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햄버거 유감

[ 헬로티쳐 ] 장남기목사의 교육칼럼 '헬로 티쳐'1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5년 05월 31일(화) 00:00
   
미국에서 즐겨먹는 햄버거 중에 맥도날드 햄버거가 유명하다. 어느 목사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면 막되먹은 놈이 된다"는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그런데 교회 교육 현장에서 맥도날드 햄버거 때문에 내가 막되먹은 놈이 될 뻔해서 난감했던 적이 있다.

어느 주일날 선생님과 아이들이 교회 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 공과공부 시간인데…' 물어볼 겨를도 없이 그들은 사라졌다 약 1시간 후에 나타났다. 모두들 입가에 번지르르 기름을 묻히고 손에는 음료수 컵이 들려 있었다. '이것 봐라, 단체로….' 처음이라 무엇을 하였는지 확인만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2주 후에 똑같은 일이 또 발생했다. 허, 그놈의 맥도날드. 교사는 아이들이 배고파 하고, 성경공부를 힘들어 하길래 격려 차원에서 맥도날드에 갔다고 한다. 교회 코 앞에 있는 맥도날드가 미웠다.

교사 회의에서 "아이들의 일 순간의 즐거움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다. 좀 힘들어도 열심히 준비해 가르치자"고 열변을 토했더니, 부장 집사가 걱정의 눈빛으로 나를 본다. '영어 잘하는 교사가 사표내면, 어떻게 하나'하는 얼굴이다. 그런데 다음 주일날 햄버거를 사 먹였던 교사가 교회에 오질 않았다. 아, 맥도날드 햄버거에 열 받아 한 소리의 결과가 나를 '막되먹은'목사가 되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난 맥도날드 햄버거가 싫어지고 말았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첫째, 교사의 준비성은 자신의 영성을 반영한다. 둘째, 교사는 생명을 말씀으로 양육하도록 위탁받은 사람이라는 자의식을 소유해야한다. 교사가 소유해야 하는 영성의 모습은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최종적으로 보여 진다. 또한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 교사가 소유하고 있는 영성의 모습이 알게 모르게 배어있게 된다.

위의 이야기에서 나왔던 교사는 이런 영성이 결여 되어 있었다. 단 두 번의 실수를 가지고 너무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두 번의 준비되지 못한 수업의 결과는 수업 준비의 과정 속에 교사의 영성 ― 하나님과 교사와의 만남과 순종함 ― 이 실종되었음을 말해준다. 교사의 영성은 수업을 준비하고 자신의 학생들을 위해 중보기도하며 목양하는 모든 과정 속에서 은연 중에 드러나야 한다.

교회학교 교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과 그 과정 속에 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그리고 자신의 준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이를 좋아한다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부모는 아이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원칙있게 적용하여 양육한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좋은 교회학교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교사는 자신이 양육을 위탁받은 사람이라는 자의식을 항상 의식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자신이 행하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감동시켜서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도록 준비시키는 사람"으로 자신을 부르셨다는 것과 결부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과공부를 맥도날드 햄버거로 때워버리는, 교사로서 자의식의 실종을 다시는 범하지 않을 수 있다.

난 지금도 주일날 교회에 가다가 맥도날드를 보면 그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한다. '막되먹은' 목사는 되지 말자고.
<미국 찬양마을장로교회 담임>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