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바로 세우기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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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8월 23일(화) 00:00
   
정행업/대전신대 명예학장
정행업
대전신대 명예학장

종교사학파의 대표적 신학자인 에른스트 트뢸취(Ernst Troeltsch)는 역사적 방법의 세 가지 원리를 제시했다. 즉,비평원리,유비원리,상관원리를 말한다. 비평원리는 모든 역사 자료는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검증해서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역사 정립이다. 유비원리는 모든 역사적 사건들의 밑바탕에는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는 원리를 전제로 한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사건은 과거의 사건들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상관의 원리는 모든 역사적 사건들은 이전의 일어났던 사건들과 인과적(因果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상의 원리들은 우리가 역사에 접근하는데 좋은 참고가 된다고 본다.

수년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운동은 사회 각 계층에서 널리 일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이를 입법화해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아마도 일제 때 식민통치의 본거지가 되었던 조선총독부 건물의 중앙 돔을 기계톱으로 자르고 기중기로 철거해내는 작업에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왜곡된 역사를 때려 부수고 그곳에 바르고 새로운 역사를 정립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하고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과업이다.

그런데 '역사바로세우기'운동을 전개함에 있어서 몇 가지 전제되어야 할 기본 원칙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첫째로,역사는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서 서술되어야 한다. 그동안 알고 있던 역사가 사실에 근거해서 전해지고 있는 역사인지를 묻고 객관적 자료에 의해서 뒷받침이 되는 역사정립이 필요하다. 역사를 기술하고 해석하고 이해함에 있어서 어떤 선입견이나 입장을 내 세우면 역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어떤 주의나 사상이나 이념을 가지고 역사에 임한다던가 편협한 민족주의나 주관적 신념 등을 내세운다면 그것 자체가 역사를 왜곡시키는 오류를 스스로 범하는 일이 되기 쉽다. 환언하면 역사는 객관적 사실 자체를 먼저 찾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역사바로세우기'에 첫째 단계라고 생각한다.

둘째로,'역사바로세우기'는 역사의 종합적 판단 하에 세워야 한다. 한 민족의 역사이건 한 개인의 역사이건 간에 그 역사를 평가할 때 종합적이고 원만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역사에는 명암이 있고 선악이 혼재하고 있으며 의와 불의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어떤 역사적 사안을 놓고 오늘의 잣대로 재단을 해서 평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떠한 역사적 사건도 그 당시의 상황을 참작하여 공과(功過)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역사바로세우기'는 미래지향적 교훈을 담아야 한다. 과거의 역사를 현재에 회고함은 미래의 교훈을 삼기 위함이다. 과거의 영광스럽고 빛난 역사를 기억함은 앞날의 역사에 귀감을 삼기 위함이고 과거의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웠던 역사를 돌아봄은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결단을 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미화하거나 과장할 필요는 없고 또 역사를 지우거나 감출 필요도 없다. 다만 있는 그대로 역사를 서술할 것이고 첨삭(添削)할 필요도 없다.

'역사바로세우기'운동을 논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실례를 하나 거론하려고 한다. 지리산 노고단 정상 가까이에 선교사들이 활동했던 모습을 볼 수 있는 흔적이 남아 있다. 본 교단에서는 총회에 특별위원회로 지리산선교유적지보존대책위원회가 설치되어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잘 진행되어 '역사바로세우기'에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선교사들이 시설해 놓았던 건물이나 시설 등을 원형대로 복원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건축설계라던가 그 당시 쓰였던 자재라던가 그 형태를 그대로 살려서 원형보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다음으로 선교사들이 왜 그 당시 그 높은 곳에 그런 건물과 시설을 설치했겠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 한철 피서와 휴식을 취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그 곳에 예배당도 지어 예배와 경건을 통한 영성도 함양했을 것이고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이 먼 이국땅에 와서 선교사역을 하는 중에 풍토병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당하는 그들에게 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선교유적지로 지정되어 복원이 된다면 그것은 개신교 선교의 산 교육현장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좋은 취지의 '역사바로세우기'작업에 반대하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비판의 소리는 선교유적지는 제국주의 잔재인 만큼 복원해서는 아니 된다. 또는 이를 건설할 때 노동착취를 하였다. 또는 백두대간을 훼손하는 환경 파괴다. 등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비판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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