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없는 '토론장'

[ 기자수첩 ]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5년 08월 24일(수) 00:00

"질의가 없는 관계로 이것으로 마칩니다"

현재 전국 62개 노회 1천5백 명 총대 뿐 아니라 총회 정치에 조금의 관심이라도 두고 있는 교단 안팎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관심을 쏟고 있는 부분이 사실상 91회기 총회장을 뽑는 부총회장 선거 문제일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들 간의 차별성이 두드러지면서 표심의 향배와 확인되지 않는 지지율 변화 추이에 성급한 분석과 견해들도 회자되고 있다.

현행 선거법상에서 문자메시지를 포함한 전화 홍보 만이 개별적인 활동의 유일한 통로인 상황에서 총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만규)가 주관한 후보자 정견발표회야말로 유권자인 총대들과 후보자가 직접 대면해 후보자들을 검증할 수 있는 자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구에서 열렸던 영남지역 모임뿐 아니라 네 차례의 모임이 과연 후보자들의 교단 정책에 대한 이해와 지도력을 검증할 수 있는 자리가 됐는지에 의심스러운 현상들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8월 16일 소망교회(김지철목사 시무)에서 열렸던 마지막 모임에서는 앞서 세 차례 모임에서 형식적으로나마 제기되던 질문조차 없어 주최측에서 서둘러 모임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이미 지상을 통해 다 들었던 질문들인데 또 뭘 묻겠느냐"는 총대들의 지적대로라면야 굳이 원거리의 총대와 후보자들을 어렵사리 모을 필요가 있었는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후보자 개개인에 대한 진지한 검증을 외면하고 이른바 '운동'과 '연(緣)'에 이끌리는 얽메인 선거 관행에 이미 편승한 때문이라면 총회의 개혁을 주도할 총대로서 심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유로운 토론과 모임을 '불법과 과열'을 우려해 막고 있는 현실이, '공명 선거'의 열매도 얻지 못하고, 후보자들의 정책적 소신과 경륜을 알리지도 확인하지도 못한 채 '흑색선전'의 희생자를 양산하고, 끝내는 총회마저 '중우정치'로 퇴화해 가도록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뒤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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