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룰'

[ 연재 ] 데스크창

김훈 기자 hkim@kidokongbo.com
2005년 07월 05일(화) 00:00
'장난삼아 살짝 물기로 약속해놓고 세게 무는 개는 왕따 당한다?'

개와 같은 동물들 사이에도 규율에 어긋난 행동에 대해선 벌을 가하는 일종의 '윤리의식'이 있다고 미국의 타임지가 지난 3일 보도했다. 타임은 동물 행태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면서 점점 더 많은 학자들이 개 원숭이 돌고래 생쥐에 이르는 다양한 동물들에게 부러움,동정심,이타주의,정의감 등 미묘하고도 복잡한 심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베코프 콜로라도대 교수는 10년 이상 개의 행태를 관찰하고 이를 비디오로 녹화해 분석한 결과 개들 사이에도 규율이 있고 이를 어길 경우 '집단 따돌림'을 받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원숭이 집단을 집중 연구해 온 프랜스 데왈 에모리대 교수는 "음식을 독차지할 수 있는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들과 음식을 나눠먹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에게서 이같은 질서와 규율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지하철에 탔던 묘령의 여자가 자기 애완견의 배설물을 그대로 방치한 채 지하철에서 내린 사건이 인터넷에 회자되면서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네티즌들에 의해 '개똥녀'라고 명명된 이 여자의 몰염치로 인해 이 여자와 인상 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이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에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최전방GP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도 따지고 보면 인간성 파괴의 단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언어폭력에 시달려 온 병사가 동료 병사들이 잠들어있는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난사했다는 수사 결과에 대해 한쪽에서는 언어폭력이 얼마나 심했으면 그런 짓을 했을까하는 동정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언어폭력과 구타가 그 도를 넘었다한들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논리의 정당성도 옹색하고 무가치할 뿐이다.

최근 대형교회의 분규가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면서 습관적이고 일상화된 폭력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교회 문제에 미온적인 공권력이 '강건너 불구경'하는동안 폭력은 맹신이라는 화약고를 무기삼아 공의와 질서를 마음껏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간혹 이단사이비 종교집단에서 교주에게 충성을 맹세한 신도들이 살인도 불사한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백주에 벌어지는 교인간의 일상화된 폭력은 무슨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개나 원숭이도 더불어 살 줄 아는 지혜를 가졌거늘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사람들이 어찌 짐승만도 못한 흉내를 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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