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원' 설립 40주년 맞았다

[ 교단 ] "기도는 노동, 노동은 기도" 실천, '네 번째 강' 사역으로 미래 사역 준비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5년 06월 14일(화) 00:00

   
예수원 입구에 들어서면 대천덕 신부가 생전에 강조했던 성경적 토지관을 보여주는 성경 말씀이 새겨진 돌비와 함께 고인이 된 대 신부의 추모비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한국교회와 사회가 한결같이 '성장'의 구호 아래 얻는 것도 잃는 것도 돌아볼 여유없이 달음질을 시작했던 60년대, 백두대간의 한 골짜기에서 조용히, 하지만 끊임없이 영성의 샘물을 길어 올렸던 소중한 신앙의 공동체가 올해로 그 출범 40주년을 맞이했다.

'예수원', 커다란 오두막을 배경으로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대천덕 신부의 사진이 표지에 실렸던 한 권의 책, '산골짜기에서 온 편지'와 이후 발간된 책들은 이 땅의 많은 크리스찬들에게 골짜기에 솟아나는 깊은 신앙의 가르침을 전해주며 새로운 영혼의 안식처로 다가오게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0년 동안 변함없는 개척자들의 노동과 기도를 병행해 온 이곳 예수원 식구들의 삶은 아무런 조건도 댓가도 없이 방문자들과 함께 말씀을 묵상하고, 중보적 기도를 하며, 섬김의 본을 보임으로써 지친 영혼에게는 새로운 삶의 용기를 주었고, 이곳을 영적인 마음의 고향으로 간직하게 했다.

예수원으로 오르는 길은 예전이나 크게 변함이 없었다. 다만 입구를 들어서자 나타나는 '고 대천덕 신부 추모비'만이 설립자이자 예수원의 역사라 할 수 있는 대천덕 신부의 부재(不在)가 사실임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듯 했다.

   
40년 전 예수원이 처음 설립되던 당시 대천덕 신부와 동역자들이 수개월동안 생활했던 군용텐트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는 예수원의 정신과 가르침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사진은 40주년을 맞아 설치된 텐트 모습.
1965년 성령강림주일을 맞아 성 미가엘신학교 학생들과 항동교회 교우들을 중심으로 군용 텐트를 숙소 삼아 이곳에서 '기도와 노동'을 실천하는 공동체로 출범한 예수원은 설립 40주년을 맞으며 예년과 달리 다소 거창한 행사들을 많이 진행했다. 한 주간 동안 계속된 행사 기간 중에는 예수원에 첫 숙소가 세워지기 이전까지 예배 장소요 안식처로 사용되었던 군용 텐트가 재현되어 당시의 기록 사진들과 함께 방문객들을 맞이하였고, 다양한 인사들이 초청돼 예수원의 지난 40년의 여정을 입체적으로 회고하고 또 전망하는 강연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번 40주년 행사는 원래의 창립 주일인 '성령강림절'보다 한 주 늦어진 '삼위일체주일'에 맞추어 진행됐는데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21일에는 평소 검소한 식탁을 유지해 왔던 이곳 식구들이 이례적으로 성대한 가든 파티를 개최, 오랫만에 이곳을 찾을 옛 식구들과 더불어 감사의 식탁을 나누었다. 이날 저녁에는 나사렛예배실에서 복음성가 사역자 송정미씨와 이무하씨가 방문해 찬양과 간증으로 감사와 기쁨이 마음을 나누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으며, 밤늦은 시간까지 예수원에서 생활하는 가족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가족축하 발표와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예수원 설립 4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예배 중에 정회원 일동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헌신의 다짐을 재확인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40주년 기념예배는 이른 새벽 조용한 기도와 함께 시작됐다. '삼위일체주일'과 함께 을 맞아 가진 창립기념예배에서는 성찬식과 함께 예배 참석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례적으로 진행해 온 정회원들의 서약 갱신 순서가 이날의 의미를 더하게 했다. 40주년 행사는 이어 장소를 태백종합운동장으로 옮겨 가족 체육대회 및 야유예배를 갖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설립 이후 '기도는 노동이고, 노동은 기도'임을 꾸준히 강조해 온 예수원 사역의 관심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된 중보자로서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통해 보여주셨던 중보적 삶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토지 정의를 위한 가르침 또한 대천덕 신부가 평생을 함께 했던 공동체 식구들에게 뿐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던 중심적인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러한 예수원의 가르침과 실천은 오늘날 예수원이라는 공간 속에, 지난 40년 간 공동체의 삶 속에 이어져 온 시간 속에 알알이 결실돼 있고 무엇보다 한 해에 수만이 넘게 이곳을 방문한 이 땅의 크리스찬들의 마음 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지난 40년의 여정을 기억하며 예수원이 마련한 기념행사에는 그동안 예수원을 거쳐간 많은 이들이 함께 참석해 기쁨을 나누었다.
40년 광야길과 같은 삶을 보내고, 가나안 복지에 들어 왔으나 여전히 믿음으로 개척해 나가야 할 복지를 눈 앞에 둔 이스라엘 백성들과 같이 예수원의 앞길에도 미완의 커다란 계획이 자리하고 있다. 네 번째 강 프로젝트. 백두대간의 한 중심에 자리한 태백에는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오십천의 발원지가 있어 이 땅 구석 구석을 적시며 풍성한 생명을 공급하고 있다. 이제 여기에 백두대간을 따라 복음의 줄기 생명의 줄기가 네 번째 강을 이루어 북녘에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추진 중이 사역이 바로 네 번째 강 사역이다.

과거 예수원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세워졌던 삼수령목장 부지에 삼수령 연수원을 건립하고 이곳을 예수원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삼아 미래 비전을 펼쳐나가기 위한 준비가 대천덕 신부의 아들인 벤 토레이 신부를 주친본부장으로 한참 진행 중이다.

그러면 보다 장기적인 예수원의 비전은 무엇일까. 대천덕 신부의 평생 동반자였던 현재인씨는 "우리에겐 오늘의 계획밖에 없습니다. 앞날의 일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계획해 두셨을 거예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 대답 속에야말로 어떤 비전보다 확실하고도 세월이 흐른다 하여도 결코 변할 수 없는 확실한 목표와 비전이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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