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연속, 교단의 밝은 미래 보람

[ 교단 ] 제89회 총회장 김태범목사 이임 인터뷰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5년 09월 23일(금) 00:00

"총회장으로서의 중책을 감당했던 지난 일년을 돌아볼 때 먼저 어려움 중에서도 우리 교단을 지켜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보다 감사합니다. 아울러 총회를 위해 기도해 주신 성도님들과 가깝게는 모든 일을 함께 의논하며 고민하고 기도했던 임원 한 분 한 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생각하는 방법에서나 지향점이 같았고, 무엇보다 너무나 훌륭한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데 대해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제90회 총회 개회를 목전에 두고, 기독공보 이사장으로서 마지막 전체 이사회를 주재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김태범 총회장은 총회를 위해 기도로 물질로 후원해 준 전국 교회와 한 마음을 어려운 결단의 순간마다 같이해 준 임원회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첫 소감을 대신했다.

"지난 제89회 총회 사회를 볼 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총회 연금재단 문제를 논의하였을 때였다면 회기 중에는 '미자립교회 교역자 생활비 평준화 사업' 시행을 최종적으로 논의하던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회고하는 김 총회장은 당시 총회 사회를 보며, 양측의 팽팽한 주장 속에 정회가 되었던 그 밤, '어떻게 논의해야 할 것인가' 고심하다 새웠던 밤의 기억을 떠올렸다.

기도하던 중에 결국 '공정한 토론'만이 대안이라는 결론을 얻어 양측에게 시간과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겠다는 의지를 회의장에서 표명하자 회의장의 분위기는 반전되었고, 몇 해를 끌었던 양측의 양보 없는 설전은 비로소 무엇이 문제의 핵심이었던가를 총대들로 하여금 비로소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이다.


힘들었던 결단, 희망 속에 보람 찾아

인사 개편 마무리와 함께 기구개혁을 완성, 새로운 변화 속에 출범한 제89회기 또한 말 그대로 산적한 과제들이 새롭게 출발하는 총회 실무진은 물론이고 총회 임원회 앞에 놓여져 있었다. 바로 '평준화'와 '노회 경계' 문제, 그리고 교회들의 분쟁으로 인한 어려움 등이었다..

김 총회장 역시 '순간적으로 판단이 힘들어 고민했던 순간'이 왜 없었을까. 그 가운데에도 지난 1월 말 총회 임원회와 재정부. 재정통일위원회 등 3자 간의 연석회의를 소집해, 평준화 사업 시행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확정 짓던 순간판단은 참으로 쉽지 않았다.

이 사업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김 총회장은 "임원회도 그렇지만 새로 총회 일을 맡게 된 사무총장도, 재정부와 재정통일위원회 속한 장로님들의 수고가 참으로 많았다"는 말로 대신했다. 당시까지 전혀 시행과 동참의 의지를 보이지 않던 대다수 노회와 교회들의 현실을 보면서, 회의 참석자 중 3분의 1만 반대하면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사업을 보류하리라 마음 먹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사업의 중요성을 확신하고 또 시행 과정에서 전국을 뛰며 수고했던 이들의 열심과 적극적인 자세가 이러한 고비를 넘게 해주었다.

"만약 이전의 지원 제도로 갔더라면 3, 40퍼센트가 만족하고 말았을 텐데, 이렇게 해서 절반 가까운 목회자들이 혜택을 받게 되었다면 나름대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수고한 관계자뿐 아니라 어려울 때일수록 협력해 준 교회들로 인해 기초가 놓여지게 되고 앞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 감사할 뿐"이라고 밝혔다.

제 역할 완수가 연합의 기본

세계교회와의 관계나 국내 연합사업에 대해서도 김 총회장은 앞으로 보다 본질과 효율성에 충실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에도 연합기관들이 생겨나고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또 가시적인 연합과 일치를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들보다 더욱 급한 것은 스스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한 뒤 연합사업의 본질은 '경쟁적 발전의 도모'가 아니라 교단 간의 문제에 대한 협의와 조정 정도이라고 본다며 이에서 지나치면 또 다른 이해 관계를 따지게 되고 부정적인 정치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공식적인 교단과 기관 방문 경험에 대해서도 "세계 교회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은 되었지만 그 때마다 구체적인 결실을 위해서는 실무 차원의 방문과 교류가 더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밝혔다.

