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캠프는 생명 회복의 역사"

[ 빛으로 생명으로 ] 빛으로 생명으로/이정우목사의 십자가 정병 키우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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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7월 05일(화) 00:00
   
군목에게 있어서 적어도 필자에게 가장 보람있었던 일 중의 하나는 자살 우려 병사들에 대한 상담시간이다. 요즈음 이혼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군에 입대하는 청년들도 결손가정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살 우려 병사로 분류된 병사들을 보면 대부분 이혼 가정 자녀들이다. 그들의 특징은 적응능력이 다른 병사들보다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군목들은 부대에서 이런 병사들을 많이 만나 상담하고 치유해 준다. 군이 일반사회보다 자살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도 군목들의 이러한 이름도 없고 빛도 없는 수고의 결실이라 여긴다.

필자도 부대가 포기한 병사들을 끌어안고 상담하면서 그 생명이 회복되는 일들을 수없이 경험해 보았다. 생명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노라면 말할 수 없는 희열과 보람이 있다.

요즈음 군에서 자살을 막기 위해 고심을 한 끝에 '비전캠프'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프로그램은 치유 프로그램이고 군목들이 전담교관이 되어 진행한다. 자살을 시도했던 병사들,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들어온 병사들, 부모 이혼으로 적응을 못하는 병사들 등 부대내 특별 관심 병사들은 다 이 캠프에 입소한다.

처음 입소할 당시 병사들은 자존심 상해하고 기분 나빠한다. 자신이 군 생활을 잘 못해서 들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박 4일이 지나고 퇴소할 때가 되면 모두들서로 아쉬워 어찌할 줄 모른다. 그들 모두가 고백하는 것은 "나는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의 회복이다.

필자가 가동하는 프로그램은 축구, 자신의 마음 상태 알기(MBTI, 과학적 심리 분석 기법 자료 활용), 의미있는 영화 관람(강아지 똥, 패치 아담스, 뷰티풀 마인드 등)후 토의, 심층 대화시간(밤에 군 복지시설을 활용, 가장 슬펐던 일들 혹은 기뻤던 일들, 자신의 아픔 등을 진지하게 이야기 한다), 사회 복지시설 봉사 활동 등이다. 특히 마지막 날에는 촛불 의식을 진행하는 데 캠프 소감과 자신의 비전을 이야기하며 자신감으로 충만해 져 있는 모습을 볼때 그 효과가 대단함을 경험한다. 그들 입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고백은 "이곳에서 마음껏 웃을 수 있어서 좋았고 웃음을 회복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 혼자만 이 세상을 힘들게 사는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힘든 병사를 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저도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았습니다." 등이다.

지난 번 부대에서 포기한 한 병사가 있었다. 너무도 유명해서 군단장까지 알고 있었던 병사였다. 이등병이었는데 부대에서 휴가를 못 보내고 있었다. 왜냐하면 밖에 나가 휴가중에 목숨을 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부대에서는 보내지 않고 의무실에 보호병을 붙여 관리하고 있는 병사였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전해듣고 무조건 부대 지휘관에게 군종부에서 관리할테니 그 병사를 교회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비전캠프에 입소된 그 병사와 여러 시간들을 가지면서 깊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혼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유아시절 고아원에 잠시 위탁되었는데 그것이 충격이 되어 그 뒤로 말을 더듬고 있었다. 말더듬 증세로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에서 왕따당하다 군에 들어온 것이다. 그의 아픔과 아픔을 만들어낸 모든 상황들을 직시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급선무였고 실타래처럼 얽힌 상처들을 한 올씩 풀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말을 심하게 더듬었지만 자신의 속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끄집어 내 들추었다. 우리 동료들은 서로 들었고 필자는 그 병사를 위해 다른 병사들의 훈수를 요청했다. 수 많은 좋은 이야기들이 나왔고 그 병사를 치유해 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모두가 신뢰하고 인정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그 병사는 마음이 열려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촛불 의식시간 소감을 필자가 묻자 그 병사는 이런 대답을 하였다.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군생활이 아직은 두렵지만 많이 도와 주십시오."

모두가 박수쳤다. 죽음만 가득한 마음에 회복의 역사가 함께한 것이다. 물론 이 병사는 신앙없는 병사였지만 세례를 받고 거듭나 지금 군종병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감사한 것은 비전캠프에 입소한 병사들에게 자신의 아팠던 이야기들을 들려 주면서 희망을 전하는 비전캠프의 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다. 일명 우리는 그를 '비전캠프 조교'라 부르고 있다. 생명을 회복시키는 주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연무대교회 담임 designtimesp=26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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