단현상을 극복한다
TV출연 후 만난 자리에서 그는 "해돋는 집(신생자립원)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목사님 부부의 따뜻한 사랑과 원생들의 위로와 격려로 새 생명을 얻게 됐다"고 말하고 "방송이란게 무서운겁니다. 온 나라 사람들 앞에서 용서를 구했으니 이젠 정말 술도 못 마시고 부모님께도 효도해야 하잖아요?"라며 껄껄 웃는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해돋는 집은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고 싶은 노숙인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들의 의지에 맡기지만 자립원에서는 철저히 하나님 중심의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

이씨는 처음 하루 두 차례의 예배,성경공부,성구 암기,성경 필사 등 신앙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무척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마음 깊이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하루에도 몇 차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13:34)는 성경말씀을 암송하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에게 이런 변화가 있기까지는 신생교회 김원일 목사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의 손길이 있었다. 신생교회는 지난 1999년 당시 만학도 전도사였던 김원일 목사가 개척한 교회로 매주 목요일과 주일,청량리 역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5백여 명의 걸인과 노숙자,주변의 가난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예배를 드리며,예배 후에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2001년에는 이들을 위한 공동체인 해돋는 집을 경기도 남양주시 천마산 일대에 설립, 알코올 중독자들을 모아 예배와 성경공부와 기도생활을 통하여 재활과 자립을 돕다가 지난해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다. 앞으로는 우리 나라에 3백만 명이 넘는 알코올 중독자를 위해 금주 운동과 회복 시설을 운영할 꿈을 가지고 있다.

김원일 목사는 "가족과 친지들에게까지 버림받은 이들에게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들릴 것"이라며,"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게됐던 사마리아 여인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말씀과 사랑을 통해 삶의 좌절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는 것이 내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주님의 일을 오늘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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