궁극적 문제 '교육'

금회기 중 수면 하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됐던 문제 가운데 하나는 신학교육 문제였다. 이번 총회에서도 '목연 폐지' 문제가 현안 가운데 하나로 올라와 있는데 이러한 문제에 대해 김 총회장은 "나라의 문제를 다루다 다루다 보면 결국 도달하는 곳은 교육"이라고 전제한 뒤, "교회 문제 역시 파고 들다보면 그 귀결점은 신학 교육"이라면 문제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총회 직영신학교가 늘어난 현실에서 경계해야 할 문제는 지역 이기주의에 빠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 김 총회장은 목연 문제 역시 부수적 목적보다는 진정으로 우리 교회를 위한 목회자 양성과 사명감 있는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한 방향에서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장' 보다 '중심'에 서야

김 총회장은 또한 교회가 전에 없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때로는 기독교 내에서 상반된 입장으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현실과 관련해 "교회가 모든 사회적 이슈 하나 하나에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뒤 "교회는 늘 세상 속에서 깨어있어야 하나 때로는 과거 광주 민주화운동의 경우나 독재 정권이나 신군부 하에서와 같이 정보의 부재나 외부적 강압 등에 의해 암암리에 혹은 묵시적으로 (부정과 불의에) 동조적 입장을 보여온 과거가 있다"며 "다양하고 다원화 된 우리 사회 속에서 신앙 바르게 중심을 잡고 서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보다 신중한 자세를 주문했다.

'교회 교육' 국가적 기여

그러나 교회가 지난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수행해 온 역할에 대한 역할에 대한 평가, 그로 인한 영향력에 대한 인식만큼은 분명했다. "비록 오늘날 우리 총회의 결의나, 교회 단위의 행사가 (타종교에 비해) 언론이나 사회적 관심에서 뒤떨어진 것처럼 보이나, 무너진 한국 교육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교회 교육'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지도자 상당수가 현재 크리스찬이냐를 떠나 교회 교육과 기독교적 영향을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교회 안에서 인성 교육은 물론 수련회를 통한 공동체 생활을 가르치고 리더십을 경험하게 하고, 음악이나 사회 봉사 분야에서 교회가 일상처럼 행하고 있는 것들의 가치는 정부나 사회 교육 기관의 눈으로 정직하게 평가한다면 그 가치가 엄정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일들이 다른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심을 모으지 못하는 것은 교회가 이런 일들을 너무 일찍부터 시작한 탓이고 당연한 우리의 모습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바쁘지 않고, 인기 없는(?) 총회장'

총회장으로서의 사역을 감당하며 수많은 회의와 모임으로 서울과 대구를 때로는 해외 방문 등의 일정을 보내며 목회자로서의 사역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었을 지난 한 해 목회와 사역은 어떠했을까. 김 총회장은 "오히려 한 해 안식년을 보낸 것 같다"는 뜻밖의 답변을 주었다. "총회장 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40일 특별새벽기도회를 시작해 큰 어려움 없이 은혜 중에 마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지만, 총회의 심부름을 맡았다고 많은 의무도 면케 해주어 목회 일생 중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고 교회에 감사를 밝힌 뒤, "총회가 잘되는 것은 모든 부서와 위원회가 열심히 일할 때 가능한 것이지 제가 나선다고 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취임사에서 드렸던 말씀처럼 '중심을 잡고 그 자리에 늘 있겠다고 한 약속에는 충실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총회 안팎의 정치적 문제로 어떤 제의도 연락도 받은 바 없어 이상하고도 좋았다는 첨언은 '인기없는 총회장, 바쁘지 않은 총회장이 되겠다'던 취임시 특별 대담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했다.

상반된 위기의 국면들

취임 당시에도 '교회 위기론'을 언급했던 김 총회장은 한 해가 지난 뒤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기득권을 포기하지 하지 않는 한 고치기 힘든 병폐'에 대한 우려는 한국 교회가 가진 잠재력과 생명력, 특히 본 교단의 비전과 정책적 선도성에도 불구하고, 교회들 가운데는 두 가지 상반된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바울의 성장지상주의에 빠져 있고, 무엇보다 분열과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던 교회를 향해 경계했던 '미성숙함'의 문제가 그 하나라면, 교회의 잘못된 보수성, 즉 참으로 보수해야 할 '복음'보다 버려야 할 관습에 사로잡혀 있는 '노쇄함'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고, 이런 면들이 사회적으로 기독교의 위상과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제90회 총회 위한 기도 요청

총회장으로서의 일년 사역을 마무리하며 "지난 20년 총회 총대로 참석하며 한 차례의 발언도 없었지만 회무 처리 과정과 논의를 지켜보며 나름대로 그간 총회 현안들에 대해 소신과 입장을 갖고 있었다"면서, "생각밖에 급하게 총회장으로 교회를 섬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지만 지난 한 해를 많은 일들 속에서도 대과 없이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은 진정 총회를 위한 전국 교회의 기도와 애정과 열심을 갖고 섬겨 주신 많은 동역자들과 총회 실무자들의 노고 때문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눈앞에 다가 온 총회 준비에 대해 "장소 문제로 화제가 되고 우려하시는 지적을 들은 바 있다"면서, "진정으로 거룩한 총회가 될 수 있도록 하나님의 몸된 지체를 대표하는 1천5백 총대님들께서 진지하고 성숙하게 회의를 이끌어 주실 줄로 믿는다"고 강조한 뒤 "대구 지역뿐 아니라 영남지역 노회와 교회들이 한 마음이 되어 전국교회의 대표자들을 맞이할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변화의 기회가 선진적인 회의 문화와 교단의 성숙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으로 말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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