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 '생생한 사랑' 배우는 교회학교

[ 교계 ] 한남제일교회 "자원봉사학교'통해 섬김 실천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08월 23일(화) 00:00
토요일 오전, 한남제일교회(오창우목사 시무) 교육관이 교회학교 아동부 학생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하다.

   
사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무연고 노인들을 찾은 한남제일교회 아동부 학생들.
방학의 막바지인데다가 주말인 이 날, 잠이라도 늘어지게 잘 법도 한데 교육관에 모여있는 아이들의 머리는 정리되지 않아 삐죽하고 얼굴은 설친 잠에 푸석푸석하다. 그래도 눈만은 또렷히 맑은 아이들이 이런저런 궁금증을 털어 놓는다.

"선생님, 우리 언제 출발해요?”
"전도사님, 우리가 만든거 다 챙기셨죠?"

   
할아버지의 식사를 돕고 있는 학생들.
30여 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준비된 차에 나눠 타고 출발해 도착한 곳은 교회 인근에 위치한 사랑의 집. 자식들로부터 외면 당한 무연고 할머니, 할아버지 30여 분이 생활하고 있는 곳으로 주름진 입소자들의 얼굴만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뜻 있는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전 날 아이들과 교사들이 몇시간을 들여 준비한 향 포푸리 주머니를 입소자 한 분 한 분한테 선물하며 말을 건네고 맛있게 준비한 점심을 챙겨드렸다.

"맛있게 드세요~, 목마르지 않으세요? 제가 물 갖다 드릴게요."

   
한남제일교회 자원봉사학교를 수료한 아동부 학생들과 관계자들.
다소 어색하고 당황스러워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담당 교역자와 교사의 지도 아래 주름진 어르신들의 손도 잡아드리고 거동이 어려워 식사가 불편한 분들에게는 한 숟갈 한 숟갈 조심스레 떠 드리는 어린 손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이 날 사랑의 집에 온 아동부 아이들은 한남제일교회 자원봉사학교 수료생들이다. 한남제일교회는 용산구청자원봉사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아동부와 중ㆍ고등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학교를 열고 자원 봉사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방문할 시설에 전달할 선물도 마련하고 찬양과 연극을 준비하기도 했다.

지역 섬김과 나눔의 미덕을 배우며 직접 실천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된 자원봉사학교는 1박 2일간이 일정으로 진행됐으며 아동부는 사랑의 집에, 중ㆍ고등부 학생들은 교회 주변 독거노인을 찾아 반찬도 전해드리고 그들의 말벗이 되어주는 봉사 활동을 펼쳤다.

   
학생들이 정성스레 만든 포푸리 케이스.
오창우목사는 "중ㆍ고등부 학생의 경우 1년에 16시간 봉사활동을 해야 하지만 의무감에서 하는 시늉만하는 경우가 많거나 또한 봉사 활동을 위탁받는 관공서나 시설들도 학생들이 찾아오는 것을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섬김의 의미를 깨우치고 실질적인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교회와 지역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것이 자원봉사학교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남제일교회와 협력해 강사를 파견하고 봉사할 곳을 알선한 용산구청 자원봉사센터의 주경옥계장 역시 "교회가 이런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면 주5일 수업제와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과, 부모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도 모두 유익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교회로서도 아이들의 인성 교육은 물론 지역과의 친밀함을 통해 선교적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자원봉사센터는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지역마다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교회와 가정, 관공서 간의 이해와 협력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하기에 운영을 위해서는 교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책으로만 배울 수 없는 내 정성과 노력을 통해 나누는 사랑, 도움의 미덕을 마음에 새겨줄 수 있다면 여름성경학교의 한 프로그램으로서도 적용 가능하다.

이 날 사랑의 집에 왔던 초등학교 6학년 인 혁 군은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어서 좋았고 다음에도 또 오고 싶어요"라고 봉사 후 느낌을 털어놓았다. 언니 오빠들을 따라 온 신혜수(9세) 양도 "서로 아끼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짧은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오 목사는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이 저하됐다고 탄식하지만 이러한 시점에서 지역과 교회가 연합되어 참다운 사랑 실천의 적극적인 모델을 이끌어내야 하다"고 강조하면서 "자원봉사학교야말로 색다른 경험에 의해 유익한 가치들을 습득해가는 생생한 교육 현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 활동을 인솔했던 아동부 교사는 "프로그램 진행 기간 동안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했다"고 전하면서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어리둥절하던 아이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유산을 가지고 가는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몸으로 보여준 어린 마음들이 더 많은 곳으로 전해지도록 하는 것은 이제 어른들의 책임으로 다가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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