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정 행복하게 만들려면...

[ 교계 ] [나눔과섬김] '오해'를 '이해'로 바꾸려 노력하라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05월 24일(화) 00:00
"주위의 권유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5주간의 교육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아니 둘째주에 접어들면서 나의 눈과 마음은 눈물로 흥건해졌다. 결손 가정에서 자라왔던 내게 가정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아버지와의 소원함이 가정에 대한 생각을 비뚤어지게 했고, 두 딸의 아버지가 된 지금 자녀와의 내 사이에 가로막힌 서먹함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변화된 나 자신을 비롯해 내 아내와 딸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음을 느낀다. '행복.' 나에게도 행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2002년, 온누리교회에서 진행하는 아버지학교에 등록한 봉 건 집사(김포중앙교회)는 자신이 겪어온 아픔을 소개하며 아버지학교를 통해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결핍된 감정과 의무로서 가족을 대했던 자신이 이해와 대화의 폭을 넓혀나가면서 아버지와의 소원했던 관계가 회복되었을 뿐 아니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의 관계 또한 이전보다 편안해지고 친밀해졌다"는 봉 집사는 가정의 울타리가 더욱 든든해졌으며 간신히 교회 문턱을 넘는 데 만족했던 신앙생활도 크게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이제 평신도 사역자로서 하나님께 헌신하며 김포 지역 아버지학교 운영위원으로서 사역하고 있는 봉 집사는 "교회에 푹 빠져산다"는 아내의 애정어린 불평이 감개무량할 뿐이라고 전한다.

높은 이혼율과 아동 학대 문제, 미혼모와 자살율 증가 등의 수치는 한국사회를 비롯해 2005년 대한민국 가정의 모습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튼튼한 가정, 행복한 가정을 세우기 위한 교회와 사회 각계의 노력이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인류의 가장 기본적 공동체인 가정의 건강함이 사회의 건실함으로 이어진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현상일 것이다.

잘 알려진대로 온누리교회 충신교회 소망교회는 결혼예비학교 신혼부부학교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등의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통해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역할 제고와 건강한 가정을 세우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교회 뿐 아니라 개교회나 단체들도 가정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하고 남녀간 연령간 가치관이나 문화차이의 간격을 최소화함으로써 가족 구성원간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개교회에서 진행되는 가정사역 프로그램은 한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일깨우는 것을 비롯해 하나님의 자녀된 자로서의 사명을 알게함으로써 신앙회복에 이르게 하는 데에도 상당부분 기여를 하고 있다.

친구의 소개로 충신교회 결혼예비학교에 등록한 황경선씨는 "교육을 받으면서 연애기간이 길었어도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많이 알고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음은 물론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한 분들로부터 믿음의 가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체험들을 들으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가정을 위해 더많이 기도하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가정사역을 진행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엄격한 유교문화와 보수적인 가부장제로 야기된 남녀간 인식 차이와 급격한 시대변화로 빚어진 세대간 소통 불화가 고스란히 가정내로 반영되면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가정사역'이 예방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987년부터 건강 가정 만들기 사역을 시작해 온 두상달장로(가정문화원 대표ㆍ반포교회)는 "가정사역은 시점상 예방적인 차원에서 행해지는 것이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온갖 불화를 겪고 난 후 최후의 수단으로 가정상담소나 교회내 부부학교를 찾는다"고 말하면서 "가정문제를 밖으로 꺼내기 싫어하는 관계의 폐쇄성이 가정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다.

덧붙어 두 장로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데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나의 생각과 언어 습관'"이라고 설명하면서 "자신이 가진 잣대로만 상대방을 바라보는 태도는 대화경색증을 앓게 하고 결국 불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이해를 위한 한 발 후퇴가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을 위한 지혜로운 전진이 될 것'이라는 가정사역 체험자들의 충고가 의미있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와 문화가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자녀로서의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전통과 관습이 이해와 사랑보다 앞선다면 오해와 편견으로 내 가정을 위협하는 가시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이러한 인식을 근거로 나와 다른 가족들의 의견을 '틀렸다'고 판단하기보다 '다르다'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가족내 문제들을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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