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와의 싸움

[ 빛으로 생명으로 ] 빛으로생명으로95 이정우목사의 십자가정병키우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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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5월 24일(화) 00:00
세례 숫자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곳이 훈련소이다. 이 곳을 거쳐간 모든 군목들은 숫자로 스트레스를 적지않게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언젠가 우리 군인기독간부연합회 회원들이 세례받기 전 날 명단을 파악해서 보고를 했다. 보통 한 번에 2천5백여 명에게 세례를 베푸는데 1천6백여 명이 파악되었다고 보고한 것이다. 순간 갑자기 머리에서 현기증이 났다. 그렇게 기도하고 투자를 하였는데 어떻게 보통치보다도 안나왔는가? 밥맛도 달아났다. 잠을 청하는데 별생각이 다 든다. '내가 목회를 못해서인가? 기도가 부족해서인갉' 그 날 밤 하얗게 지새우고 세례식에 들어갔다. 각 부대를 찾아가 애원했다. "중대장님, 평소 출석에 비해 세례 신청을 많이 안했습니다. 한 번 더 파악을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부대를 찾아 부탁하고 전화하다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밥도 먹지않았는데 세례 지원하는 분들이 들이 닥친다. 세례식이다. 최종 집계를 보니 보통치를 약간 밑돈다. 그래도 성공이다. 1천여 명을 이끌어 냈으니….

세례식이 끝났다. 세례증 발급을 위해 세례 받은 훈련병은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적은 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교회 주변에 그 꼬리표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생명'이 무엇인지 '피'가 무엇인지 그 꼬리표를 보며 실감한다. "내가 어떻게 해서 이 아이들에게 세례를 주었는데… 이 소중한 이름들이 땅에 떨어져 밟히고 있다니…." 꼬리표를 전부 주으러 다닌다. 그 이후 세례증을 발급하여 나누어 준다.

이 곳은 영적 전쟁터이다. 그것도 최전방 전쟁터이다. 영적 최전방의 투사의 심정이 되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는 곳이 이 곳이다. 이 곳 사역 기간이 무릎으로 봉헌하는 기간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영적 틈이 조금만 벌어지는가 싶으면 여지없이 그 주간 훈련병들 예배 출석이 줄어들고 세례 인원도 줄어든다. 눈으로 팍팍 들어온다. 한 눈 팔 새가 없다. 또한 체력과의 싸움, 그리고 먼지(?)와의 싸움이 전개되는 곳이다.

주일 예배는 매주 5부로 진행된다. 매 부 3천여 명의 훈련병들이 예배를 드리러 온다. 이들이 들어왔다 나가면 먼지가 교회 안에 뿌옇게 일어난다. 집에 들어가 보면 머리카락과 목 둘레 와이셔츠에 먼지가 자욱하다. 그 먼지 다 들이마시면서 예배를 진행해야 한다. 이곳 부임 후 눈물샘이 먼지로 막혀 염증을 자주 일으켜 결국 영광의 상처를 하나 얻었다. 눈물샘 주변이 갈라진 것이다. 어느 때는 인간적인 생각도 일어난다. "몸을 이렇게 축내면서 이곳에서 사역을 해야하는가?" 목도 2부 예배를 진행할 즈음이면 따갑기 시작하여 결국 맛이 간다.

그런데 머리 빡빡 깍고 예배당 안으로 들어오는 젊은이들을 보노라면,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주님을 찾는 그들을 보노라면 인간적인 생각들은 잠시 잠간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훈련소 교회 사역의 꽃인 진중 세례식을 진행하다 보면 매월 6천여 명이 구름 떼처럼 세례받겠다고 결단하면서 머리를 주앞에 조아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한국의 미래들이 아닌갉. 이 청년들 중에 멀지않은 미래에 대통령도 나올 것이고 위대한 사상가, 교육가, 경제인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그러기에 군목이 훈련소에서 외친 말씀 한 마디가 그들의 심장에 메아리 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귀한 일일까? 그 것 자체가 행복이다.

남자들이 평생 잊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단다. 그 하나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들의 군번이란다. 잊을 수 없는 군 추억 속에 그 것도 가장 가난한 마음인 훈련소 시절 가슴에 평생 메아리치는 말씀을 듣는다면 얼마나 고귀한 일일까?

그래서 이곳에서의 필자의 기도는 한 말씀이라도 청년들의 가슴 속에 요동치게 해달라고, 비전을 발견하고 주의 능력으로 거룩이 회복되게 해달라고. 그리고 주의 담대함을 갖고 청년들이 나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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