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

[ 연재 ] 데스크창

김훈 기자 hkim@kidokongbo.com
2005년 07월 19일(화) 00:00
기자 또래의 연령층에서 자녀 셋 이상을 둔 친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1960~80년대 대한가족협회의 표어에서도 나타나듯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것이 일종의 사회관습을 넘어 불문율처럼 통용되던 시절이라 어쩌다 딸 둘을 가진 아빠가 어렵게 셋째로 아들을 낳아도 대놓고 좋아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올해들어 이런 분위기가 180도로 바뀌었다. 정부는 40여 년간 유지해 온 '출산 억제' 정책을 '출산 장려' 정책으로 선회했을 뿐 아니라 '결혼 1년 내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 건강하게 잘 기르자'는 '1ㆍ2ㆍ3운동'을 벌이고 있다. 실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90년대 이후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사실상 대란을 예고하고 있었다. 둘 이상 자녀에 대한 정부의 차별 정책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전국 평균 출산율은 1.19명.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 추세가 맞물려 향후 인구 감소와 국력 저하라는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자손이 번창하는 것을 복으로 여겼다. '자식은 자기가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난다'는 낙관론적 시각이 농경사회를 지배했다면 산업사회에 접어들어서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는 섬뜩한 구호가 국민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던 정부가 사회종교단체와 합세해 이제 다시 힘 닿는대로 낳아달라고 호소한들 '자식 농사'를 위해 허리가 휘는 것을 당연시하던 옛 부모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서울시는 최근 자녀가 많은 '다둥이 가족' 초청 잔치를 벌였다. 이중 12명의 자녀를 둔 40대 남상돈 이영미집사(서울산정현교회) 부부 가정이 단연화제가 됐다<28면 미담참조>.

이 부부는 "하나님이 주신 축복을 거역할 수 없어 생기는 대로 낳았다"고 말한다. 대광고 선교부장인 믿음직한 맏아들 경한이로부터 연년생으로 아직 이름도 짓지 못해 똘순이로 불리는 생후 20일 된 갓난아기까지 14명의 대식구는 그러나 장남의 학교 수업료를 밀릴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다둥이 가족이 화목하게 때론 부대껴가며 오손도손 살아가기에 우리 사회의 현실은 척박하고 힘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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