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상처 함께 치유하는 울릉도 사람들

[ 아름다운세상 ] 뱃길 건너 찾아온 자원봉사자들, 교인과 주민 한마음으로 복구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09월 21일(수) 00:00
'나비'의 날갯짓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나타나고야 말았다.

동해쪽으로 북상 중이던 태풍 나비가 일본 열도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기상청 예보는 틀리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 별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성급한 낙관론은 예상을 빗나갔다. 그것도 처참한 상처를 남겨놓기까지 했다.

   
태풍 나비로 폐허가 된 울릉도와 주민들의 마음을 회복시켜달라고 기도하는 울릉도지역 목회자들과 총회 사회봉사부 관계자.
지난 6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쉴새없이 내린 폭우로 초토화가 된 울릉도 주민들에게 태풍 나비는 꽃 찾아 날아든 나비와는 전혀 다른,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린 무서운 괴물이었다.

"기상청에서는 6백밀리미터의 폭우가 내렸다고 하지만 아마 8백밀리미터 이상의 비가 내린 것으로 생각됩니다. 계측기고장으로 6백밀리 이상은 측량이 안됐거든요."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울릉군 서면 정복석면장은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서면의 남서 1리의 경우 83세대 중 68세대가 가옥이 전파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을 정도로 타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인구 1만여 명이 채 안되는 울릉군은 행정구역상 울릉읍과 서면ㆍ북면 1읍 2면으로 나뉘어 있는데 유독 서면에만 피해가 집중돼 전체 인구 가운데 40퍼센트 가량이 피해를 당했다. 집이 매몰되고 침수된 사람들은 현재 인근 교회와 면사무소 등 관공서에서 막막한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서면 중학교. 학생들이 공부하던 교실, 언제쯤이나 복구할 수 있을까?
그나마 이재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것은 같은 피해를 당하고서도 피해 현황 파악과 복구활동에 앞장서며 든든한 격려를 아끼지 않은 목회자들과 교인 등 이웃들의 정성이다. 게다가 피해 소식을 듣고 뱃길 건너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의 정성과 속속들이 답지한 구호품들은 이들에게 엄습한 낙심 대신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의지를 심어주었다.

피해 발생 직후부터 진흙투성이로 바뀌어버린 마을 이 곳 저 곳을 돌아보느라 내내 고무장화를 벗지 않았던 임종훈목사(남양제일교회)는 "전국 각 처에서 이름도 모를 분들이 찾아오시고 구호품을 전해주었지만 육지에서 찾아 온 소망교회(김지철목사)와 광염교회(조현삼목사) 관계자들이 구호품을 싣고 힘든 뱃길을 건너 찾아오셨을 때 많은 감동을 많았다"고 고백하면서 이번 재해가 믿지 않은 주민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털어놓기도 했다.

섬 전체 주민이 1만여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울릉도는 복음화율은 50퍼센트를 자랑하며 전국 평균을 상회한다. 현재 본 교단 소속으로는 도동제일(최승호 목사) 남양제일(임종훈 목사) 옥천제일(여명천 목사) 울릉간령(손정호 목사) 울릉동광(조석종 목사) 천부제일(윤성묵 목사) 태하(전인재 목사) 통구미(이은희 목사) 현포장로교회(현충기 목사) 9개 교회가 목회를 하고 있는 이 곳엔 포항남노회 울릉시찰(시찰장:손정호)이 조직돼 있고 초교파적으로는 36개의 교회가 소속돼있는 울릉군 기독교연합회(회장:안재익)가 있어 섬주민들을 위한 선교에 열심을 다하고 있다.

   
학교를 찾은 초등학생들.
시찰장 손정호목사(울릉간령교회)는 "교회와 교인 피해도 컸지만 시름에 잠긴 주민들 생각에 쉴 생각조차 안난다"고 말하면서 목사님들과 교인들이 이재민들은 물론 복구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김밥과 음료수 등의 간식과 물과 식사, 숙식을 제공하며 피해 복구에 전 교인이 총동원됐다고 전한다.

특히 이번 태풍 때문에 울릉시찰 소속 일부 교회들도 십자가와 교회담장이 파손되고 사택, 교육관 등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이 곳 목회자들은 저마다 고무장화를 신고 각기 연장을 들고 새벽기도 끝나기 무섭게 교인 가정을 돌아보며 그들을 위로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뿐 만이 아니다. 목회자들의 솔선수범에 교인들도 제각기 맡은 봉사의 분량을 감당하고 있다.

   
태풍 피해 발생 직후 울릉도지역 교인들과 주민들은 이재민들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급식에 나선 자원봉사자들.
마을 한귀퉁이에 마련된 급식소에서 10여 일째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는 허영희권사(남양제일교회)는 "하루 평균 많게는 8백인 분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교인들과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복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까 잘 되겠지요"하며 밝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울릉도 곳곳엔 아직도 길이 끊겨 가지 못하는 마을이 남아있다. 또한 산에서 굴러온 돌더미에 묻혀버린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매몰된 도로는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복구가 시급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시련을 복음을 전할 기회로 생각하며 소매를 걷어 부친 목회자들과 교인들, 그들이 있었기에 아무리 생채기가 났어도 울릉도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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