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세상 베움에서 찾았죠"

[ 교계 ] 시각장애인 복지, 교육 실천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09월 14일(수) 00:00
꼭 닫힌 문을 여니 또 하나의 문이 나왔다. 다시 그 문을 여니 젊은 청년들이 이름 모를 곡을 연주하고 있다. 신디사이저, 일렉과 어쿠스틱 기타가 어우러진 하모니에 맞춰 밴드의 보컬이 노래를 시작한다.

   
저시력증, 완전 실명 등 시각장애의 아픔을 딛고 자신의 미래를 푸른빛으로 물들여가는 사람들. 엑셀 프로그램 활용 시험을 앞두고 있는 유충섭 씨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담당 선생님에게 추가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이 연습하고 있는 곳은 강남의 유명 녹음실도, 전문 밴드의 연습실도 아니다. 육신의 눈은 어두워졌지만 자신의 열정과 노력으로 빚어낸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결성한 이름없는 밴드의 연습실이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관장:김록현)내에 있는 소박한 연습실에 모여 이들은 공통의 관심사도 나누고 인생의 고민도 얘기하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있었다.

이들 외에도 복지관에는 자신의 미래를 푸른빛으로 물들여가는 사람들이 많다. 유충섭 씨는 몇달전 치른 엑셀 프로그램 활용 시험에서 필기 부문에 합격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실기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복지관에서 담당 선생님에게 추가적인 교육을 받고 연습 중에 있다.

지난 1992년 본교단은 사회복지법인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제81회 총회에서 법인 설립을 승인했다. 그리고 1997년 서울시로부터 사회복지법인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회 설립 허가를 받아 시각 장애인들의 권리와 복지증진, 이들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다각도의 활동을 진행하며 육신의 어두움에 빛이 되는 사역을 진행해오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각자의 달란트를 활용해 밴드를 결성하고 열심히 연습 중에 있다.
실로암 복지회는 본 교단 뿐 아니라 국내 시각장애인 복지와 교육에 관련해 체계적이고 수준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현재 복지회는 산하 시설인 실로암 복지관을 통해 △직업복지사업 △지역사회복지사업 △사업재활사업 △저시력인재활사업 △학습지원사업 △시각장애인컴퓨터 사업 △시각장애인용 소프트웨어사업 △정보제공사업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에 1백여 명의 직원과 매년 수백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시각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

이렇게 한 자리에서 시각장애인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해 온 실로암복지회의 역할과 책임은 나날이 무거워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 완전 실명이나 저시력증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장애인의 수가 25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하루 평균 3백여 명이 복지관의 시설과 교육을 이용하며 장애인들을 위한 정보제공시스템(BBS)나 각종 소설이나 뉴스를 제공하는 음성정보(ARS)이용자는 하루 6천5백여 명에 달하는 상황. 이 추세도 역시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어 관련 인프라의 확대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조직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과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 현재 1백여 명의 복지회 소속 직원들이 분야별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지역과 교회내 자원봉사자들과의 연계 시스템을 위해 장애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복지회에서 관심을 두는 것은 장애인들의 경제적, 정서적 자립과 관련된 교육이다. 시각장애인들이 훈련을 통해 할 수 있는 텔레마케터, 제조 및 단순노무직, 고객상담원, 안마사 등의 직종에서 취업에 필요한 제반 교육과 업무실습을 하고 있다.

실로암 복지관 노현준 복지사는 "최근 정부에서 장애인고용정책에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에 취업문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저시력증 중에서도 경증 위주의 장애인들에게 해당되는 상황이고 고용형태도 계약직이 대부분이어서 장애인들에게 취업문은 여전히 좁다"고 지적하면서 교회내 인력으로의 활용 등 장애인들의 생활자립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관은 그동안 수행해왔던 복지 및 교육사업과 더불어 폭넓은 사업 진행을 위한 기반을 다져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사를 시작한 장애인보호작업시설이 완공돼 지난 6월 준공감사예배를 드리고 시각장애인들이 경제적ㆍ정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피아노조율 텔레마케팅 단순 조립ㆍ포장 등의 취업교육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 1일에는 '연령관련 황반변성'(AMD) 환자에 대한 치료비 후원 사업을 시작해 오랜 치료기간과 많은 치료비용으로 고통받아 온 황반변성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으며, 첫 수혜자로 엄구석 씨를 선정하기도 했다.

실로암 복지회가 치료 후원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황반변성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보험 적용등의 의료혜택이 적어 변변한 치료도 못받고 중도 실명자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실무를 진행하는 복지회 산하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관장 김록현장로는 "시각장애인 중 90퍼센트가 중도 장애인이며, 이들은 사고나 황반변성같은 질환으로 인해 실명하게 된다"면서 "특히 연령대가 높은 노인들은 경제적 부담이 많이 안고 있기 때문에 치료비라도 일부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점자성경을 비롯해 일반 도서를 제작, 배포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김 장로는 무엇보다 실로암복지회가 하는 일에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과 관련해 그는 "꼭 재정적 부분이 아니라 관공서에 가서 서류를 작성하는 일도 버거워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교회가 자원 봉사대를 조직해 관공서나 시장에 갈 때 동행해주고 약간의 도움을 주기만 해도 장애인들에게는 큰 보탬이 된다"고 하면서 많은 이해와 격려 속에서 실로암복지회의 활동에 이해를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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