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계 ] 매몰된 가옥, 침수된 농지 곳곳에, 전기 수도도 끊겨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08월 09일(화) 00:00
호우 피해 현장. | ||
윗마을에서 굴러 온 생활 집기며 누군가의 집 담벼락에서 떨어져나온 시멘트 블럭, 어디가 도로였고 밭이었는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평화로웠던 마을이 악취 나는 쓰레기와 진흙으로 순식간에 뒤덮여버렸다.
덕유산 자락 주위로 자리하고 있는 무주 진안 장수는 이번 호우로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목회자들의 안내를 지역을 둘러보았을 때 도로가 무너져 교통이 통제되고 전기와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호우가 지나간 후에도 주민들의 불편과 고통은 계속되고 있었다.
침수된 인삼 밭. | ||
조수태목사(봉곡교회 시무)는 "우리 교회 강점석장로 부인 김길자 성도와 김동훈 집사가 주택이 매몰되는 바람에 갈비뼈와 폐에 중상을 입었다"고 말하면서 "사람 다친 것도 그렇지만 자식같이 길렀던 농작물이 못쓰게 된 것을 바라보는 교인들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번 호우로 본 교단에서는 전라도 지역에 기반을 둔 전북동, 김제, 전서노회에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전북동노회 오천교회(김형탁목사 시무) 이용철성도는 주택이 매몰돼 숨지기도 했다.
전북 장수에서 한지 공장을 운영하는 한기상집사는 출고를 앞둔 제품들이 손상된 것은 물론 집도 침수돼 가족들과 공장 한켠에서 때늦은 점심을 하고 있었다. "저렇게 젖은 한지는 어차피 버려야 한다"는 그는 "그래도 가족들이 무사하니까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물에 잠긴 한지들을 살펴보는 한기상집사. | ||
"나이가 들면서 과수 재배하는 게 벅찼는데 하나님께 이런 마음을 아시고 과수원 일부를 정리해주셨나봐요"라고 말하는 유 장로는 속상한 마음 사이로 넉넉한 미소를 보내면서 과수원을 방문한 목회자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김제는 제방 둑이 무너지면서 피해 규모가 확대된 경우다. 넓직한 평야가 많은 김제는 그나마 수로시설이 잘 돼 있는 곳으로 알려져있었지만 제방이 무너지면서 그 끝도 모르게 펼쳐진 논들이 물에 잠겨버렸다.
김제시 신신마을에서 40년 넘게 농사를 지어 온 원석준성도는 논이며 집이며 물에 잠겨 복지관에서 생활하며 벼들을 돌보고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닥친 물로 재래식 변소도 넘치고 그 틈에 마당 창고에 쟁여두었던 나락들도 못쓰게 됐다.
밥도 못먹고 잠도 안와서 논을 오고 가며 벼를 돌보고 있지만 이렇게 물에 잠겼던 벼 절반은 썩거나 수확을 하더라도 쭉정이가 많은 하등품으로 분류돼 빚더미에 앉을 생각을 하니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시내 상가들이 큰 피해를 입은 줄포리. | ||
이렇게 전북 지역을 할퀴고 간 호우로 지역민들은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봉사의 손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지역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전북동노회 진안제일교회(이종학목사 시무) 청년부는 수련회 마지막 날인 6일 피해를 입은 마을을 찾아와 주변 정리와 흙 묻은 집기를 정리하는 일을 돕고 있었다. 청년부회장 김현두 씨는 "방송이나 신문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현장을 와 보니 피해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하면서 "20여 명의 청년회원들과 교회 집사들이 함께 와서 조금이나마 거들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에 동참한다면 피해 복구도 빨리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손된 주택. | ||
현재 본 교단에는 재해 복구를 담당하는 인력은 한 명. 총회와 노회간 재해복구를 위한 조직적인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태풍 피해가 연이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의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